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너무나 긴 답글을 달아주신 옥세진님에게 쓰던 글을 이곳으로 가져왔습니다. 쓰다보니 댓글로 쓰기에 너무 길기도 하고 혹여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들께 도움이 될까 하여....
올림픽 폐인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들도 그러시죠? 대한민국 파이팅입니다. 여자 베드민턴 복식 결승 경기 응원하려고 기다리면서 잠시 이곳에 왔답니다. 예슬이와 다음 런던 올림픽에는 꼭 직접 응원가자는 약속까지 해두었습니다. 아, 벌써 기대가 너무 되는 거 있죠? 남아공 월드컵 응원도 가기로 했는데.... 약속 지킬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수민이와 유민이의 예쁜 엄마인 옥세진님께
작년부터 강의 때문에 광주에는 꽤 자주 갔었어요. 올해만 해도 4번이나 갔는데.... 너무 일찍 도착해 마중 나와 주시는 분을 기다리는 동안 터미널에 있는 영풍문고에서 꽤 오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답니다. 옥세진님이 광주에 사신다니 저도 광주가 더 가깝게 느껴지네요.
제 후배가 그러더군요. 딸아이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선물이 잘못 전달 된 거 아닌가 고개를 갸우둥 하더래요. 이유를 물었더니 이러더랍니다.
'엄마한테 늘 혼나는데.... 잘한 것도 착한 일 한 것도 없는데 산타할아버지가 저한테 선물을 주실리가 없잖아요.'
자신이 칭찬에 얼마나 야박한가를 알았다고.....
그리고 얼마 전에 사촌언니를 만났는데 그래요. 이번에 서울대학에 들어간 딸이 기숙사로 가기 전에 그러더라는 겁니다. '엄마는 칭찬에 인색해요. 그게 서운했어요.'라고.
늘 전교 1등을 하고, 공부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착하고 이쁜 딸인데 참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더래요. 그래서 성당에서 하는 자녀 칭찬해주기 교실 10주 강의를 이수했다고.
"내가 전문상담을 공부하고 학교에서 진로상담부장하면서 학교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잘 하려고 하면서 우리 딸한테는 왜 그랬을까 많이 많이 반성했었어." 라고요.
아이들이 칭찬을 먹고 자란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면서도 잘 안될 때가 많아요, 그죠?^^
아이에게 잔소리를 적게 하는 방법으로 제가 쓰는 방법으로는....
1. '하루에 아홉번', 아시죠?
2. 그럴 수도 있지. 이건 아이에게 화가 나거나 잔소리를 하려는 찰라에 그럴 수도 있지, 이 말을 천천히 목소리를 내어 말해보는 거예요. 생각보다 큰 효과가 있어요. 그 몇 단어에 내 감정은 참 많이 누그러진답니다.
그리고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의도하지 않은 것으로 아이의 마음을 섭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얼마전에 제가 경험을 했답니다.
며칠 전 제가 강의를 간 뒤 예슬이가 집안 청소며 설겆이, 빨래 걷기 등 집안일을 다 해놓았더군요. 참 고마웠어요. 늦게 온지라 다음 날 얼굴을 맞댄 아이
"어제 얼마나 덥던지요. 집안 일 하고 나니 너무 덥고 지쳐 앉아 있지도 못하겠는 거예요. 낮잠 말고는 할 수가 있는게 없는 것 같아 누웠는데 진짜 더운 거 있죠."
아이의 이 말에 어떻게 말해야했을까요?
"너무 고마워. 진짜 더운데 수고를 많이 했구나. 바쁜 엄마를 위해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이래야했건만 저의 입에서 튀어 나온 말은
"에어컨 틀지 그랬어? 미련하게스리 그 더운데 낮잠을 자려고 누웠었단 말이야?"
이랬지 뭡니까? 미련스럽다고까지 했으니 예슬이 마음이 얼마나 상했겠어요. 자신은 혼자 있으면서 에어컨 틀기가 아까워서 그랬다며 서운한 마음에 볼멘소리를 하더군요. 사실 저도 그렇게 말한 것은 안쓰러운 마음에서였거든요. 그 날이 진짜 너무너무 더운 날이었기에 그렇게 더운날, 가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그 많은 일을 했으니 얼마나 더웠을까, 하는 정말 안쓰러운 마음에 나온 말이었는데.... 참고 낮잠을 청했다는 아이의 말에 솔직히 엄마 마음에 화가나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불쑥 나온 말이......
적절하지 못한 단어, 그리고 바뀐 말의 순서로 정말 난감한 상황이 되어버리더군요. 먼저 수고했다 고맙다고 해주고 미련하다는 단어 대신 참을성이 있는 것도 좋고 절약정신이 강한 것도 좋지만 건강이 더 중요하니까, 더위먹으면 안되니까 잠깐이라도 에어컨을 켜고 더위를 식히지 그랬어, 라고 해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죠? 순간의 판단 착오였지만 후회 많이 했답니다.
아이에게 단어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그런 의도로 한 말이 아니었다고, 미안하다고 사과는 했지만 이미 상해버린 아이의 마음을 다 다독여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답니다. 에그그그^^ 뒤늦게 아무리 고맙다 한들 그 마음이 제대로 전달이 되었겠습니까?
아이들과의 순간순간이 쉽지 않다는 생각 참 많이 해요.^^
그리고 수업을 나가시는군요. 중학교 수학선생님으로.....
저는 학교에 가면서 딱 한 가지만 생각해요. 저의 행복만. 무지 이기적인 교사죠? 그런데 직업인으로서 제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아이들도 같이 행복해져야 한다는 겁니다.
아이들과 관계 형성이 참 중요해요. 교사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마음은 감추려 해도 아이들은 느낌으로도 안답니다. 아이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 고마운 존재라는 시각으로 대하셨으면 해요.
나를 교사로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아이들이라고요.
그건 말과 눈빛, 몸짓으로 아이들에게 전해질 겁니다.
그리고 수업을 잘해야 합니다. 교사에게 있어 수업 면에서 가장 무서운(?)존재는 교장, 교감도 아니고 동료교사도 아니고 장학사도 아니에요. 바로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랍니다. 그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그 아이들에게서 잘 한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수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당당할 수 있는 수업이라면 그 누구에게 보여도 당당 할 수 있는 수업일 테니까요. 언제든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을 맞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많은 준비와 연습이 필요하겠지요. 그건 자신이 만족할 수 있을 만큼이어야 한다면 감이 잡힐까요?
사실 누구나 좀 서투르고 실수를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부분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수정을 하는 교사의 모습은 결코 부끄럽지 않답니다. 저는 지금도 가끔 그러는 걸요. 완벽하게 준비하려 하지만 내 마음같이 안될 때가 있거든요. 한 예를 들어 볼게요. 저는 생물교육을 전공했는데 공통과학을 가르치니 실험은 화학부분을 더 많이 해요. 작년에 암모니아 분수 실험을 하려고 예비 실험을 했는데 10번 정도 해도 결과가 잘 나오지 않는 겁니다. 이리저리 알아보았지만 도움을 받을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실패한 실험 장치를 사진으로 찍어 수업시간에 보여 주었습니다. 최선을 다해보았지만 실패했다고. 대신 꼭 열심히 공부하고 실험해서 가르쳐주겠노라고.(근데 이거 예전에 블로그에 쓴 이야기인 것도 같고. 기억이 가물 가물인지라... 제가 요즘 상태가 이렇답니다 ㅋㅋㅋ)
아이들 저보고 실력 없다고 비난하지 않더이다. 도리어 괜찮다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까지 해주던걸요. 좋은 교사는 실력만 있는 교사가 아니라 아이들과 마음을 통하며 수업할 수 있는 교사가 아닐까 합니다.
교사도 모르는 것이 있고, 우리도 새로운 것을 배울라치면 낯설고 잘 알아듣지 못해 헤매고 하잖아요. 매시간 새로운 것을 배우는 아이들이 잘 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뭐든 척척 잘 안다면 어쩌면 그게 도리어 이상한 거 아닐까요? 그렇게 척척 대답할 수 있으면 어쩌면 교사라는 존재가 필요없을지도요. 아이들이 새로운 지식을 배우느라 힘들지만 애쓴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아이들이 잘 모르고 어려워하기 때문에, 그래서 교사라는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마지막 하나, 아이들을 향해 많이 웃어주세요. 아이들이 잘 모르고 힘들어 할수록 그 아이들을 채근하거나 비난하지 말고 괜찮다고, 선생님도 어려웠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거니까 상심하지 말라고, 선생님이 다시 쉽고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겠노라 말하면서 환한 미소를 지어주세요.
아이들이 왜 이렇게 이해를 못하지, 라는 생각을 하기 전에 내가 설명하는 것이 이 아이들과 잘 맞지 않는 것인가를 생각해보고 조금 더 쉽고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모든 아이들을 완전 학습시킬 수는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교수- 학습 현장에서의 문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교사의 교수방법의 다양성과 융통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모르기 때문에, 그래서 교사에게 배우려고 학교에 와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세요.
그리고 수학을 못하는 아이도 있다는 거, 그것이 그 아이가 게으르거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그런 아이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수학으로 인해 자존감을 상처받아 다른 것에서도 의욕이 꺾이지 않도록, 사람은 누구나 다 잘하는 것과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아이가 알 수 있도록 열린 마음을 보여주세요.
저는 전화번호나 차번호를 못 외우기로 유명하거든요. 의미 없는 번호의 나열은 돌아서면 잊어버립니다. 차번호를 외우지 못해 색깔만 보고 남의 차에 열쇠를 넣으려 애쓴 적도 무지 많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색이 튀는 차를 선택하지요. 빨간색 마티즈에서 오렌지색 모닝까지. 이야기가 조금 빗나갔습니다만 저는 과학이 너무 어렵다는 아이에게 늘 그 이야기를 해준답니다.
기간이 한정되어 있겠지만 일을 시작했다면 직업인으로서 최선을 다 하십시오. 그 일을 선택한 것이 옥세진님 스스로이니 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자신을 위해서 말입니다.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최선은 다 할 수 있다. 교사인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학생들을 통해서이다.’
제가 가슴에 담고 사는 것 중 하나인데 옥세진님께 선물(?)로 드릴게요. 파이팅요!!!!!!
아, 그리고요 옥씨가 참 귀한 성이잖아요. 저의 중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이 수학선생님으로 옥광복선생님이셨어요. 제가 1학년 5반 실장이었는데.... 어떻게 실장이 되었는 지 아세요? 그 당시는 시골학교를 다녔는데 여러 초등학교에서 읍내에 있는 중학교로 진학을 하는데 저희 반에 저랑 같은 초등학교를 나온 아이가 제일 많아서 표를 가장 많이 얻었답니다.^^ 중학교 처음 올라와 아는 아이가 자기와 같은 초등학교를 다닌 아이들 뿐이어서 실장선거에 나온 아이들마다 딱 그 숫자만큼 표가 나왔거든요. 초등학교 덕을 톡톡히 본 거죠.ㅋㅋ 제딴엔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많이 부족해하시던 선생님이 그 때는 엄청 서운했었는데....이 글을 쓰면서 문득 그 선생님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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