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블로그 악플로 맘 아픈 날

착한재벌샘정 2008. 10. 6. 20:56

얼마 전 한 배우(이름을 적기조차 마음이 아파서요ㅜㅜㅜ)의 죽음으로 인해 악플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블로그를 하다보면 흔하지는 않지만 가끔 댓글이나 메일을 통해 마음이 아픈 글을 볼 때가 있어요.

어제 제가 그랬습니다.

남편과 영화보기로 했다가 못 간 이야기를 올리고 난 후....

<아놔, 결국 지 자랑이잖아. 그래 너 참 잘 산다>

<그래, 너만 학생 위하는 선생이란 말이지. 개뿔>

<웬만하면 참을라 했는데... 선생이라면서 책 써서 돈 벌어 처먹으려고.... 그거 광고 못해 생지랄을 하는구나 쌩쇼를 해라 쌩쇼를. 니네 학교 학생들 보고 한권씩 사라고 해. 책 안사면 수행평가 점수 안 준다고 하고>

등등 차마 여기 옮기지 못하는 글도 적지 않네요. 그래도 댓글이나 방명록은 제가 지울 수 있고 메일은 삭제해버리면 되지만 마음에 남은 상흔은....

 

그래서 오늘은 아주 예쁜 옷을 입고 출근을 했습니다. 저 스스로 상처 받은 마음을 조금이라도 다독여 주려고요. 제가 리본을 아주 좋아해 자칭 ‘리본공주’거든요. 머리에는 지난 금요일에 친구가 선물로 준 리본 핀을 꽂고 티셔츠도 큰 리본이 있는 것으로, 신발도 특별한 날을 위한 빨간 구두를 꺼내 신었습니다. 구두에도 까만 리본이 달려 있어요. 이렇게 입고 출근을 했습니다.

 


그리고 퇴근 후 친구와 같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잔잔하고 정서적인 부분을 자극해 줄 수 있는 것으로 선택, <미스 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를 보았어요. 영화 초반부에 런던의 을씨년스러운 가을 풍경은 마치 상처받은 제 마음 같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도와주는 입장이 된 주인공과 그녀의 도움을 받아 진정한 사랑을 찾아 가는 사람들. 영화는 크게 로맨틱하지도 그렇다고 눈물 나는 감동을 주는 것도 아닌 채 잔잔하게 흘러가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오늘의 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위로가 되는 영화였습니다. 영화 속에서 뮤지컬 여주인공 자리를 얻기 위해 제작자에게 몸까지 파는 클럽의 가수가 얼떨결에 매니저가 된 주인공에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자신의 본명이 사라라는 것을 아느냐고, 자신은 가난한 집의 딸이라고. 늘 불안하다고 지금의 이 모든 것이 한 순간 사라져버리고 가난한 사라로 돌아갈까봐 두렵다고. 그런 걸 아느냐고 묻자 미스 패티그루는 일초도 망설이지 않고 안다고 대답하더군요. 또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외톨이이기 때문에 당신이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쟁으로 약혼자를 잃고 혼자가 되어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미스 패티그루는 엉뚱하게 휘말려들었지만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결국 자신의 상처도 치유를 해가더군요.    

 < If I Didn’t Care>

약간의 상투성과 유치함을 드러내는 설정인 성공을 꿈꾸는 가수와 성공을 위해 자신을 배반하고 뮤지컬 제작자와 결혼을 하려는 여자를, 그래도 사랑하는 피아니스트. 진실로 사랑하는 남자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이 노래를 하는 여자는 끝내 눈물을 머금고...... 이 노래는 아마도 이 영화의 절정이 아닐까 싶어요.

 

영화관에는 두 쌍의 젊은 커플과 저희를 포함하여 여자 친구 두 커플, 총 여덟 명이 보았는데 한 젊은 커플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저희가 가장 먼저 들어갔고 조금 있다가 연인인듯한 두 사람이  들어 왔는데 남자는 의자에 앉는 폼에서 불만이 가득하다는 게 느껴지더군요.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도 아주 거칠게 컵 꽃이 던지듯이 놓더니 의자에 깊숙이 앉더니 한마디 하는 겁니다.

“영화 끝나면 깨워라.”

아마 남자는 이런 영화가 별로인데 여자 친구의 성화에 이기지 못해 온 모양이었어요. 일부러 보려고 본 것은 아니지만 그 장면에서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요. 아마 남편이 그 영화를 같이 보러 왔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싶은 것이. 20년도 넘은 이야기지만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보러 가서는 그 긴 시간동안 졸음을 참지 못해 자다가 깨다가를 반복하던 남편이 아직 눈에 선하거든요.

 

영화의 소소한 감동이 저를 참 많이 달래주었어요. 몇 개의 영화를 두고 갈등을 했었는데 오늘 저의 기분으로는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의 이야기로 인해 너덜너덜 해졌던 제 마음이 꼼꼼하고 솜씨 좋은 바느질로 꿰매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우린 누군가를 도와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좌절시킬 수도 있는데....

결국 그 선택은 우리 스스로가 하는 것이건만.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고나면 그 사람은 속이 시원할까요? 행복할까요?

 

영화를 본 뒤 집으로 곧장 오지 않고 쇼핑을 했습니다. 저에게 선물을 하나 하고 싶었거든요. 3만원을 주고 초록과 보라가 배색이 된 따뜻한 감촉의 머플러를 하나 샀습니다. 제 목에 감으니 참 포근하더군요. 누군가의 허물이 보여도, 그게 참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더라도 그래도 용서하고 이렇게 따뜻하게 감싸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 저도 모르게 머플러를 더 세게 감싸게 되는 거 있죠.^^ 초록과 보라처럼 전혀 다른 것들이 모여 어우러져 혼자 있을 때 보다 더 멋스러워지듯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 조금만 자신을 양보하고 조금만 다른 사람을 배려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어요.

 

오늘 제가 가장 많이 노력한 것은 웃는 얼굴이었습니다. 이렇게 활짝요.

 

 

 

얼굴이 찡그려질까봐 몇번이고 셀카를 찍어보며 활짝 웃으려 애를 썼지요. 한 때는 그저 감정 가는대로 찡그려지면 찡그리고 굳어지면 굳어지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 좋다는 생각도 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러고 있으니 너무 길게 가게 되고 감정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너무 걸려 더 힘들어져 언제부터인가 이 방법을 쓰는데 제게는 효과가 꽤 괜찮답니다.  

행복해서 웃는다가 아닌 웃어서 행복은 아니더라도 덜 아프고 싶었거든요. 우리 누군가를 너무 아프게는 하지 말기로 해요. 

또 하나 이 글을 쓰면서 감사한 것을 깨달았어요. 제게는 이 블로그가 결국은 치유의 한 방법이라는 것을요. 퇴근해 집에 돌아 와 이 글을 쓰기 위해 입었던 옷을 벗고 신발을 안방까지 들고와 사진을 찍으면서, 오늘 찍었던 셀카 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고르는 동안 이 모든 것이 저에게 크나 큰 치유의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악플로 인해 상처 받은 마음으로 시작해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블로그 여러분, 당신들을 아주 많이 사랑합니다. 

 

근데 블로거 추천 박스 삭제하는 방법을 또 알아 봐야겠어요. 궁금해서 다는 방법은 찾아 해보았는데 그 다음부터는 자동으로 뜨네요. 관리자에게 문의를 하면 간단하겠지만 저 혼자 찾아 가는 과정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뉴스레터처럼 한 번 선택하면 수정이 안되는 건 아닌 지 무르겠어요. 뉴스레터 기능을 잠시 해지했는데 영원히 사용못하게 되어 버렸거든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