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 언뜻 미국의 학부형들 사이에 크리스마스에 선생님들께 과다한 선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더군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며칠 전 동생과의 전화가 생각났습니다. "방학이 늦어져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이가 학교에 가니 엄마들이 선물 때문에 고민이라고들 해. 그런 소리 들으니까 나도 은근히 걱정이 되는 게, 언니 새책이 그 전에 나오면 나는 그걸로 했으면 해서. 언제쯤 나오나 싶어서 전화해 본 거야. 그 정도는 해도 되지?" 그 소리에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아, 그런 고민이 또 생겼구나. 학부형이기도 하고 선생이기도 한 저는 방학이 늦어져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이가 학교에 가고 저도 출근을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것과 '선생님께 선물'이라는 쪽으로는 전혀 연결해 보지 않았거든요. '이거, 아이들 수업 결손을 막아보자고 하다가 학부형들의 부담만 늘게 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지만 설마, 크리스마스 때에 아이의 선생님께 선물한다는 생각을 할까, 하면서 동생과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유난하기는' 하고 가볍게 넘겼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집 앞의 서점에 들었다가 그게 '유난한' 사람, 몇몇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구, 팬시점을 겸하고 있는 그곳에서 많은 엄마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학교에서 계획하고 있는 각종 이벤트를 위한 선물을 고르느라 고심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선생님이 산타가 되어 선물을 주고 싶으니 학급 아이들의 수 만큼 선물을 마련해 보내달라고 해 속은 상하지만 거절할 수도 없어 선물 준비에 머리가 터질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저희 집도 교회에 다니지는 않지만 예쁘게 장식한 나무를 거실 한 쪽에 세우두고 있고 어제는 정빈이의 징글벨에 맞춘 신나는 춤 파티도 있었습니다. 빨래 담는 분홍색 플라스틱 바구니를 제 엉덩이에 갖다대고는 절보고 엉덩이춤을 추라고도 하더군요. 어제 마침 연세가 구십이 넘으신 저의 외할머니께서 저희 집에 다니러 오셔서는 정빈이의 신명이 대단하다며 즐거워하시기도 했답니다. 이렇게 누구에게나 크리스마스는 즐거움, 기쁨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그저 산타할아버지로부터 선물을 받는 날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크리스마스의 가장 큰 의미는 "나눔"일 겁니다. 아이가 원하는 선물을 받게 되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지만 우리의 아이들에게 자신이 누군가에게 산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눔의 기회를, 그 기쁨을 알게 해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물론 산타의 존재를 믿게 하는 것, 언젠가는 알게 될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위해 선물을 마련하고 잠든 아이 머리맡에 선물을 가져다 놓는 것도, 그래서 산타가 진짜 있다는 것을 알고 기뻐하는 아이를 보는 것도 부모로서 정말 기쁜 순간이지요. 하지만 저는 이 나이에도 진짜 산타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우리 전부의 마음에 산타는 있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언젠가 방학을 앞두고 제가 저희 학교 교장 선생님께 크리스 마스 선물을 달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사석에서 농담삼아서요. 왜 내가 이 선생에게 선물을 해야하느냐는 하시기에 제가 그랬습니다. 아이를 위해 수고해 주신 선생님이고 학년말이니 학기초의 촌지와는 성질이 다른 진정한 감사의 마음이야, 하는 생각에서 선생님께 선물을 생각하시리라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보다는 정말로 선물이, 굳이 물건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곳이 많을 겁니다. 이 번 크리스마스에는 아이들과 함께 산타를 기다리지 말고 산타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도 여러 이벤트를 준비한다고들 하는데 생각을 조금만 넓힌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나눔의 기쁨을 경험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아래 글은 맘스쿨(http://www.momschool.co.kr/)에 올렸던 글인데 '선물'이라는 주제의 글이라 옮겨 와 보았습니다. 여러분들 모두 건강하고 따뜻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바랍니다. ![]() 글 / G. 자이언 아이들은 강아지를 너무 좋아하죠?
이유를 눈치채셨나요? 새는 해리의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중이죠? 그리고 할머니한테 편지가 왔어! 내일 할머니가 오신데! 할머니 한테 편지가 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할머니에게 편지를 보낸 것으로 편지를 받을 사람이 할머니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할머니에게서 편지가 왔어, 할머니께서 편지를 보냈어 라는 말이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참 작은 것 같지만 이런 것은 정말 중요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새로운 책 한 권이 주는 파급 효과는 대단하죠? 한 권의 책이 그 다음 책을 고르는 나침반이 되어 줄 때가 많잖아요. ◈ 기념일에 대해 알아보아요. 해리의 생일 날, 할머니가 장미꽃 무늬 스웨터를 선물로 주셨어요. 아이들과 함께 가족들의 생일, 어머니 아버지 결혼 기념일을 알아보고 또, 가족들의 띠가 무엇인가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 선물에 대하여 함께 이야기 해보아요. 하지만 해리는 하나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선물을 받았을 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여자아이가 토끼 묻습니다. "저는요, 엄마가 좋아하시는 걸 선물하고 싶어요."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색깔로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그림책이죠. "우리 엄마는 빨간색을 좋아해요."빨간 지붕, 홍관조, 빨간 불자동차 등 빨간 색으로 된 것들을 찾다가 "그럼 사과는 어떨까?"이런 형식으로 엄마가 좋아하는 색깔에 맞추어 선물을 준비하는 내용입니다. 아이는 토끼의 도움으로 빨간 사과, 노란 바나나. 청실배, 파란 포도를 준비하지요. ⊙ 곰 아저씨에게 물어보렴 엄마 생일 선물을 구하려고 집을 나선 대니. 대니는 엄마를 꼬옥 껴안아 주었어요.위의 두 권은 선물을 선택하는 과정을 그린 책들이죠. 이처럼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할 때 그 선택이 간단하지 않다는 걸 아이들에게 아이들과 이야기해보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물건들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이야기를 유도해 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할 때는 내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선물을 받을 사람이 좋아하고 필요한 것으로 골라야 한다는 이야기도요. ⊙ 아빠는 너무해 이 책을 여기에 함께 소개한 이유가 있답니다. "엄마 이리 와 보세요! 눈사람이에요."눈사람이 되어 에밀의 선물을 들고 온 아빠. 선물과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면서 제가 아이들에게 가장 주고 싶은 것이 바로 "나누는 기쁨, 주는 행복"이랍니다. 전 이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아요. ⊙ 남이와 빼뺑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남이와 빼뺑이는 크리스마스에 서로에게 선물을 하고 싶지만 둘 다 선물 살 돈이 하나도 없습니다. "어쩌면 좋을까?하고 있는 그들에게 선물 가게 아저씨가 두 개의 선물을 내밀죠. 남이의 구슬과 빼뺑이의 기차입니다. 남이와 빼뺑이가 자신이 가장 아끼는 것으로 서로에게 줄 선물을 마련하는 따뜻한 마음씨만으로도 이 책은 자꾸 손이 가지만 제가 이 책을 아끼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저씨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바로 남이와 배뺑이의 이 마음때문이지요.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은 화려하고 값비싸고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주려는 마음이라는 것을 남이와 빼뺑 그리고 선물 가게 아저씨를 통해서 알려 줍니다. 자꾸만 크고 좋은 선물을 조르는 우리 아이들, 주기보다는 받기를 원하고 받는데 익숙해져 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책이라 생각됩니다. 오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책장에서 꺼내게 해주기도 하지요. 그리고 남편에게 이번 크리스마스에 어떤 선물을 할까도 생각하게 되구요. 12월 24일은 저희 부부 결혼 기념일이거든요. ⊙ 무지개 물고기 너무 유명한 책이라 소개를 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네 비늘을 다른 물고기들에게 한 깨씩 나눠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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