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산타를 기다리지 말고 산타가 되어보자

착한재벌샘정 2003. 12. 17. 03:02
아침 출근길에 언뜻 미국의 학부형들 사이에 크리스마스에 선생님들께 과다한 선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더군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며칠 전 동생과의 전화가 생각났습니다.

"방학이 늦어져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이가 학교에 가니 엄마들이 선물 때문에 고민이라고들 해. 그런 소리 들으니까 나도 은근히 걱정이 되는 게, 언니 새책이 그 전에 나오면 나는 그걸로 했으면 해서. 언제쯤 나오나 싶어서 전화해 본 거야. 그 정도는 해도 되지?"

그 소리에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아, 그런 고민이 또 생겼구나. 학부형이기도 하고 선생이기도 한 저는 방학이 늦어져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이가 학교에 가고 저도 출근을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것과 '선생님께 선물'이라는 쪽으로는 전혀 연결해 보지 않았거든요.

'이거, 아이들 수업 결손을 막아보자고 하다가 학부형들의 부담만 늘게 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지만 설마, 크리스마스 때에 아이의 선생님께 선물한다는 생각을 할까, 하면서 동생과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유난하기는' 하고 가볍게 넘겼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집 앞의 서점에 들었다가 그게 '유난한' 사람, 몇몇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구, 팬시점을 겸하고 있는 그곳에서 많은 엄마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학교에서 계획하고 있는 각종 이벤트를 위한 선물을 고르느라 고심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선생님이 산타가 되어 선물을 주고 싶으니 학급 아이들의 수 만큼 선물을 마련해 보내달라고 해 속은 상하지만 거절할 수도 없어 선물 준비에 머리가 터질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저희 집도 교회에 다니지는 않지만 예쁘게 장식한 나무를 거실 한 쪽에 세우두고 있고 어제는 정빈이의 징글벨에 맞춘 신나는 춤 파티도 있었습니다. 빨래 담는 분홍색 플라스틱 바구니를 제 엉덩이에 갖다대고는 절보고 엉덩이춤을 추라고도 하더군요. 어제 마침 연세가 구십이 넘으신 저의 외할머니께서 저희 집에 다니러 오셔서는 정빈이의 신명이 대단하다며 즐거워하시기도 했답니다.

이렇게 누구에게나 크리스마스는 즐거움, 기쁨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그저 산타할아버지로부터 선물을 받는 날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크리스마스의 가장 큰 의미는 "나눔"일 겁니다. 아이가 원하는 선물을 받게 되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지만 우리의 아이들에게 자신이 누군가에게 산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눔의 기회를, 그 기쁨을 알게 해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물론 산타의 존재를 믿게 하는 것, 언젠가는 알게 될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위해 선물을 마련하고 잠든 아이 머리맡에 선물을 가져다 놓는 것도, 그래서 산타가 진짜 있다는 것을 알고 기뻐하는 아이를 보는 것도 부모로서 정말 기쁜 순간이지요.

하지만 저는 이 나이에도 진짜 산타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우리 전부의 마음에 산타는 있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언젠가 방학을 앞두고 제가 저희 학교 교장 선생님께 크리스 마스 선물을 달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사석에서 농담삼아서요. 왜 내가 이 선생에게 선물을 해야하느냐는 하시기에 제가 그랬습니다.
"산타라는 존재가 뭘까요? 산타할아버지는 가진 자가 아닐까요? 그건 물질일 수도 있고 넉넉한 마음일 수도 있고요. 어느 면으로 보나 교장선생님이 저보다 더 많이 가지셨으니 저에게 베푸셔야 하잖아요. 선물 주세요."허허 웃으시더군요.

아이를 위해 수고해 주신 선생님이고 학년말이니 학기초의 촌지와는 성질이 다른 진정한 감사의 마음이야, 하는 생각에서 선생님께 선물을 생각하시리라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보다는 정말로 선물이, 굳이 물건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곳이 많을 겁니다.

이 번 크리스마스에는 아이들과 함께 산타를 기다리지 말고 산타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도 여러 이벤트를 준비한다고들 하는데 생각을 조금만 넓힌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나눔의 기쁨을 경험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아래 글은 맘스쿨(http://www.momschool.co.kr/)에 올렸던 글인데 '선물'이라는 주제의 글이라 옮겨 와 보았습니다.

여러분들 모두 건강하고 따뜻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바랍니다.

개구쟁이 해리! 장미꽃 무늬는 촌스러워요.

글 / G. 자이언 그림 / 그래엄 옮김 / 임정재 출판사 / 언어세상

아이들은 강아지를 너무 좋아하죠?
저희 집도 강아지 키우자고 매일 거의 전쟁(?)을 하다시피 한답니다.
시골에 있는 할머니 댁에 강아지가 있어 주말이면 강아지와 함께 놀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요.

'해리는 검은 점이 있는 하얀 강아지입니다.'
로 시작하는 이 책은 "목욕은 싫어요." "바다괴물로 변하다"와 함께 3권의 해리 시리즈 그림책 중 한 권입니다.
이 책들은 부부의 손으로 탄생한 그림책이라고 하네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강아지 해리를 주인공으로 하여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벌어지는 일상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지요.
아마도 외국에서는 애완견을 많이 키우니 그런 친근감으로,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애완견을 키우고픈 심정에 개구쟁이 해리 시리즈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해리의 행동이 아이들과 "어쩜 이렇게 똑같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아이들의 심리와 행동 묘사가 뛰어난 책입니다.
본문을 살짝 한 번 볼까요?

스웨터는 따뜻하고 포근했습니다.
하지만 해리는 여전히 장미꽃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장미꽃 무늬는 아무리 봐도 너무 촌스러웠거든요.
다음 날, 해리는 꽃무늬 스웨터를 입고 아이들과 함께 시내에 갔습니다.
해리를 본 사람들은 깔깔대며 웃었고, 다른 개들도 멍멍멍 짖으며 놀렸습니다.
해리는 할머니가 사 준 스웨터를 버리기로 결심했어요!

애완동물용품 센터, 식품점, 꽃집에서 스웨터를 슬쩍 버리지만 친절한 사람들이 해리의 마음도 모르고 스웨터를 해리에게 돌려줍니다.
해리는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지요.
그러다 우연히 실 한 가닥이 풀려져 나온 것을 보고 실을 당기에 되고 그 실을 새가 물고 날아 가버립니다.
해리의 장미꽃 무늬 스웨터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해리의 스웨터는 예쁜 새둥지가 되지요.
해리는 크리스마스에 할머니로부터 마음에 꼭 드는 점박이 무늬가 있는 하얀 스웨터를 선물로 받게 되면서 이야기가 끝이 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물건을 가지고 투정하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선해지는 그림책이랍니다.
연한 오렌지 빛이 도는 종이에 그려진 그림들도 마음을 따듯하게 해주고요.
하지만 이 그림책은 몇 가지 아쉬운 점을 남깁니다.
우선 제목입니다.
"촌스럽다"는 말, 어떠세요?
아이와 함께 책을 고르면서
"장미꽃 무늬는 촌스러워요? 라는 게 있네. 재밌겠다"라고 했을 때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요? 그리고 아이들이 이해할까요?
제 생각에는 이 말은 어른들의 용어가 아닐까 합니다.
6살인 저희 둘째는 제가 이 책을 읽어주자 맨 먼저
"촌스러워요, 가 뭐예요?"라고 묻더군요.
국어 사전에 '촌스럽다'는 '촌사람 티가 난다'라는 정도로 나와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개념을 언어로 설명해 주기 어려울 때가 많잖아요.
아이들이 자라면서 느낌으로 저절로 이해가 되기를 기다려야만 하는…….
'촌스럽다'도 그런 종류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유아들에게도 읽어 줄 책의 제목으로 '촌스러워요'라는 말보다는 '싫어요', '마음에 안 들어요', '속상해요' 등 아이들이 일상으로 쓰는 말들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아쉬워 해봅니다.
다음은 이 그림을 봐 주세요.

안테나에 앉아 있던 새가 실을 당기며 장난치는 해리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이유를 눈치채셨나요?
새는 해리의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중이죠?

그리고

할머니한테 편지가 왔어! 내일 할머니가 오신데!

할머니 한테 편지가 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할머니에게 편지를 보낸 것으로 편지를 받을 사람이 할머니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할머니에게서 편지가 왔어, 할머니께서 편지를 보냈어 라는 말이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참 작은 것 같지만 이런 것은 정말 중요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새로운 책 한 권이 주는 파급 효과는 대단하죠? 한 권의 책이 그 다음 책을 고르는 나침반이 되어 줄 때가 많잖아요.
이 책이 저에게 이런 도움을 주었네요.

◈ 기념일에 대해 알아보아요.

해리의 생일 날, 할머니가 장미꽃 무늬 스웨터를 선물로 주셨어요.

크리스마스날, 해리는 할머니에게 선물을 받았어요.

아이들과 함께 가족들의 생일, 어머니 아버지 결혼 기념일을 알아보고 또, 가족들의 띠가 무엇인가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크리스마스뿐만 아니라 설날, 추석 등의 명절과 삼일절과 같은 국경일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좋구요.
주제별로 책을 찾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고요.
생일과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책들은 집에 많이 있을 겁니다.

◈ 선물에 대하여 함께 이야기 해보아요.

하지만 해리는 하나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해리의 마음에 꼭 들었습니다.

선물을 받았을 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아이들과의 대화 실마리로 괜찮겠죠?
하지만 그 선물을 고르고 마련한 사람의 입장을 한 번 생각해 볼까? 하며 이런 책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어떨까요

⊙ 토끼 아저씨와 멋진 생일 선물

여자아이가 토끼 묻습니다.

"저는요, 엄마가 좋아하시는 걸 선물하고 싶어요."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색깔로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그림책이죠.
"우리 엄마는 빨간색을 좋아해요."
"빨간색을 선물할 수는 없잖아."
"그러니까 무엇이 빨간가요?"
"빨간 속옷"
"빨간 속옷은 마음에 들지 않아요."
빨간 지붕, 홍관조, 빨간 불자동차 등 빨간 색으로 된 것들을 찾다가
"그럼 사과는 어떨까?"
"맞다! 바로 그거예요. 우리 엄마는 사과를 좋아하세요."
이런 형식으로 엄마가 좋아하는 색깔에 맞추어 선물을 준비하는 내용입니다.
아이는 토끼의 도움으로 빨간 사과, 노란 바나나. 청실배, 파란 포도를 준비하지요.

⊙ 곰 아저씨에게 물어보렴

엄마 생일 선물을 구하려고 집을 나선 대니.
암탉, 거위, 염소, 양을 만나고 소를 만납니다.
저마다 다들 자신의 것을 줄테니 그걸로 치즈를 만들고 양털 이불을 만들고 우유와 크림을 만들라합니다.
만나는 동물들마다 선물을 구하러 함께 가주지만 나중엔 모두가 지쳐서 '곰 아저씨에게 물어보렴'이라고 말하고는 돌아가 버립니다.
대니 혼자 곰 아저씨를 만나러 가지요.
곰 아저씨는 자기는 줄게 없다고 하면서, 귓속말로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귀한 선물을 알려줍니다.
대니가 준비한 선물은 바로 이거죠.

대니는 엄마를 꼬옥 껴안아 주었어요.
'이게 내 선물이에요, 엄마!'

위의 두 권은 선물을 선택하는 과정을 그린 책들이죠.
이처럼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할 때 그 선택이 간단하지 않다는 걸 아이들에게 아이들과 이야기해보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물건들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이야기를 유도해 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할 때는 내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선물을 받을 사람이 좋아하고 필요한 것으로 골라야 한다는 이야기도요.

⊙ 아빠는 너무해

이 책을 여기에 함께 소개한 이유가 있답니다.
너무 바쁜 아빠.
그래서 아들 에밀의 생일날인 걸 깜빡 잊고는 선물을 사무실에 두고 온 것을 집 앞에 와서야 알게 된 아빠.
다시 사무실로 가 선물 상자를 들고 오지만 너무 늦어 버스도 끊겨버렸고 눈이 내리기 시작해 택시도 잡히지 않고.
결국 아빠는 눈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지요.

"엄마 이리 와 보세요! 눈사람이에요."
"생일 축하한다, 얘야!"
"등뒤에 뭘 감추신 거예요?"
눈사람이 되어 에밀의 선물을 들고 온 아빠.
선물과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면서 제가 아이들에게 가장 주고 싶은 것이 바로 "나누는 기쁨, 주는 행복"이랍니다.
전 이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아요.

⊙ 남이와 빼뺑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남이와 빼뺑이는 크리스마스에 서로에게 선물을 하고 싶지만 둘 다 선물 살 돈이 하나도 없습니다.
남이는 자신이 아끼며 모은 구슬을 빼뱅이의 기차에 태울 나무 인형과 바꾸고, 빼뱅이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기차를 남이의 구슬을 넣을 수 있는 상자와 바꾸어 옵니다.
괘종 시계가 종을 울려 자정을 알리고 그들은 선물을 풀어봅니다.
상자를 받은 남이에게는 구슬이 없고, 기차 운전사 인형을 받은 빼뺑이에게는 이제 기차가 없습니다.

"어쩌면 좋을까?
어쩌면 좋을까?"
하고 있는 그들에게 선물 가게 아저씨가 두 개의 선물을 내밀죠.
남이의 구슬과 빼뺑이의 기차입니다.
남이와 빼뺑이가 자신이 가장 아끼는 것으로 서로에게 줄 선물을 마련하는 따뜻한 마음씨만으로도 이 책은 자꾸 손이 가지만 제가 이 책을 아끼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저씨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바로 남이와 배뺑이의 이 마음때문이지요.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은 화려하고 값비싸고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주려는 마음이라는 것을 남이와 빼뺑 그리고 선물 가게 아저씨를 통해서 알려 줍니다.
자꾸만 크고 좋은 선물을 조르는 우리 아이들, 주기보다는 받기를 원하고 받는데 익숙해져 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책이라 생각됩니다.
오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책장에서 꺼내게 해주기도 하지요.
그리고 남편에게 이번 크리스마스에 어떤 선물을 할까도 생각하게 되구요.
12월 24일은 저희 부부 결혼 기념일이거든요.

⊙ 무지개 물고기

너무 유명한 책이라 소개를 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주면서 느끼는 기쁨.

"네 비늘을 다른 물고기들에게 한 깨씩 나눠줘라.
그럼, 넌 바다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고기가 되진 못하겠지만, 지금보다 훨씬 행복해 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