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영어 전도사가 된 엄마

착한재벌샘정 2003. 6. 19. 08:57
지금 제가 꿈꾸고 있는 것 중에는 영어와 관련이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번역 일을 하는 것과 동시 통역사가 되는 것입니다. 많이 벅차 보이는 것들이지요.

하지만 전 그것들을 꿈꾸며 나날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되겠다는 건 아니고 한 10년이나 20년 쯤 뒤에요.

흰머리가 반쯤 섞인 머리를 단정하게 뒤로 묶고 제가 지금은 싫어하는 샤넬 라인의 단정한 투피스를 입은 저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나이 든 여자를 취직 시켜줄 직장이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나이가 들어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모습 중의 하나이지요.

또 다른 일은 제가 좋아하는 그림책의 번역입니다.

외국 책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일도 좋지만 저희 나라의 곱고 아름다운 책들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하고 싶지요.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접고 살고 있는 그림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제가 그린 그림의 그림책을 가져도 보고 싶습니다.

전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겠다는 꿈보다는 제가 무엇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사는, 어찌보면 철딱서니 없는 엄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영어를 다시 시작한지 이제 4년째가 됩니다.

처음 영어를 다시 시작할 때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앞으로 한 10년은 치열하게 매달릴 무엇인가가 있겠구나.

그것이 절 더 들뜨게 했었던 걸 기억합니다.

그냥 머물러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 작고 예쁜 핸드백을 치워 버리고 학창 시절을 기억나게 하는 큰 가방을 사면서 그 속에 넣고 다닐 책들을 생각하며 설레었던 시간.

필통을 사고 그 속에 넣을 펜 한 자루도 이걸 고를까 저걸 고를까 고민하고 책갈피도 마련하고 연필을 살까 샤프를 살까도 고민하고 매일 같이 서점에 들러 책들을 구경하고 사전을 고르느라 고민하기도 했던 시간들.

너무 어려운 책(남들이 쉽다고, 기초라고 해서 샀건만)들을 펼쳐 놓고 한숨으로 밤을 지새우며 절망하기도 했었던 시간들도 있었습니다.

소형 녹음기를 산 날은 신문 기자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하고.

녹음 된 제 목소리에, 그 우스운 발음과 억양에 제가 눈물이 나도록 웃기도 하고.

이어폰을 끼고 동네 산책을 다니기도 하고.

그렇게 지내 온 시간들이다 보니 어제는 교무실에서 '하리수'가 누군지 모른다고 말을 했다가 핀잔을 듣기도 했네요.

몇몇 사람들은 절 '영어 전도사'라 부릅니다.

전 교회라고는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선물 때문에 12월 한 달만 다니곤 했던 기억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저의 영어 전도 실력이 꽤 괜찮은 모양입니다.

며칠 전에는 제 앞자리의 선생님이 드디어 '나, 영어 시작했어.'라며 쑥스러운 웃음과 함께 발표(?)를 해 저를 기쁘게 하더이다.

제가 입만 떼면 영어 하라고 졸라댔는데 이제야 마음을 먹었나 봅니다.

책도 제가 대신 사다 주고 테이프도 제 것 갖다 주고 제가 더 신나서 며칠을 흥분했었습니다.

저보다 몇 년 선배님인데 저보다 출발이 좋은 분이니 조만간 제가 추월을 당할지도 모르겠다는 약간의 불안감(?)도 없지 않습니다. ㅎㅎㅎ

그래도 전도의 효과가 있어 어찌나 기쁜지요.

제 동생도 33살에 영어 때문에 망설였던 외국어대 중문과 편입을 결심했답니다.

중문과를 가려고 해도 영어 시험은 필수라 하더군요.

방학동안 저와 함께 영어 공부를 할 계획입니다.

자기 말로 중학교 1학년 수준이라며 끙끙대고 있는데 내년 후반기에 편입 시험을 칠 계획을 가지고 1년을 영어에 목숨(너무 심한가요?)을 걸어 보려고 하는군요.

덕분에 저도 토플이니 토익이니 텝스니 이런 것에 관심을 가져 보게 되었구요.

저의 친정 어머니
"이러다가 나까지 영어 하게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고 하시는군요.

제 영어 전도의 효과는 우리 집 아이들에게 가장 확실한 효과로 나타나고 있어 그게 가장 기쁩니다.

게다가 드디어 우리 집 유일한 남자까지도
"여보, 영어 하려면 무슨 책을 볼까?"하는 게 아닙니까?

그래서 울 남편도 지난 일요일에 영어 듣기 시험을 쳤답니다.

"영어 하려면 책을 볼게 아니라 소리를 들어야 돼요. 우선 얼마나 실력이 되는지 한 번 봅시다."하면서 말입니다.

난이도를 높여 시험을 쳤더니…….

잘한다고 뻐기면서 마누라 영어 공부를 아주 우습게 여기던 그 남자 코가 또 한 번 납작해졌지요. 억수로 통쾌합디다!!!!

혹자는 뭐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영어가 뭐길래 온 집안이 난리냐고?

영어 말고도 중요한 것이 얼마나 많은데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전 영어로 인해 30중반에 시들해지려던 제 삶에 활력소를 찾았답니다.

그로 인해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많아졌으니 그런 나무람에도 좀 꿋꿋할 수 있답니다.

아이들과 함께 가는 영어의 길이니 말입니다.

[서점에 가면 이 책 한 번 보세요.]

♥어린이 영어 엄마가 가르쳐라(하)♥

♥어린이 영어 표현♥

♥Hello 베이비 Hi 맘 ♥

위의 책들은 혹시 저처럼 아이들에게 한 마디 두 마디씩 영어로 말을 하는 것으로 영어의 첫 발을 떼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고른 책입니다.

아이들과의 대화가 있는 회화 책이구요 듣고 따라 할 수 있도록 테이프가 있다는 거지요.

2000년 6월, 2000년 8월, 2001년 2월에 나오거나 테이프를 넣어 개정판(맨 위의 것)이 나온 것들이라 제가 처음 영어를 시작할 때는 테이프가 없거나 아직 세상에 없던 책들이지요.

진작에 좀 나왔더라면 제가 큰 도움을 받았을 거라 생각하며 아쉬워 하는 책들입니다.

위의 두 권은 초등학교 아이들과, 마지막 것은 영유아들과의 생활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유용한 표현들이 많이 들어 있답니다.

저의 책은 녹음 된 테이프가 없다는 이유로 아쉬워(?)하면서 탈락 시켰습니다.

영어, 이제 아이들과 마주 하는 한 마디로 시작을 해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