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아이들

비폭력대화, 기린처럼 말하라

착한재벌샘정 2007. 4. 20. 13:24

며칠 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5교시 수업이 비어 학교 도서관으로 가려고 교무실을 나서고 있는데 한 아이가 제 등 뒤에 바짝 붙어 걸어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너무 거칠어서 깜짝 놀라 힐끔 뒤를 돌아 아이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점심시간에 담임선생님께 꾸중을 듣고 교실로 가고 있는 아이의 얼굴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침없이 튀어나오는 말들.

솔직히 처음에는 귀찮았습니다. 오전에 저희 반 아이 일로 이미 너무 지쳐 있는 상황이었고 우리 반 아이도 아니고, 5교시 종이 쳐서 아이도 수업에 들어가지 않겠느냐며, 스스로에게 이런저런 변명거리를 찾으면서 그냥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교무실을 나오고 복도를 한참을 걸어가는 동안 아이는 제 뒤에서 끊임없이 분노를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흐음~~~”

숨을 한 번 고른 후 아이를 향해 뒤돌아섰습니다. 아이도 멈칫하며 걸음을 멈추더군요.

“누구를 향해 그렇게 욕을 하는 거니?”

하고 물었습니다. 저를 힐끔 쳐다 본 아이는 이러더군요.

“왜요?”

“네가 쏟아내는 그 말들이 얼마나 엄청난 말들인 지 아니? 어떤 일들이 그런 욕설을 하도록 만들었는 지 궁금해서. 너에게서 나오는 그 분노가 선생님을 섬뜩하게 만들어서 말이야. 궁금하기도 하고 혹 내가 도와줄 일이 있나 싶어서.”

“아무한테도 아닌데요. 그냥 너무너무 성나서.... 저 혼자 욕하는 건데요.”

그러면서 몸을 뒤틀며 자신의 발끝으로 시선을 옮기느라 고래를 숙이며 혼잣말이겠지만 저에게 너무 잘 들리게 잇는 말은

“아이씨X, 뭔데.......”

그 때 제가 느낀 감정은 안됐다는 것이었습니다. 측은지심요.

아이는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해지는지를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아이가 화가 난 이유는 이랬습니다.

어제 수업 시간에 휴대폰 만지다가 빼앗겼고, 무단외출 했다가 걸려서 벌 받았고, 집에 갔더니 엄마가 자기를 자꾸 긁어 대서 결국은 싸웠고 그래서 정말 화가 나 있었는데 조금 전 점심시간에는 같은 반 아이가 자기를 건드려서 결국은 다투게 되었고 그래서 담임에게 잔소리를 듣게 되고.

아이는 이러니 내가 화가 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그래서 분한 마음에 욕 좀 한건데 뭐가 문제가 되는냐고 말하더군요. 그리고 그것도 알지도 못하는 선생님이 왜 끼어(?)들어 이러느냐고.

성나서 내가 내 입으로 욕을 하는 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것이지요.

 

잠시 다른 이야기로 가겠습니다. 지난 주 수련회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몸이 좋지 않아 식사를 거르고 숙소에 누워 있는데 식사를 하고 돌아 온 선생님께서 이러더군요.

“아이들 때문에 밥이 입으로 넘어 가는 지 코로 넘어가는지 모르게 먹고 왔어요. 급식소 아줌마들이 어찌나 애들 욕을 해대는지... 초등학생들 보다 못하다고까지 하면서....”

원인은 저희 학교 아이들이 숟가락과 젓가락을 따로 분리하여 설거지통에 넣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요? 아이들 때문에 부끄러워 할 게 아니라 급식소 아주머니들에게 항의를 하고 왔어야 했는데... 나는 솔직히 숟가락과 젓가락을 어디에 넣어야 하는지 모르겠던 걸요. 분리하라고 적혀 있기만 할 뿐 어느 쪽에 숟가락을 넣으라고는 구체적으로 안내되어 있지 않아서 순간 당황했었거든요. 물어보려고 하니 사실 좀 그렇고 해서 숟가락이 많은 쪽에는 숟가락, 젓가락이 많은 쪽에 젓가락을 넣고 왔거든요. 그렇게 된 상황에서 아이들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요.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아이들을 탓하기 전에 우리가 아이들에게 정확하게 가르쳐 주었느냐 하는 것이에요. 아이들은 몰라서 그런 거잖아요.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분리해서 넣으라고 해서 한 통에 숟가락 젓가락 다 넣지 않고 따로 따로 넣었다고, 하나도 잘못한 거 없다고 하지 않을 까요? 그리고 아주머니들이 자신들에게 왜 화를 내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나도 솔직히 우리 반 아이들에게 어떻게 분리해서 넣으라고 이야기 하지 않았어요. 그냥 적당히 따로만 넣으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 일을 별스럽지 않게 생각했으니까요. 이 문제에서 우리 아이들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봐요. 아이들은 제대로 안내받지 못해 그런 것뿐이니까. 책임을 굳이 찾자면 숟가락 젓가락을 어느 통에다 넣으라고 정해주지 않은 급식소가 제일 클 것이고 ‘어? 어느 쪽에 넣으란 말이지?’라고 생각했으면서도 불구하고 그 문제를 대충 넘겨버린, 그래서 급식소에 어느 쪽에 숟가락을 넣었으면 좋겠느냐고 물어서 아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은 우리들의 책임일 거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우리 학교는 외부 급식을 해서 아이들이 각자 수저를 가지고 다니니 이런 급식 문화가 낯설 수도 있고. 그런데 결과는 어떻죠? 급식소에서는 제대로 안내도 안했으면서 결과만으로 아이들을 비난하고 우리는 그들의 비난과 아이들이 보여준 행동의 결과만으로 아이들 때문에 창피해서, 라고 느끼고. 아이들이 나타내는 행동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이 번 일처럼 왜 그렇게 되었을까를 생각해 보는 것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정말 몰라서 그랬던 건데.... 그리고 또 하나, 제일 안타까운 것이 바로 이런 상황이라는 거예요. 몰라서 못한 것인데 그것으로 인해 비난받게 될 때. 알면서도 안한 것이라면 부끄러워해야 하겠지만 몰라서 못한 것 때문에 이럴 때는.... 슬픈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건 그렇다고 쳐도 진짜 남들 눈살 찌푸리게 하는 애들도 있어요. 식탁 의자에 발을 올리거나 아예 양반 자세를 하고 앉아서 이야기도 어찌나 크게 하는 지... 그러다가 박수를 짝짝 쳐대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기도 하고.... 넘어갈 듯이 온 몸을 흔들어 대며 웃다가 급식 판이 뒤집히기도 하고....”

“그런 아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너무 행동이 거칠거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아이가 있으면 그 아이를 나무라거나 하기 전에 아이 손을 잡고 가정방문을 해보라 권하고 싶어요. 그 아이가 살고 있는 환경을 보면 그 아이의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될 때가 많거든요. 그 아이는 그것이 전부인 줄 알고 있을 수 있잖아요. 가족을 비롯한 그 아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늘 그런 모습을 보여 주었다면, 그 아이는 그런 행동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할 뿐일 테니까요. 어떤 것이 예의바르고 많은 사람들이 같이 밥을 먹을 때는 어떠해야하는 지를, 제대로 보고 배울 수 없었을 지도 모르니까요.”

그 다음 식사 시간에 연수부장님께 이야기를 했습니다.

“부장님, 숟가락과 젓가락을 어느 통에 넣어야 할지 안내가 되어 있지 않아 적당히 눈치로 넣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저 또한 그렇습니다. 그런데 아주머니들이 아이들이 그것조차 제대로 분리해서 넣지 않느냐고 하신다고 하니.... 억울하기도 하고 속도 많이 상합니다.”

“매직으로 적어 놓았었는데.... 자주 닦다가 보니 지워져 버린 모양입니다.”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직원들 교육도 다시 시키고 지워지지 않는 것으로 정확하게 표시를 하겠다는 말씀을 해주시더군요.

 

살아가면서 몰라서 못할 때가 참 많습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손해를 보거나 꾸중을 듣거나 비난을 받을 때는 억울하기도 하고 그리고 많이 슬프더군요. 그래서 아이들을 볼 때 늘 생각합니다.

‘저 아이는 알면서도 안 하는 걸까? 아님, 몰라서 못하는 걸까?’

그 날 그렇게 분노를 쏟아내던 아이도 자신의 말과 행동이 상대방을 많이 화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하는 말 중에 “전 원래 이런대요.”라는 말을 들을 때.... 그 말 속에는 ‘저는 이런 거 말고는 보고 배울 기회가 없었어요’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참 많이 안타깝지요.

아이들에게 종종 말합니다.

‘잘 배우고 많이 배우자. 그래서 몰라서 못하는 일은 없도록, 몰라서 못했는데 비난받는 일은 없도록 하자. 얼마나 억울하고 속상하냐?’

그날 저와 마주섰던 아이를 오늘 복도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저도 아이도 서로 마주보며 ‘씨익’웃으며 지나쳤습니다.

 

그 아이와의 만남은 <어린이 좋은 생각> 창간호에 실린 기사에 집중하게 만들었고 결국 재량활동 시간에 양성평등 역할극 촬영 수업을 잠시 뒤로 미루고 그 기사를 이용한 수업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자칼과 기린의 대화를 보여주고 두 사람이 짝이 되어 상황을 재연해 보았습니다. 두 대화를 해보기 전에 자신이 그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고 생각하고 대화를 만들어 해보는 것을 먼저 해보도록 하였습니다. 처음이 이런 아이들이 많은 것은 저희 학교 아이들의 문제일까요?

학생1: 이씨이~ 니 어제 왜 안나왔는데, 진짜. 디질래?

아이들은 짝과 3가지의 대화를 해보고 난 뒤 기린의 대화에 대한 반응은 이랬습니다.

‘너무 닭살이에요.’

‘진짜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낯간지러워요.’

‘스멀스멀~ 뭔가 어색해요.’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의 마지막 결론은 <배워보고 싶어요> 였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가장 최근에 부모님과 감정이 상했던 일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리고 그 당시 어머니나 아버지와의 대화가 어땠는지도. 만약 그 때 기린의 대화처럼 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까도 생각해 보세요. 대화는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대화를 잘 하는 방법도 배우고 연습해서 더 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가장 많은 시간을 같이 하고 있는 가족들과의 대화는 더더욱 잘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깝기 때문에 서로에게 배려 받을 것만 생각하고 먼저 배려하는 과정을 생략해버리기 쉽거든요. 가족들과의 대화가 제대로 잘 된다면 그것은 여러분의 삶 전부에게로 확장되어 그 누구를 만나도 잘 하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기린의 대화를 소개한 수업은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결과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어린이 좋은 생각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출판사에 블로그에 올려도 되느냐고 허락을 받았답니다.^^            

<어린이 좋은 생각 5월호>

 

기린처럼 말하라


<대화 하나>

자칼1: 어제 놀이터에서 만나기로 해 놓고 왜 안나와? 넌 거짓말쟁이야.

자칼2: 내가 왜? 나는 거짓말 같은 거 안 해.

자칼1: 학교 끝나고 놀자고 했잖아.

자칼2: 우리가 언제 만나기로 했어? 네가 착각한 거겠지? 귀가 잘못되었거나.

자칼1: 아무튼 너 때문에 시간만 낭비했어. 배신당한 기분이야.

자칼2: 뭐든지 지 맘대로 생각하고 삐치네. 바보같이.

자칼1: 정말 못됐어. 사실 너랑 놀고 싶지도 않았어.

자칼2: 그럼 안 놀면 되잖아. 나도 너랑 놀기 싫어.

자칼1: 앞으로 약속 안 지키면 거짓말쟁이라고 소문낸다.

자칼2: 혼자 난리야. 네 맘대로 해.


<대화 둘>

기린1: 어제 놀이터에서 너를 한참 기다렸어.

기린2: 왜 나를 기다려?

기린1: 학교 끝나고 놀자고 했잖아.

기린2: 내가 놀자는 말을 했었나?

기린1: 네가 안와서 심심하고 속상했어.

기린2: 하지만 나는 어디서 만나자고 약속을 한 게 아니라서 잊고 있었어.

기린1: 나는 너랑 재미있게 놀고 싶었는데.....

기린2: 나도 너랑 노는 게 재미있어.

기린1: 우리 이제 놀고 싶을 때는 확실하게 약속을 하는 건 어때?

기린2: 그게 좋겠다.


학교 수업이 끝난 뒤 두 친구는 비슷한 상황을 맞았다.  한 명은 놀이터에서 친구를 기다렸고, 다른 한 명은 그런 약속을 했는지 몰라서 놀이터에 나가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다시 만났을 때 서로 나눈 대화는 전혀 다른 두 가지 대화의 모습을 살펴보자. 한 쪽은 서로 비난하고 마음에 상처를 주는 대화를 했다. 다른 한 쪽은 서로 상처를 주지 않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평소 자칼처럼 서로를 비난하는 말을 곧잘 한다. 그런 말을 하고 나면 남는 것은 마음의 상처뿐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마음의 상처를 남기지 않는 기린처럼 대화를 할 수 있을까? 평화를 주는 대화법을 배워보자.


비폭력대화, 기린의 대화란?

폭력은 상차를 남긴다. 손과 발, 무기를 휘두르면 몸에 상처가 남지만, 폭력적인 말을 하면 마음에 상처가 남는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마살 로젠버그 박사는 ‘비폭력 대화’라는 말을 처음 사용하며, 폭력 없이 대화하는 법을 사람에게 알려 주었다. 그리고 그 상징으로 ‘기린’을 보여주었다. 기린이 비폭력 대화의 상징이 된 이유는 뭘까? 기린은 초식동물이라 서로 먹고 먹히는 육식동물에 비해 평화롭기도 하고, 키가 크기 때문에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으며, 무엇보다 큰 키 곳곳에 피를 보내기 위해 땅위에 사는 동물 중에 가장 큰 심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온 대화의 상징으로 기린을 등장시킨 것이다. 반면, 폭력적인 대화의 상징으로는 사나운 육식동물인 자칼을 보여 준다.


 

 

ꋮ 자칼처럼 대화하는 법

1. 내 마음대로 상대편을 판단하기

친구나 가족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우선 비난하고 모욕을 준다. 누가 옳고 그른 지부터 철저하게 따지기 쉽다. 다른 건 필요 없다. 내 마음에 안 들면 다 비정상이니까. 더구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면 앞 뒤 가릴 것 없이 따지고 들것!


2. 비교하고 경쟁하기

약 올리고 싶은 상대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말을 해보자. 비교를 당한 상대는 마음이 잔뜩 불안해지고 두려운 마음이 생길 것이다.


3. 내 책임은 반드시 피해가기

문제가 있는 상황에선 반드시 내 책임이 아니라는 걸 강조할 것. 내가 하는 말이 상대에게 어떤 느낌을 줄 것인지 따위도 생각할 필요 없다. 남들도 다 그런걸 뭐.


4. 내가 원하는 걸 강요하기

내가 제일 중요한 사람이니까 내가 바라는 대로 이야기를 이끌어가야 한다. 상대방의 자유나 선택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상대가 내 말을 들어 줄 것 같지 않을 땐 은근히 협박을 하는 것도 효과 만점!

부작용: 내가 자칼의 말로 대화를 하면 상대도 자칼의 말로 응답하게 된다. 내 마음에 전치 5주의 커다란 상처가 남아도 책임져 줄 사람은 없다는 것~.


ꋮ 기린처럼 대화하는 법

1.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관찰)

어떤 일이 일어난 뒤, 그 문제 때문에 상대방과 대화할 때, 이유가 무엇인 지 지레짐작하지 말 것.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본다.

자칼 : 어제 놀이터에서 만나기로 해 놓고 왜 안나와? 넌 거짓말쟁이야.(마음대로 판단한 경우)

기린 : 어제 놀이터에서 너를 한참 기다렸어.(있었던 사실만 말한 경우)


2. 내 느낌이 무엇인 지 곰곰이 생각하기(느낌)

느낌은 그냥 느낌이다!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이 무엇인 지 잘 알아채야 한다. 그 느낌을 표현할 때는 상대방을 비난하지 말 것. “배신당한 기분이야, 속은 느낌이야”라고 말하는 건 이미 상대편을 비난하는 것이지 내 감정이 아니라는 사실!

자칼 : 아무튼 너 때문에 시간만 낭비했어. 배신당한 기분이야.(비난하는 표현)

기린 : 네가 안와서 심심하고 속상했어.(정확한 느낌의 표현)


3. 내가 바라는 것 표현하기(욕구)

상대방의 행동 때문에 내가 어떤 감정이 생긴다는 것은 나에게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다는 뜻. 그렇다면 진짜 바라는 것이 무엇인 지 표현해야 한다. 놀이터에서 친구를 못 만나서 속상했다면 그건 즐겁게 놀고 싶은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바람이 없었다면 친구가 안 나와도 그만인 거니까.

자칼 : 정말 못됐어. 사실 너랑 놀고 싶지도 않았어.(바라는 걸 숨기기)

기린 : 나는 너랑 재미있게 놀고 싶었는데.....(바라는 걸 솔직하게 표현하기)


4. 정중하게 부탁하기(부탁)

내가 원하는 걸 이루고 싶을 때는 상대에게 정중하게 부탁하는 것이 기분이다. 더 잘 들어 줄 것이라고 여기고 은근히 강요하면 곤란하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처럼 상대방의 느낌이나 생각을 물어보는 것도 부탁하는 모습이다.

자칼 : 앞으로 약속 안 지키면 거짓말쟁이라고 소문낸다.(강요하는 표현)

기린 : 우리 이제 놀고 싶을 때는 확실하게 약속을 하는 건 어때?(부탁하는 표현)


ꋮ기린처럼 대화한 자칼의 변화

# 다른 친구의 생각을 존중해주려고 해.

# 내가 미리 짐작하고 판단하면 실수하기 쉽다는 걸 알았어.

# 친구를 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어.

# 내 기분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게 됐어. 남들도 내 기분을 잘 알아주니 좋아.

# 서로 의논할 때 훨씬 결론이 쉽게 나오더라고.

# 우린 이제 서로 바라는 걸 잘 알아차린단다.

# 무시당하지 않고 존중받는 것 같아.

#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 말이 평화를 불러 온다는 걸 깨달았다고나 할까.

# 나는 이제 화는 것도 잘 참을 수 있단다.

# 그동안 내가 못난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아니야.

# 남들과 대화하는 게 겁나지 않아.


그리고 꼭 읽어 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책 중 5손가락 안에 드는 책이랍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비폭력 교과서

 


교보문고에 소개 된 출판사 서평을 옮겨 왔습니다.

비폭력에 대한 모든 것

_ 비폭력의 ‘개념’부터 ‘실천 매뉴얼’까지


이 책은 폭력과 비폭력의 개념, 비폭력주의자들, 비폭력 행동의 실례, 비폭력적 대응과 삶의 방법 등 비폭력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고 있는 ‘비폭력 교과서’이다. 부록으로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비폭력 실천 매뉴얼’을 덧붙였다. 또한 250여 컷에 달하는 삽화가 들어있어 쉽고 재밌게 볼 수 있다.


1장에서는 폭력과 비폭력의 개념을 살펴본다. ‘사랑의 매’처럼, 폭력과 비폭력은 그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 따라서 개념 정의가 쉽지 않다. 여기서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구조적인 차원의 폭력까지 두루 분석해 ‘최대의 폭력은 권력의 폭력’이며, 비폭력이란 곧 ‘생명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의 생명을 살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비폭력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다른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 인간의 생명을 발전시킬 기회를 보호하고 유지하고 확대하는 것은, 폭력에 반대하는 비폭력 행동의 기본 지침이다.”(43쪽, ‘비폭력은 생명을 존중한다’에서)

2장에서는 세계의 비폭력주의자들을 소개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함석헌, 간디, 마틴 루터 킹 등은 물론이고, 잘 알려지지 않은 다나카 쇼조, 후지이 닛다쓰 등도 소개한다. “한국인은 매우 온순한 국민이기 때문에 참을 수 있을 때까지는 참지만, 역사에 비추어 보면, 언제나 최후에는 반드시 일어서서 저항해 왔습니다. 그것을 폭력이나 무력으로 엄하게 억압하여 뿌리뽑으려고 하는 것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역사란 무엇인가를 전혀 모르는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몇 차례나 당국자에게 말했습니다.”(74쪽, ‘함석헌’에서)

3장에서는 비폭력 행동 사례를 살펴본다. 간디의 소금 행진, 노르웨이의 반(反)나치 비폭력 행동, 반핵 평화 운동, 군사비 납부 거부 운동 등 21가지의 행동 사례가 실려 있다. “정보 수집이 쉽다는 이유로 비폭력 행동의 실례가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아시아의 일부에 집중되어 있지만, 혹독한 사회 상황 하에서도 비폭력 행동을 계속하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태평양의 사람들이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83쪽, ‘이제 비폭력 행동이다’에서)

4장에서는 비폭력적 대응을 살펴본다. 일본의 스나가와 기지 투쟁, 기독교인들의 비폭력 대응, 필리핀 아키노 여사의 투쟁을 통해, ‘상대방의 양심에 호소’하는 것이 비폭력적 대응의 공통점임을 밝히고 있다. 또한 예수·부처·간디 등의 사례를 통해, 비폭력적 운동은 ‘나’에서부터 시작됨을 강조하고 있다. “비폭력 운동은 본래, 단순히 상대방을 패배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증오심을 없애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상대방도 양심에 따라서 행동하게 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127쪽, ‘비폭력 행동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에서)

5장에서는 비폭력적 삶을 살기 위한 자세를 살펴본다. 단순 소박한 삶, 평화적인 수단과 진실한 동포 의식, 비폭력적 적정 기술, 커뮤니티의 건설 등을 제시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대 개발이 아니라, 생활의 질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키는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국민을 파멸시키고 말 것이다. 물욕을 억제하고, 가난한 나라나 사람들로부터 자원을 수탈하는 것을 줄이고, 검소한 생활을 하는 것은 평화와 정의에 공헌하는 하나의 방법이다.”(116쪽, ‘생활의 질을 근본적으로 향상시켜야’에서)

부록에는 ‘비폭력 실천 방법’이 실려 있다. 권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경찰과 친해지는 방법을 다룬 ‘경찰과 이렇게 친해지자’, 가정이나 학교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비폭력 트레이닝 방법을 다룬 ‘비폭력 트레이닝, 이렇게 하자’가 있다. 독자들도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각각의 방법들을 그림으로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