살아가는 이야기

세권 모두 저를 위해 쓴 거예요, 어머니가?

착한재벌샘정 2008. 10. 8. 23:34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올해 가을은 제게 꼭 어울리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 번 가을에는 세권이나 제 이름을 단 책이 출간이 되었습니다. <제인구달>, <십대, 지금 이 순간도 삶이다>에 이어 그저께 도착한 따끈따끈한 <교과서 원리 캠프- 생물>입니다. 원고를 쓴 시기는 다른데 출판사에서 출간 일정을 잡다보니 이렇게 한 계절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저께 집으로 도착한 책을 보고 정빈이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정빈이가 그러더군요.

“이것도 저를 위해 쓴 책? 그럼 이 번에 나온 세권 모두 저를 위해 쓴 거예요, 어머니가?”

 

 

이 책은 “아버지, 제가 나중에 어떤 일을 해야 성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라던 너를 위해 쓴 책이란다. 지난 번 <아인슈타인>을 쓰고 난 뒤 엄마는 정말 많이 바빴었어. 그렇지만 출판사로부터 인물시리즈를 더 출간할 예정인데 혹시 써보고 싶은 사람이 있느냐는 제의가 왔고 그 중에 제인구달이라는 이름을 발견하고는 겁도 없이, 정말 겁도 없이 쓰겠다 흔쾌히 대답을 했었다. 엄마 스스로가 그녀의 매력에 푸욱~ 빠져 있었던 것도 조금은 작용을 했고.

<인간의 그늘에서>를 읽은 후 엄마는 그녀에 관한 책은 거의 읽어 볼 정도였어. <희망의 이유>, <제인구달의 생명사랑 십계명>, <침팬지와 함께 한 나의 인생 - 제인구달>, <희망의 밥상> 등등 심지어는 너와 같이 도서관에 갔을 때는 그림책이나 아동도서로 나온 그녀에 관한 책도 찾아 읽어 볼 정도였지. 엄마가 이 책을 쓰면서 가장 많은 생각을 한 것은 ‘이 사람이 결코 포기하지 않고 그토록 열정으로 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였어. 그래서 머리말에도 그렇게 썼지.

<제인구달이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꿈을 꾼 많은 시간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제인구달이 자신의 꿈을 위해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를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꿈을 꾸고 있나요? 나는 지금 딱 여러분만 한 때가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탐색을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에 관해 고민하기 시작하는 너에게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 자신의 열정을 바친 제인구달을 알려주고 싶었어. 이미 많은 책이 나와 있기는 하지만 엄마가 너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서 그녀를 소개하고 싶었어.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은 결국 네 친구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니까.

그리고 늘 엄마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따뜻함’을, 동물과 자연을 향한, 세상을 향한 따뜻함을 그녀를 통해 느끼고 네 안에서 키워나가기 바라는 마음도.

정빈아, 엄마는 네가 어떤 것을 향해 가든 너를 믿고 지켜 볼 거야. 제인구달이 자신의 꿈을 찾아 아프리카로 갈 때 흔쾌히 허락을 해주고 심지어 같이 탐험에 동행해주기도 했던 그녀의 엄마처럼. 그렇구나. 이 책은 엄마 스스로를 위한 책이기도 하네. 딸을 믿고 응원해주는 엄마가 되고 싶어.

우리 정빈이의 꿈은 만화가라지? 네가 만화를 읽고 행복하듯이 너의 만화를 읽고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한다는 너의 말, 아주 멋져. 오늘도 응모전에 보낼 만화를 그리느라 방은 온통 어질러져 있고. 아버지의 표현을 빌자면 ‘방에서 쥐가 나올 것 같다’이니 말해 무엇 하겠니. 그 쥐가 튀어 나올 것 같이 어질러진 방은 너의 노력의 결과(?), 수십번이고 다시 그린 너의 시간들로 채워진 것이라 생각해. 그 방에서 끙끙대며 그림을 그리는 너를 보며 엄만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더구나. 상을 받을 때까지 그 때가 언제가 되더라고 계속 보내겠다는 너의 의지는 더 멋져.

 

 

이제 정빈이도 엄마에게 비밀이 점점 늘어 가고 있지? 친구들과 주고받은 문자도 휴대폰을 돌려 줄 때는 깨끗이 삭제가 되어 있고 남자 친구의 이야기도 언니를 통해 듣게 되고 말이야. 가끔 아이 때문에 속상하다는 엄마 친구에게 그러지. 아이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하지 말라고. 아이에게도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고.    

13살. 이제 십대를 막 시작했다고 할 수 있는 나이구나. 엄마는 너의 나이 때 어땠을까? 짝꿍 이름이 엄마와 너무 비슷해 선생님이 그 아이 이름을 부를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면서 짝꿍을 무지 미워했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지. 그 친구가 좀 장난꾸러기였어야 말이지. 남자들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것 같아. 그 만큼 남학생들을 의식했다고도 할 수 있지. 중학교에 가면 어떡하나 걱정도 많이 했었어. 교복도 입어야 하고 머리도 단발로 해야 하는데 정말 싫다는 생각을 하며 중학교에 안가는 방법을 궁리하기도 했었지. 초등학교보다 먼 곳에 있는 중학교까지 걸어가나 자전거를 타고 가나도 걱정했었고. 또래 친구들 보다 키가 커서 늘 구부정하게 다녔던 기억도 있어. 할머니 몰래 부라보콘을 사먹다가 딱 걸려 그 차가운 것을 꿀꺽 삼키는 통에 가슴이 터질 듯이 아팠던 기억도 있고. 그 후로 엄마는 차가운 것은 잘 먹지 않게 되었지. 진짜 너무 아팠거든. 할머니가 혼을 내실 것도 아닌데 지레 겁을 먹었던 엄마가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도 해. 덕분에 너와 언니 아이스크림 거의 못 먹고 자랐지 뭐. 엄마가 잘 안 먹으니 저절로 안 사게 되지 뭐니.ㅋㅋ 너도 엄마 몰래 군것질을 할 때가 있겠지? 넌 엄마와 같은 입장이 되면 어떨까 상상을 해보기도 해.^^  

이렇게 엄마에게도 십대가 있었단다. 그래서 너의 십대를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은.... 뭐랄까....

그래, 너의 지금이 행복했으면 한다. 그것이 엄마가 그 책을 쓴 이유, 너를 위한 이유야.

 

 

 

이 책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과학책 중에서 생물에 관한 내용만 뽑아 정리를 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돼. 정빈이는 과학과 수학을 좋아하지? 사회는 싫어하고. 이럴 때 엄마가 과학 선생님이 아니고 사회선생님이었으면 어땠을까 상상해보기도 해.^^ 정빈이는 과학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엄마와 함께 과학책도 만들어 본 경험이 있어서 과학에 관해서는 아주 많은 지식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해. 하지만 중학교 들어가기 전에 초등학교 내용을 정리해본다는 의미라고 할까? 요즘 교과서가 탐구해보자, 토의해보자, 알아보자 등등 스스로 알아가는 과정을 많이 담고 있어서 그 부분을 많이 보충해보았어.

누군가 그러더구나. 알아보자, 탐구해보자에 전부 '네'라고 답을 단 아이가 있었다고.^^ 

여기 이 책의 차례를 한 번 봐줘. 

첫째날, 린네 캠프라고 되어 있지? 이 책은 <역사 인물과 함께 하는 교과서 원리캠프-생물>이라는 다소 긴 제목을 가지고 있어. 이 책은 린네, 멘델, 다윈, 석주명이 생물 캠프를 열었고 네가 이 캠프에 참가해 그 과학자들과 함께 생물에 관한 여러 가지를 알아간다는 구성으로 되어 있어. 그리고 관련 내용이 몇 학년 어느 단원과 연관이 있는지도 나와 있지? 엄마가 이 책을 쓰는 동안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교과서와 전과를 옆에 두고 공부를 참 많이 했단다. 그건 엄마에게도 좋은 경험이었어. 엄마가 고등학교와 중학교에만 있다 보니 초등학교 과정은 큰 테두리만 보았지 그렇게 속속들이 공부를 해보진 않았었거든. 이제는 고등학교 언니들과 수업하면서 이것은 중학교 2학년 때 배운 것으로, 라는 말과 함께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나온 것으로라는 말도 할 수 있게 되었단다. 물론 언니들은 은근 압박감을 더 느끼게 되겠지만 말이야.ㅋㅋㅋ

초등학생이라면 학년 구분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쓰려고 노력했어. 교과서라는 말이 들어간다고 해서 각 학년별로 나누어 만든 것이 아니거든. 엄마가 지금까지 너에게 선행학습을 시킨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중학교 들어가기 전에 초등학교 과학, 그 중에서 엄마 전공인 생물만큼은 한 번 정리를 해줄까 하던 차에 출판사로부터 의뢰가 들어와 쓰게 된 책이야. 엄마는 그렇게 생각해. 단 한 명 내 딸이 읽을 책이라고 만든다면 세상에 내놓아도, 그 누가 읽게 되더라도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러울 수 있다고. 엄마는 지금도 수업을 할 때 늘 과학실 한 구석에 예슬이를 앉혀 두지. 50분 수업을 끝마쳤을 때 언니가 고개를 끄덕여 줄 수 있는 수업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단다. 이제 곧 과학실에 와서 엄마의 수업을 지켜보는 아이가 언니에게서 정빈이로 바뀌게 되겠지.


네 말처럼 세권 모두 널 위해 쓴 책이야, 엄마가.

하지만 사랑하는 정빈,

만약 엄마가 정빈이만을 위하는 마음만 있었다면 이 책들을 쓰지 않았을 거야. 서운하니?

만약 정빈이 하나만을 위한 마음이었다면 엄마는 너에게만 과학책을 정리하여 읽게 했을 거야. 너만 많은 지식을 알고 중학교 가서 과학 점수 잘 받으라고. 하지만 엄마는 우리 정빈이가 소중한 만큼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다 소중하다는 생각이야.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각자 잘 하는 것이 있어. 그것을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향해 풀어가면서 살아가면 되는 거라 생각해. 엄마는 과학을 재미있어 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해. 그래서 그것들을 너와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거야.

엄마가 정빈이와 놀아주는 시간까지 줄여가면서, 너를 서운하게 만들어가면서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이유란다. 다 이해해주지는 못할지라도 조금은 봐주렴. 사랑한단다. 아주 많이 사랑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