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여자정보고 2학년 9반 담임 이영미(41)씨는 유별난 교사이면서 유별난 엄마다.
요즘은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반 황미나라는 아이가 학교에서 열린 ‘나의 주장 말하기 대회’에서 1등 했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평소에 목소리도 작고 소극적이던 학생이 당당하게 상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이 내 일처럼 기쁘기 때문이다. 자신없어하던 미나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대회 직접 택시를 타고 달려가 미나가 좋아하는 방송국 피디의 사인을 직접 담은 책을 건넸다.
수줍음이 많은 미나가 혹시 실수를 하지 않을까 반 아이들 전부 가슴을 졸였지만 뜻밖에도 1등을 했다.
“용기를 좀 북돋워줬을 뿐인데 거짓말처럼 당당하게 잘 해내더군요. 이번 일로 아이들 편에 서서 진심으로 용기를 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습니다.”
이씨는 중간고사 첫날 아침은 직접 빵을 구워 반 아이들한테 나눠준다. 아침밥을 거르고 나온 학생들을 위해서다. “성적이 중요하니까 시험을 잘 쳐야 한다는 말 대신 교사가 구운 따뜻한 빵을 먹은 아이들은 엇나갈 수가 없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집에서도 유별난 엄마다. 과학 교사인 그는 부엌에서 요리를 하면서 중3과 초등학교 2학년인 딸들에게 자연스럽게 과학 원리를 가르친다. 샌드위치 재료인 빵과 달걀, 햄, 치즈를 쌓으면서 퇴적암을 설명하고, 숟가락을 들여다보며 오목렌즈와 볼록렌즈의 원리를 이야기해 준다. 최근에는 이런 경험들을 모아 ‘요리로 만나는 과학 교과서’라는 책을 펴냈다.
2001년 주변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얘기를 엮은 ‘작은 친절’ 이후 5번째 펴낸 책이다. 작가로 데뷔하기 전부터 학교에서나 집에서도 유달리 책 읽기를 강조하는 ‘책 전도사’로 통하다 보니 지역 방송국의 책 소개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또 하나 마음을 쏟는 일이 있다. 한국청년연합회(KYC)에서 꾸리는 ‘좋은 친구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호관찰을 받아야 하는 청소년들의 친구인 멘토가 돼주는 일이다. 지난 한햇동안 한 달에 두번 정도 만나면서 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됐던 학생이 얼마 전 교통사고를 숨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 일로 방송 일도 접고 몇 달 동안 힘들어하다가 최근 새로운 학생을 친구로 맞았다. 아직은 그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문자메세지를 보내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중이다.
이쯤되면 흔히 말하는 ‘슈퍼우먼’으로 불릴만도 하지만 그는 그저 “선생이나 엄마로 열심히 사는 것 뿐이다”고 말한다.
대구/글·사진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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