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저를 지탱해주는 큰 힘이 되어 주는 아이들

착한재벌샘정 2006. 11. 23. 21:51

어제까지 나무에 매달려 있던 잎들이 밤새 다 떨어져 버려 오늘 아침 풍경이 참으로 낯설었어요. 제가 살고 있는 동네는 나무가 참 많은데 아침 출근길이 너무 낯설어 잠시 당황했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겨울인가 봐요. 유난히 추위를 타는 사람이라 내복을 꺼내 입은 지 오래지만 오늘은 정말 겨울이 온 것이 절절히 느끼는 날씨였습니다. 여러분들이 있는 곳에도 겨울은 와 있겠지요?  

교회에 다니지는 않지만 가끔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 참 좋습니다. 오늘 오후에 그런 시간을 가졌는데 ‘믿음, 사랑, 소망의 사람으로’라는 주제의 좋은 설교였습니다. 그곳에 참석한 사람들이 저와 같이 교사들인지라 목사님은 아이들에게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하는 지를 이야기 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믿음 속에서 사랑을 받은 기억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고, 아이들에게 큰 소망을, 커다란 비전을 가져주라는 말씀을 들으면서 교사로서의 저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슴에 담고 온 말씀, 감사하라.

 

돌아오는 차 안에서 무엇을 감사할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비가 조금씩 오는, 퇴근 길 막히는 도로에서 지금 제가 가장 감사해야 할 것을 찾았습니다. 그건 바로 ‘학생들과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분 중에 한 분이 얼마 전 메일을 보내왔어요.

우연히 블로그의 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자기와 깔깔거리며 잘 웃고 이야기도 재미있게 잘하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교무실을 돌아다니던 사람과 헤어져 집으로 갔는데.... 블로그에 올라 온 글을 보고 조금 전 같이 있던 사람이 이 글을 쓴 사람 맞나 싶어 잠시 혼란스러웠다고.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가끔 지나가는 말로, 마치 아는 사람 이야기처럼 하는 것이 자기 이야기였어? 라는.

친한 선배도 가끔 저를 보며 혀를 끌끌 차곤 해요.

“말은 저렇게 해도 지금 속이 속이겠어?”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해도 그 속이 어떨지 짐작이 가.” 등등

 

제가 <~척>을 잘 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학교에서 보여 지는 저의 모습은 결코 씩씩한 척, 즐거운 척, 괜찮은 척 하는 것이 절대 아니랍니다. 그건 진짜 제 모습이랍니다. 그래서 저도 가끔 제가 다중인격이 아닐까, 고개를 갸우뚱해볼 때도 있다니까요, 진짜로.

제가 오늘 가장 감사할 것이 바로 학생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답니다. 저는 학교에만 들어서면 저절로 기운이 솟아요. 걸음도 가벼워지고, 복도에서 아이들이 인사를 하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면서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안녕이라는 인사가 나온답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씩씩ㆍ발랄(어울리지 않은 듯 ㅎㅎ)할 수밖에요. 솔직히 예전에 비해 그 강도가 조금 덜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저는 참 좋습니다. 힘들고 속상한 적은 없냐고요? 왜 없겠습니까? 있지요. 오늘도 지각하는 아이 불렀더니 자기만 미워한다고, 도리어 저를 탓할 때.... 막막한 벽 앞에 서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요. 

오늘 설교 중 한 대목을 가져와야겠어요.

‘문제를 문제로 보는 네가 문제이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문제를 즐겨라.’

아이들과의 문제도 이런 마음으로 다가가보면 늘 길이 찾아지곤 한다는 것을 알기에 목사님의 말씀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아이들과 문제를 해결해 가다 문뜩 뒤돌아보면 아이보다 제가 훌쩍 더 커 있는 것을 볼 때가 많답니다.   

저를 지탱해주는 큰 힘이 되어 주는 아이들. 

 

여기서 저의 <~척> 이야기 좀 할게요.

예전에 정빈이가 반 아이들이 잘난 척 한다고 놀린다고 할 때 제가 그랬다고 했었죠?

“나는 잘난 척 하는 것이 아니고 진짜 잘 났어.”라고 말해보라고.

그런데 제가 정말 <~척>을 잘 하는 사람이랍니다.

제일 먼저, ‘이쁜 척, 귀여운 척’입니다. 특히 남편에게. 며칠 전 정빈이가 그러더군요.

“어머니는 저에게 말씀 하실 때 하고 아버지에게 말씀하실 때가 왜 그렇게 달라요?”

“어떻게?”

“아버지에게 말씀하실 때는 이렇게(입가에 손을 가져다 살랑살랑 흔들면서) 소곤소곤(이 때 표정을 못 보여 드리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하시잖아요?”

“그거야 뭐..... 사랑하니까.”

“네에~~~? 으~~~~으으으 닭살. 너무 닭살이라 제가 닭이 될 지경이에요.”

솔직히 남편에게 이야기 할 때는 심하게 닭살이라 참아 주기 힘들다는 사람, 엄청 많은 게 사실입니다.

한 번은 방송 때문에 담당 PD, 작가와 함께 의견이 좀 달라 큰소리가 나기 일보 직전까지 가 있는 순간에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곧 폭발할 듯이 팽팽히 의견이 대립되다가 갑자기 전화통에다 대고 코맹맹이 소리를 해대는 저를 두 사람이 어이없어 하며 바라보더니 그러더군요.

“정말..... 어찌 그리 180도 달라지실 수 있습니까? 인격에 문제 있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제가 주변의 핀잔을 받아가며 남편에게 이쁜 척을 하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쁜 척이 아니라 진짜 이쁜거라 말하고 싶지만 아무도 인정을 해주지를 않아서리.....귀여운 척은 맞지만....

두 번째 저의 척은 ‘아는 척’입니다. 간혹 저 스스로에게 물어 볼 때가 있어요.

‘너 정말 이중인격자 아니니? 왜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들이 생각하는 내가 이렇게 달라?’

며칠 전 친구가 이렇게 말을 하더군요.

“내가 머리를 감을 때 이렇게 하라고 말해 줬었잖아. 그런데 네가 정말 내가 해보라는 대로 했다는 게 너무 신기해. 솔직히 너에게 그런 말을 하면서도 내가 이런 거 이야기 할 필요가 있을까? 얘는 나보다 아는 게 더 많을 텐데... 내가 이야기 하는 것도 이미 다 알고 있거나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도 훨씬 많이 알고 있을 텐데... 이런 생각을 했었어. 그런데 니가 내가 가르쳐 준 것을 해봤다니까 기분이 이상해.”

또 메일을 보내 온 한 학생은 문장 중간 중간에

‘선생님은 더 잘 알고 계서 이런 게 필요 없을지 모르지만.... 이런 건 이미 다 일고 계시겠지만.... 제가 말씀 안 드려도 다 알고 계시겠지만....등등’을 참 자주 써 놓았지 뭡니까?

그래서 친구에게 그랬습니다.

“내가 아무래도 심하게 아는 척을 하나 봐. 그렇지 않고서야.... 솔직히 내가 얼마나 부족한 부분이 많은, 모르는 것이 많은 사람인데.... 많은 사람들이 그걸 눈치 채지 못하는 것을 보면.... 연기를 잘 하는 건가?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 결국 이건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건데..... 아는 척, 그거 별론데....”


요즘 읽고 있는 책 중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우화 111편으로 소개하는 『장자의 지혜』입니다. 예슬이를 위해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천천히 읽으면서 사색의 시간을 가지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어 저를 위해 산 책입니다. 보통 책 크기의 반만 해 가방에 넣어 다니며 읽고 있는 책인데 잘난 척에 관한 이야기가 있어 소개를 합니다.

 

(출처: 인터넷 교보)

 

잘난 척 하지마라 - 얼굴이 예뻐도 미워 보이고 얼굴이 미워도 예뻐 보인다

진나라 사람 양자가 송나라 여관에 묵게 되었다. 그 여관 주인에게는 여자가 둘이 있었는데 한 여자는 인물이 예쁘게 생겼고, 한 여자는 밉게 생겼다. 그런데 주인은 미운 여자를 귀여워했고, 예쁘게 생긴 여자를 천대했다. 양자가 주인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양자가 이렇게 말했다.

“예쁜 여자는 자기 미모를 과시해 예쁜 줄 모르겠고, 밉게 생긴 여자는 자기 스스로 인물이 못났다는 것을 알고 마음의 덕을 쌓은 탓인지, 나는 그 아이가 미운 줄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양자가 말했다.

“제자들아, 잘 들어 두어라. 너희들도 행실이 어질고 바를지라도 다른 사람 앞에서 스스로 어질고 바른 척 하지 말고, 아는 것이 많아도 남들 앞에서 잘 난척하지 말거라. 그렇게만 하면 누군들 사랑받지 못하겠느냐?


참, 정빈이는 많이 좋아지고 있답니다. 아직 체력이 심하게 떨어진 상태라 학교 갔다 와서 4시부터 잠이 들어 저녁도 먹지 못하고 자고 있는 중이기는 하지만 조금씩 좋아지고 있답니다.

이것 또한 제가 감사해야 할 일이겠지요.

집에 아이, 학교 아이, 모두 저를 참 감사하게 만들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