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간고사 치는 학교 많을 겁니다. 저희 학교도 오늘까지 시험을 칩니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이 첫 중간고사를 칠 때면 반 아이들에게 머핀을 구워 선물하고 있는데 <좋은 생각 5월호 - 학교에서>라는 코너에 실을 원고 청탁을 받고 많은 이야기 중 머핀 굽는 이야기를 선택했습니다. 매년 하는, 제게는 이제 당연한 일이 되었지만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이야기 중 따뜻한 이야기를 썼으면 하는 마음에서 오븐에서 구워낸, 따뜻한 머핀 이야기를 고른 것이지요.
올해는 반 아이들이 38명이라 12개짜리 머핀 틀로 4번은 구워야 했기에 어차피 만드는 거 조금 더 만들어 교무실에서도 나눠먹자 싶은 마음에 5번, 60개를 구웠습니다. 어떤 분이 그러시더군요. 제 글에는 숫자가 많이 나온다고. 김밥을 많이 말았다고 할 것을 꼭 46줄 말았다고 한다던 지, 하는 예까지 들어가면서요. 아마도 직업적인 특성인 듯 하다고.호호호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네 판 굽고 마지막 한 판을 준비하면서 찍은 사진과 아이들에게 주려고 쓴 편지랍니다. 편지는 아래에 내용 있어서 느낌만 우선.....
38개는 저희 반 공주들을 위하여 챙기고, 저, 예슬이, 남편도 하나씩 먹고 정빈이는 두개(?)나 먹고, 정빈이 단짝 지원이에게 한 개, 정빈이 선생님께 두 개 보내드리고, 제 친구를 위해 두 개 따로 남겨두고 나니 남은 것이 열두 개. 2교시 감독없어 교무실에 있던 선생님들과 콩 한쪽도 나눠먹는다는 마음으로 먹자며 나눠 먹었답니다. 교무실이 커서 물론 모든 분들께 드리지는 못했습니다.
머핀 굽는 이야기도 아이들에게 대학시절 컨닝 했었던 이야기를 쓴 편지 이야기도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 다 아시지만 새삼 또 올리는 것은 학교를 향한, 교사들을 향한 시선이 제가 구운 머핀의 온기처럼 조금은 더 따뜻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 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선배님, 동료, 후배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뭐 대단한 거 한다고?’ 하는, 스스로 민망함도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랍니다. 하지만 이런 마음 이해하실런지요?
‘좀 이쁘게 봐주세요.’ 하는 마음.
<좋은생각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위의 글 속 편지에 이어지는 부분, 다들 아는 이야기입니다만 그래도 옮겨왔습니다.^^
아이들에게 머핀뿐 아니라 달콤한 초콜릿도 같이 주고 싶은 마음에 편지에 초콜릿 그림도 넣었답니다.
선생님이 이런 이야기를 했었지?
우리 공주들의 성적은 보지 않았다고. 그래서 선생님은 너희들의 성적을 모른다고. 우리 반에서 누가 공부를 잘하는 지, 누가 공부와 담을 쌓았는지 선생님은 아직 모른다고. 어쩌면 이런 선생님이 너희들 눈에는 게으르거나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선생님은 우리 공주들을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보고 싶어. 공부만이 아닌 다른 많은 것들을 너희들에게서 찾아내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우리 공주들의 진정한 모습에 가까이 가고 싶어. 그렇다고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절대 아니라는 것도 알지?
이쁜 우리 공주들에게 시험을 앞두고 몇 가지만 부탁을 하자.
너희들이 해 온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길, 실수하지 않고 침착하게 해주길 바란다. 열심히 해왔으니 좋은 결과를 얻을 거라 믿어.
그리고 정정당당한 모습으로 시험에 임해주기 바란다. 너무 잘하고자 하는 욕심에 스스로에게, 친구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은 아니었으면 해. 선생님도 대학 시절 컨닝을 해 본 경험이 있어. 한 번도 그런 적 없다고 거짓말은 하지 않을게. 그 땐 선생님 스스로에게 변명을 엄청 해댔었지. 나만 하는 게 아니다, 많은 아이들이 하는데 바보같이 손해 볼 이유가 무엇이냐, 그리고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 등등. 하지만 그 일들은 곧 나를 무척 부끄럽게 했고 후회하도록 만들었어. 그리고 내가 선생님이 되고 아이들에게 컨닝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되고 나니 더더욱 나를 힘들게 하더구나. 내가 시험감독을 하다 컨닝하는 아이에게 훈계를 했다는 말에 선생님의 대학 동창이 이렇게 비웃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 날을 잠을 이루지 못하고 괴로워했던 적도 있어.
"자기도 대학 때 컨닝했으면서 컨닝하는 애를 혼냈단 말이야? 웃긴다."
그것은 내게 있어 정말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게 되었지.
물론 이 이야기는 선생님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야. 하지만 선생님이 우리 공주들에게 선생님의 이런 부끄러운 모습까지 드러내는 이유는 뭘까? 우리 공주들이 선생님과 같은 시행착오는 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야.
'선생'이 '먼저 살아본 사람'아니겠니?
우리 공주들 보다 조금 먼저 살아가면서 우리 공주들이 조금 덜 시행착오를 겪고, 그래서 조금 덜 후회하고 조금 덜 아파하며 더 많이 행복하고 더 많이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이나마 주고 싶은.
사랑하는 공주들.
스스로의 힘으로 느리지만 조금씩 조금씩, 차곡차곡 진정한 자신의 탑을 쌓아가길 바란단다. 그렇게 올라 간 탑을 흔들리지도 무너지지도 않을 거라 믿어.
시험 기간동안 건강 해치지 않도록 조심하길... 사랑한단다.
우리 공주들을 엄청 사랑하는 선생님이 쓴다.
아이들은 집에 돌아가서도 아침에 먹은 머핀이 맛있었다며 문자를 보내왔고 저의 답글은 이랬습니다.
‘쌤의 작은 수고로 공주들이 기쁘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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