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내 아이와 그 아이의 이웃들이 함께 행복하기를

착한재벌샘정 2004. 7. 29. 22:55
 지난 번 칼럼에 MRI로 머리 사진까지 찍었다는 소식을 전하고 난 뒤 컴퓨터가 고장이 났어요. 이 참에 푸욱 쉬라는 뜻인가 보다 하고는 컴퓨터 수리를 하지 않고 있다가 더 이상은 일을 미룰 수 없어 고쳤는데 시간이 좀 걸리다 보니 이제야 글을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며칠 인터넷을 못한 예슬이는 화가 엄청 난 모양입니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인터넷이 불안정하여 한글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오늘 글을 올릴 수 있을지도 장담을 못하면서 글을 쓰고 있답니다. 

저의 머리는 구조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데도 여전히 아프네요. 도대체 원인이 뭘까요?


그 사이 정빈이 까지 방학을 해 저희 세 모녀 모두 방학 중 입니다.

저희는 요즘 아침에 배드민턴을 치러 다니고 있습니다. 6시에 일어나 정빈이가 다니는 학교 운동장에서 아침 운동을 합니다. 오늘은 아랫집에 사는 친구도 아들과 같이 갔었습니다.

정빈이가 방학 숙제 중  하나로 운동 한 가지 배워 오기가 있는데 배드민턴을 선택을 했고 예슬이와 저 또한 운동의 필요성이 대단한 지라 이번 방학 동안 셋이서 배드민턴을 치기로 했답니다.


배드민턴을 치니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쁜 저희 예슬이의 활짝 웃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엄마의 묘한 포즈에 웃지 않을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처음에 산에 올를까도 생각해 보았는데 산에 오르는 것보다 아이와 더 많이 마주보고 웃을 수 있는 것 같아 배드민턴을 선택한 것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깨워 데리고 가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보려고요.

 

그렇게 운동을 하고 돌아와서는 하루 종일 집에서 세 끼 먹는 거 하느라 하루를 다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아이들이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이 번 방학에는 새로운 요리들을 많이 해보자는 것이 계획 중 하나이기도 해 요즘 저희 집 지출 중 식비가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중입니다.


우연히 쿠켄이라는 요리 전문 잡지와 인터뷰를 하게 되어 저희 인터뷰가 실린 8월호를 잡지사에서 보내왔는데 정빈이가 그 잡지에 거의 광분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 책에 나오는 거 다 해보자며 어제는 책에 소개된 밀감 아이스 바를 만들었는데 간단해서 아이가 만들기도 좋고 맛도 있어 어찌나 좋아하던지요.

밀감 아이스 바를 만들고 있는 정빈이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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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니까 소개를 할게요.

재료 : 밀감(또는 밀감 통조림) 350g, 연유 50cc, 종이 소주잔 8개, 플라스틱 미니스푼

방법 : 밀감과 연유를 블랜더에 아주 곱게 갈아 종이컵에 넣고 냉동실에서 얼린다. 2~3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모양이 잡히면 요구르트 떠먹는 작은 스푼을 꽂아 다시 완전히 얼린다.

<쿠켄 8월호 이혜정의 쿠킹 다이어리 중에서>

 

완성 된 사진인데 저희는 작은 스푼이 없어서 나무젓가락을 반 잘라 대용품으로 썼는데 사진 속에는 그것마저도 모자라 그냥 얼린 것입니다. 아주 맛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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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랜만에 저의 ‘좋은 친구’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지난 어버이날 즈음 그 친구, 아참, 제가 그 친구의 별명을 지었습니다. ‘요술램프 지니’라고요. 알라딘에 나오는 요술램프의 요정 아시죠? 왜 그런 별명을 붙였느냐하면 그 친구의 이름을 발음하면 지니와 비슷하고 또 요술램프 속의 거인 지니처럼 다른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램에서 랍니다.


이야기가 약간 옆으로 갔죠?

지난 어버이날 즈음 요술램프 지니(앞으로는 그냥 지니라 하겠습니다)의 어머니께 키홀더를 선물하였다는 것 까지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지니가 저를 가장 기쁘게 해 준 것은 지난 6월 19일 교보문고 강연회 때 지니가 그곳에 와 준 것입니다. 친구 둘과 함께 와 주었거든요.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그런 지니와 지난 화요일에는 함께 양로원에 자원봉사를 다녀왔습니다. 보호관찰소에서 15명의 아이들에게 자원봉사에 참여할 것을 권했고 지니도 참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는 저도 같이 가리라 마음을 먹었지요.

 

출판사에서 알면 많이 섭섭해 할, 하지만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기에 저를 전적으로 이해해줄, 이야기를 여기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요리로 만나는 과학 교과서>에 관한 강의 요청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날짜가 28일이었는데 학교 근무가 있어 안 된다고 했더니 27일은 어떠냐고 하더군요. 잠시 갈등을 했습니다. 그러고는 지니와의 자원봉사를 선택했어요.

자원봉사에는 누가 저보고 오라고 한 것도 아니에요. 사실 27일 아침 보호관찰소에 가니 도리어 모두들 놀라시던걸요. 왜 왔느냐? 정말 같이 가실 거냐? 면서요.

저는 많은 사람들에게 강의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니와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루를 같이 일하면서 서로를 좀 더 알고 가까워 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래서 15명 중 유일하게 지니는 보호자를 데리고(?) 자원봉사에 참여를 하게 되었지요. 저의 잔소리 때문에 그날 참가한 아이들 예상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했답니다. 아이들 속으로 그랬을 거예요.

저 아줌마 도대체 누구야?

지니 샘이라는데 도대체 어디 샘이라는 거야?

왜 따라 와서는 이렇게 귀찮게 구는 거야? 등등

하지만 그날 정말 제가 예상했던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어서 저 스스로는 저의 선택이 탁월했다고 자화자찬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뭐, 이런 사람이라는 건 다 이시죠?


봉사활동이 끝나고 나서는 지니를 저희 집으로 데리고 와 저녁도 같이 먹었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리 맡긴 노트북을 찾으러 갔었는데 오가는 차 안에서 요즘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난 아픈 마음을 이야기 하더군요. 정말 많이 좋아했었나 봐요. 어찌나 마음 아파하는 지 제 마음이 너무 아팠답니다. 그러면서도 눈에 눈물이 덩그러니 맺힌 열여덟 아이의 모습이 그렇게 이쁘고 귀여울 수가 없었어요.

그러면서 우리 탁이 생각도 많이 났었어요. 여자 친구와의 백일 기념일에 제가 우리 탁이의 여자 친구를 위해 시집까지 만들어 선물하고 했었거든요. 손 코팅하느라 손톱이 다 닳아가며 만들어 주었었거든요.


참 순수하고 예쁜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에요. 지니에게 더 멋진 여자 친구가 빨리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제가 만들어 준 휴대폰 케이스가 빛을 발 할테니까요. 제가 지니 여자 친구를 위해 퀼트로 진짜 무지 무지 예쁜(자화자찬이 또 좀 심했나요?) 휴대폰 케이스를 만들었는데 전해주기 전에 헤어지는 바람에 지금 지니에게 있거든요. 새 여자 친구가 생기면 선물하기로 하고요.


집에 온 지니는 저의 디카에 아주 열광을 하더군요. 제가 워낙 사진 찍기를 좋아해 몇 년 전 큰 맘 먹고 디카에 투자를 했는데 보기 드물게 작은 크기와 디자인에 500만 화소라는 소리에 진짜냐고 몇 번이나 묻더니 제가 과일 칵테일을 만드는 모습을 찍기도 하고 자기 자신의 모습을 찍으며 어찌나 신나하던지요.


한참을 디카를 가지고 놀더니 제가 만드는 요리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습니다. ‘김치해물그라탱’을 만들었는데 화이트소스 만드는 것을 신기해하더군요.

“요리는 만드는 것도 재미있지만 누군가를 위한 마음을 담아 전할 수 있어서 선생님은 요리를 좋아해. 우리 지니를 위해 이렇게 맛있는 것을 만드는 지금이 참 기뻐. 지니도 네가 좋아하는 사람, 부모님이나 여자 친구, 나중에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요리를 해주는 사람이었음 좋겠어.”


지니는 제가 만든 요리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처음 먹어보는 것이지만 무척 맛있다고요. 뭐라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다음에 오면 지니가 제일 좋아한다는 비빔밥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을 했어요.


주중에는 저희 집에 텔레비전을 켜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겁도 없이(?) 텔레비전을 켜더니 이러는 겁니다. 뉴스에 나온 사람을 보더니

“아나운서 하던 사람이 장관까지 하고. 좋겠다.”

“그만한 그릇이겠지?”

“샘이 보시기에 제 그릇은 얼마만한 것 같아요?”

“너도 저 사람 정도의 그릇은 돼.”

“전 이미 팍 그였잖아요.”

“그 정도는 네 인생에 아무런 장애도 안돼.”

“아니요. 이런 것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사람 봤어요.”

“물론 몇 몇 직업에는 제약을 받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직업은 너무나 많고 그런 것을 개의치 않는 것들이 더 많아. 특수학교 선생님 어떠니?”

“뭐가요?”

“지난번에 너 누구를 가르치는 것에 관심 있댔잖아?”

“특수학교? 어떤 특수 학교요?”

“그것도 분야가 많지. 딱 어떤 분야를 꼬집어 말하는 것은 아니야.”

“부모님이 장애인이기는 하지만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그것과는 상관없이 하는 이야기야. 선생님은 지니가 남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고 그 중 하나로 네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 관심이 있다니 이야기 해본 거야.”

“제가 말한 것은 그런 선생은 아니었어요. 체육 선생 같은 거 말한 거지.”

“그것도 좋지. 선생님이 특수학교 선생님을 이야기 한 것은 지니는 마음이 따뜻하고 자상한 것 같아서, 그래서 많이 힘든 일이겠지만 참 보람도 있고 네게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야.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네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아. 선생님은 그냥 이런 것도 있다는 것을 제시해 본 거 뿐이고. 그것에 부담을 가지거나 할 필요는 없어.”


그날 지니와 이야기를 참 많이 했습니다. 지니의 부모님은 청각장애인이십니다. 저는 지니를 만나 제가 가지고 있는 편견하나를 깨야했습니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많은 분들 마음속에 아이가 지금의 상황에 이른 것이 부모님이 큰 이유가 되었을 지도, 하시는 분이 계실 겁니다. 솔직히 저는 그랬거든요.

하지만 지니는 저와의 첫 만남에서 부모님 이야기를 가장 먼저 했고, 더더욱 저를 감동시킨 것은 여자 친구를 만난 지 이틀만에 부모님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여자 친구를 부모님께 소개를 시켜드렸다는 겁니다.

10대의 아이들 대부분이 이성 친구를 사귈 때 부모님께 가장 먼저 알리기가 쉽지 않고 그렇게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저는 지니의 그런 행동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신의 폰 속의 부모님 사진을 보여 주며 제게 소개 할 때 지니의 얼굴과 목소리에는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어요.

지니는 부모님을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랍니다. 지니 안에 보물이 여러분들 눈에도 보이시죠?


지니는 축구를 아주 잘하고 좋아합니다. 그래서 저녁을 먹은 뒤 지니에게 이 책을 보여 주었습니다. 지니가 좋아하는 축구 선수 박지성군의 글이 있는 책입니다.


<내 삶을 바꾼 칭찬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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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32명의 사람들의 글이 들어 있습니다. 주욱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의 글도 들어 있고요.

  

좋은 열매는 천천히 피는 꽃에서 맺히는 거란다 / 소설가 이순원

불암아! 노역은 너 이상 할 사람 없다 / 탤런트 최불암

대통령의 칭찬법 / 전 대통령 연설담당 비서관 고도원

고성방가와 성악의 차이 / 한국 예술종합학교 성악과 교수 임웅균

미역국보다 더 따뜻한 말 /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소속 축구선수 박지성

이담에 쟤가 한자리 할 애다 / 두란노 아버지학교운동본부장 김성묵

예쁜 지렁이 글씨 /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상임이사 강명순

가난한 대학생의 일본 연수 / (주)다움생식 회장 김수경

세 분의 선생님 / 세계 YWCA 부회장 박은경

영미의 칭찬일기 / 인천 검단중학교 교사 김상복

예약된 나의 일대기 / 서령착작 대표 김행

사람 살리고 죽이는 말 / 방송작가 박예랑

나의 가족, 나의 힘 / 공병호 경영연구소장 공병호

칭찬 아닌들 내 이만큼 왔을까 / 소설가 김홍신

반장의 꿈 / 소설가, 동화작가 고정욱

바슬리 선생님의 칭찬 같지 않은 칭찬 /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창기

녀석아, 넌 특별하니까! / 소설가 이명랑

학중이 학중이 우리 학중이 / 가정경영연구소장 강학중

대통령 귀도 우리 영미 귀만은 못한기라 / 대구경북여정보 교사 이영미

별을 주는 마음 / 동화작가 정리태

우리 딸, 못하는 게 없네! / 서울대 인문학부 학생 이선양

난 자기 감동으로 산다 / 섬진강 시인 김용택

고슴도치 어머니 / 뉴스메이커 편집장 유인경

낯선 이의 한마디 / 호서대학교 자연과학부 교수 이기영

떠나간 것과 남은 것 / 국립발레단 수석 발레리노 이원국

가슴에 남은 유산 / (주) 만도 사장 오상수

아버지, 감사합니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신화> 저자 홍은영

난 행복한 샐러리맨 / 한국피자헛(주) C&R팀 매니저 전춘식

섬 할머니의 지혜 / 동국대 영상영화학과 교수 유지나


이 책이 출판되어 제게 도착을 한 후 가장 먼저 달려 간 곳이 방송국 텔레북 담당 PD에게였습니다. 이 책의 글을 쓸 수 있게 저를 방송인으로 만들어 준 사람이니까요. 김PD는 같이 글을 쓴 사람들을 주욱 훑어보더니 한 마디 하더군요.

아마도 빵빵한 유명인들 사이에 아주 소박하게(?) 끼여 있는 ‘교사 이영미’에 조금 의외인 모양이었어요. ㅎㅎ

  

지니는 박지성 선수의 글을 다 읽고는 샘 글도 읽어 봐야한다며 책장을 넘기면서 이러더군요.

“샘, 이 소파 진짜 편하네요. 제 폼이 좀 그렇죠?”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책을 읽는 지니를 보면서 우리 탁이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바로 우리 탁이를 위해 샀던 소파였으니까요. 아직도 문득 문득 그 소파에서 우리 탁이의 모습을 보곤 하는데....


우리 탁이를 위해 다섯 개의 의자를 놓은 식탁에서 지니와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우리 탁이를 위해 샀던 소파에 지니와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목이 메여 와 자꾸만 말이 막히는 것을 혹시라도 지니가 눈치 챌까 조바심을 내며

‘이건 우리 탁이만을 위해 산 게 아니야. 우리 탁이의 동생, 그 동생, 그 동생들과 함께 쓸 거야. 그렇지 탁아? 엄마 말이 맞지? 너만을 위해 영원히 비워 두지는 말아야 하는 거지? 너를 잊는 게 아니야. 이 자리에 네 동생들이 와서 앉을 때 너는 영원히 엄마와 함께 있게 되는 거지, 그렇지?’


남편은 제가 올해 ‘좋은 친구 만들기’ 활동을 하는 것을 반대했었어요. 그것도 아주 심하게. 둘이 술집에 마주 앉아 긴 시간을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저는 올해뿐만 아니라 아마 내 인생의 마지막까지 이 일을 하게 될 거라고, 정말 나이가 너무 많아 아이들과 직접 만나지 못하게 되더라도 어떤 방법으로든 이 일과 관련된 일을 하며 살게 될거라고. 그러기 전에 이런 일을 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온다면 더바랄것이 없겠다고.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우리들의 아이들이니까요.


제가 오늘 같이 학교 근무조를 한 선생님과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 아이만 잘 키운다고 그 아이가 잘 살 수가 없어요. 막말로 아무리 내 아이를 잘 키운들 다른 아이들이 제대로 자라주지 못하면 내 아이도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극단적인 예일지 모르지만 얼만 전 유모씨의 사건도 그 예가 될 수있다고 생각해요. 내 아이가 아무리 잘 커도 사회적인 책임의 테두리 밖으로 밀려나 자란 아이들도 내 아이들과 같은 사회에서 살아가게 되잖아요. 그 아이들이 사회적인 반감이 크고 적응을 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그런 아이들이 많다면 그 사회는 모두가 불행해질 수밖에 없을 거니까요.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라는 생각으로 우리가 함께 관심을 가지고 함께 보살피며 가야 할 아이들이 너무 많아요. 제가 특히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많은 것은 아이들의 문제는 거의 대부분 어른들의 문제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 어른들이 사회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아이와 더불어 한 가정에서 한 아이에게만 관심을 가져 줄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그리고 가장 사회적인 관심도가 적다는 것도 그 이유이고요. 굳이 관심이 아니더라도 편견과 왜곡된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아도, 그것만으로도 큰 것이라 부탁하고 싶어요. 그 아이들도 잠깐의 실수로 인해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어요. 그것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기 보다는 그 아이들이 한 행동이 그 아이의 전부인 냥 비난하거나 아이들에게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저는 작년과 올해 아이들을 만나면서 참 많이 감사해요. ‘좋은 친구 만들기’는 아이와 제가 함께 성장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늘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지금은 이렇게 말하지요. 제가 멘토가 아니고 도리어 아이에게 배우고 도움을 받고 있는 멘티랍니다. 저 아이가 저를 도와주는 멘토에요. 이 어리석고 편협한 어른을 깨우쳐 주는 저의 멘토랍니다, 하고요. 지금 제가 만나고 있는 아이 지니는 진짜 제가 뭐 도와주고 말고 할 게 없는, 정말 멋진 아이에요. 도리어 저를 엄청 가르치고 있는 중이랍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살아갈 세상은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세상이기를 바랍니다. 바로 함께 더불어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아이들의 이웃도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언젠가는 우리 탁이를 위해 샀던 소파에 앉을 아이가 없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보호관찰을 받는 아이가 없어서, 더 이상 좋은 친구 만들기라는 프로그램이 존재 할 필요가 없는 날이 와서, 그래서 우리 탁이를 위해 샀던 소파에 와 앉을 우리 탁이 동생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그런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런 날에는 우리의 아이들이 모두, 그리고 그 아이들의 아이들이 모두 함께 행복한 세상을 살게 되리라 믿어봅니다.    


★ 오늘 너와의 이야기는 샘 칼럼에 쓸 거야. 지난 번 메일에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네가 반대하는 일은 하지 않아. 네가 허락한다면 쓸 거야. 지난 번 키홀더 이야기까지는 칼럼에 소개했다고 했었지?


이렇게 오늘 글은 요술램프 지니에게 칼럼에 쓰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지니도 읽게 될 글입니다. 지니가 참으로 멋진 아이라는 것을 여러분들도 아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