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여행가서도 시험 공부해야 해요?

착한재벌샘정 2003. 6. 9. 11:22
올해만큼 생일 축하를 많이 받아 본 적이 없네요. 광고의 효과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축하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그럼 오늘 이야기를 시작할게요.

예슬이가 만든 영어 신문입니다.

모두 네 쪽으로 되어 있고 저희 가족 신문이 "네잎 클로버"여서 이 신문의 이름 그렇게 하였습니다.

제가 한 역할은 예슬이가 만들어 온 영어 문장들을 약간 손질해 주는 것과 영어 편지 한 통을 써주는 것이었어요.

영어 문장도 대충 의미가 통한다고 생각되면 그대로 두었고 스펠이 틀린 것도 그냥 둔 것도 있답니다.

지금 이 과정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 다시 이 것을 볼 때 아이 스스로가 발견하기를 바라고 그렇게 해서 제대로 알게 된 것이 더 강화되어 기억에 남지 않을까 해서요.

그리고 제 손이 너무 많이 간다면 그 신문의 주인은 제가 되어야 하니 그러면 안 되잖아요.

아래 글은 그 당시 제 마음을 적었던 글이라 옮겨 와 보았습니다.

예슬이가 영어 신문을 마무리 하고 있는 틈을 타서 잠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숙제라고는 이제까지 관심 한 번 가져 주지 않다가 영어라고 관심을 가져 준다면서 투덜거립니다.

아마도 좀 도움을 받을까 싶어 하다가 영어 기사 너무 엉터리인 거 몇 군데 말고(그리고 틈만 나면 강의를 해대는지라 )는 도움을 받지 못하자 좀 열을 받은 모양이니다. 처음에는 도움 필요없다고 했으면서.

"디자인 작업 도와주지 않아 놓고는 나중에 마음에 안든다고 하면 안 되요."하며 볼멘 소리를 합니다.

사실 욕심을 누르느라 힘든 게 사실입니다.

옆에 딱 붙어 앉아 일일이 손을 봐 주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거든요.

디자인은 자타가 공인, 아닙니다. 타는 모르겠고 자는 공인하는 솜씨인지라. 에궁, 오늘도 잘난척 한 번합니다.^_^

그런 마음을 꾸욱 누르고 있는 중입니다.

저희 집 가족 신문이 "네잎 클로버"거든요. 제목 적어 왔는데 조금 열받았습니다.

참는 게,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것이 진정 예슬이를 돕는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래도 자꾸만 비집고 올라 오는 이 욕심, 만만치 않습니다.

늘 이렇게 갈등을 하면서 살게 되네요.

아이는 두 주 가까이 이 영어 신문에 매달려 있었던지라 지난 일요일에 완성을 하고는 기념으로 자장면을 사달라고 할 정도였어요.

아마 힘에 조금 벅찼던가 봅니다.

학교에 가져가는 아이에게
"선생님께 사실대로 말씀 드려야 한다. 어머니께서 조금 도와주었다고, 알았지?" 라는 말도 잊지 않았지요.

다음에는 I made it all by myself. 라고 말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말과 함께요.

아마 신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예슬이는 자신의 영어 실력에 심한 갈증을 느꼈을 겁니다.

정말 멋지게 기사를 쓰고 싶었는데 그걸 영어로 표현하기가 어려우니 자꾸만 더 쉬운 말로 더 쉬운 말로 수정을 해야 했으니 말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영어 신문 만들기는 예슬이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예슬이는 요즈음 중간고사 준비로 바쁩니다. 5월 6일부터 중간고사가 있거든요.

5월 5일이 어린이 날인지라 가족들이 제주도로 여행을 갈 계획입니다.

지난 겨울 정빈이와의 약속이었거든요.
(그 약속이 있는 이야기로 바로 갑니다.)

예슬이는 그 여행을 즐기기 위해 지금 너무나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오후 4시쯤 되는데 그 때부터 저녁 식사시간인 7시까지 꼼짝 하지 않고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하지요.

식사 후에 9시부터 다시 책상 앞에 앉으면 보통 제가 먼저 잠이 들어서 언제까지 공부를 하는지는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예슬이는 누가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정말 열심히 하지요.

토요일 저녁에도 TV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남편 뿐이에요.

"그 동안 정말 공부하라는 소리 안하고 너 키웠다 그지?"했더니

"그런데 정말 잘 자랐죠? 기특해요?"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랬지요.

"그렇지. 기특하기만 하겠니? 자랑스럽기까지 하지. 네가 열심히 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예슬이는 여행가서도 공부를 해야 하는지 묻더군요.

"아니, 전혀 할 필요 없어. 그곳에 공부하러 가는 게 아니야. 쉬러, 재미있게 놀러 가는 거잖아."했더니

"그럼, 그 전에 정말 준비를 다 해놓아야겠네요?"
하며 다시 책상으로 가 앉는 아이를 보며 어쩌면 이 번 여행이 예슬이에게는 또 다른 경험을 하게 해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험이라는 것에 대해, 공부에 대해서 말입니다.

어쩌면 주변에서 말리는 것처럼 시험 직전이니 아이 혼자 남아 있으라 하거나 여행 전체를 여름 방학으로 미루었다면 과연 지금처럼 열심히 공부를 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편도 처음에는 시험 전인데 어쩌지? 하더니 제 생각에 수긍을 해 주더군요.

예슬이는 10등 안에는 들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스스로가 정한 이번 시험의 목표입니다.

예슬이 학교에 심화반 수업이 있나 봐요. 같은 반 친구들이 심화반 수업을 간다고 하드라며 거기에는 정말로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만 가는 거죠? 하며 좀 부러운 듯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요.

그렇게 아이 스스로 내적인 동기들이 강화될 때, 아이는 스스로에게 목표를 줄 것이고 그 목표에 도달하는 자신을 그리며 노력하리라 믿습니다.

참, 예슬이가 공부할 때 혼자 조용히 공부하라고 하는 대신 저와 정빈이가 함께 있거나 남편이 함께 있어 주지요.

저와 정빈이가 너무 시끄럽게 떠는 바람에 가끔은 공부에 방해가 되기도 하지만 혼자 공부하라고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요.

요즈음 예슬이 방에서 정빈이와 저는 『들쑥이와 날쑥이의 종이나라 여행』이라는 책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좀 독특해요.

이야기 중간 중간에 입체 그림을 스스로 완성해야 하거든요.

정빈이는 언니가 공부하는 옆에서 매일 한 두 개씩을 만들며 책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정빈이가 가위질을 힘들어 해 하루에 많이 만들지 못지만 너무 재미있어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것들을 가지고 연극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할핀으로 목과 팔을 움직이게 만든 날쑥이를 정빈이는 너무 좋아합니다.

사진에 정빈이가 팔을 잡고 있는 키가 큰 아이가 날쑥이 입니다. 손코팅지로 코팅을 해서 만들었더니 찢어질 염려가 없어 마음껏 흔들어 대며 놀지요.

너무 떠들어 예슬이의 눈총을 한껏 사다가 결국 쫓겨나기도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