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울게 만들어 주는 사람

착한재벌샘정 2004. 4. 10. 11:04
 며칠 전부터 끙끙대고 앓았던 이유를 어제서야 알았습니다.

오늘이 바로 1년 전 우리 탁이를 만났던 것처럼 새로운 멘티를 만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만나는 날이 정해졌다는 연락을 받고는 그 때부터 그렇게 지독스럽게 아팠던 모양입니다.

 

남편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펄펄 뛰었어요.

남편에게는 그러마고, 하지 않다고 말해놓고 저는 오늘 아이를 만나러 갑니다. 남편의 마음을 모를 리 없지요. 우리 탁이로 인해 너무 많이 아파한 것은 비단 저뿐만이 아니었으니까요.

 

친구들도 말렸어요. 하지 말라고. 아니, 1년만이라도 쉬라고. 조금 더 안정이 되면 그 때 가서 해도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저는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오늘 그 아이를 만나러 갑니다.

어떤 아이일까에 대한 상상은 하지 않습니다. 만나서 제게 보여지는 모습으로 그 아이를 조금씩 알아가고 싶으니까요. 그 아이가 어떤 시간을 살아왔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우리 탁이가 참 보고 싶습니다. 올해 제가 만나는 그 친구를 우리 탁이도 함께 만나기로 했었거든요. 저와 둘이서 같이 하자고 했었는데.

 

우리 탁이가 언제나 저와 저의 새로운 친구 곁에 함께 해주리라 믿기 때문에 둘이서 같이 하자던 우리 탁이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습니다.

 

남편도 언젠가는 저의 이 마음을 이해해주고 받아주리라 믿습니다.

 

어제 제가 먼저 문자를 넣었더니 누구냐고 전화가 왔었어요.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인데 우리 탁이와 성도 같고 목소리도 깜짝 놀랄 만큼 비슷했어요. 좋은 친구를 만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저와 저의 새로운 친구와의 만남을 위해 작은 마음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제게는 지금 참으로 큰 용기와 눈물을 꾸욱 참을 수 있는 씩씩함이 필요하거든요. 만남의 장소에 가는 것조차 제게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여러분들은 아실런지요?

 

얼마 전 어느 방송사의 홈페이지에 들렀다 <울리지 않는 바이올린>이라는 제목이 반가워 글을 보았더니 이런 글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 서로에게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울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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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친구가 어느 날 우리 집을 방문했다.

 

그는 얼굴도 잘 생겼으며 건강해 보였고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사람처럼 보였다.

남편과 같이 있는 동안 그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시를 읊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매혹된 나는 

"악기도 다룰줄 아세요?"

하고 물어 보았다.

그러자 그는, "악기요...?"

하더니 한참 무언가를 망설이던 그는 입을 열었다.

 

"실은 바이올린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이 되었지요"

나는 왜 그만 두셨냐고 물었다.

 

"실은 결혼 당시 제 아내한테 바이올린을 켜주었을 때...

제 바이올린 솜씨가 형편없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자기는 바이올린을 정말 잘하는 사람을 몇 안다고 말하더군요. 

무슨 뜻이었는지 알수 있었죠."

 

그 후로 그는 20년 동안 단 한번도 바이올린을 잡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는데...

 

자기 아내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20년 동안이나 바이올린을 잡은 적이 없다고 생각하니 인간이란 참 상처받기 쉬운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의 남편도

얼마나 많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숨기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정말 그사람은 노래를 아주 잘했다.

그런데 그는 자기 집에서 편한 마음으로 노래를 할수 없다 했다.

아이들도 싫어하고...

아내는 너무 시끄럽다고 한다고....

 

나는 진정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렇듯 정감있고 사랑이 넘치는 노래를 어째서 그사람의 아내와 아이는 들어주지 않는지 이상할 정도였다.

 

설사 자기의 남편이 노래를 음정이 틀리게 부른다 해도 가슴에 사랑이 있다면 기꺼이 들어주고 만족해 하는게 도리가 아닐까?

 

언젠가 남편이 쉬는 날 집에서 조그만 의자를 만들었다.

값비싸고 고급스런 의자와는 달랐지만 나는 그것이 나름대로 큰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 마음을 전해주는 방법은 그저 아무 말 없이 그 의자에 앉아서 기뻐해 주는 것이 전부였다.

 

남편이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자랑삼아 얘기할 때, 그것이 다소 지루할지라도 조금은 감탄하며 들어주는 것 역시 그에 대한 작은 사랑이자 배려라고 생각해 왔다.

 

이렇듯 가정이란 별것 아닌 작은 이야기도 자랑삼아 나눌 수 있고

받아 들일 수 있는 다정하고 관대한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볼품 없고 조잡한 의자는 당신이나 앉으라"

는 말로 남편을 외롭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그런 의미 없는 말들은 남편의 가슴에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하나 더 보태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사람이 돌아간 후...

나의 남편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울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구..."

 

내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울게 해 주었다는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계속되는 한 내 마음속에도 역시 울지 않는 바이올린이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