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영어 가족신문 만들기가 준 즐거움

착한재벌샘정 2003. 6. 9. 11:22



                                                                  April 17, 2002

Dear my daughter,

   I am happy to write to you now.

   Today is cloudy and windy. How was your school?

   Two months have already passed since you entered middleschool.Friend is very important in your life. You have to get alongwith your friends.

   You spend all day drawing comics and practicing the flute. Iwish you have more time to read books and study English.And I wish you could prepare for the examination which willbegin soon. We are going to take on a trip in May. I hopeyou'll do your best.

   I love you. I'll love you until the sun disappears in this world.

You know?I'm so proud of you. I feel happy with you.

   Oh, I almost forgot!

Do you know when my birthday is?Remember?

Don't forget it, please.

I hope I'll be given a wonderful present.

   This is about all for today.

                                                                             Love,

                                                                             Mom

예슬이의 영어 수행평가가 『영어로 가족 신문 만들기』랍니다.

위의 편지는 가족 신문에 "어머니로부터 받은 편지"란을 만들고 싶다기에 예슬이에게 오늘 쓴 편지입니다.

예슬이는 기사를 쓰느라 집에 있는 영어 책은 거의 다 뒤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마음대로 쓸 수가 없으니 다른 사람들의 표현을 그대로 옮겨오거나 그 문장들을 보고 조금씩 수정을 해 자신의 표현으로 쓸 때가 많아요.

저 또한 썩 좋은 실력이 아닌지라 멋진 문장을, 그러면서도 예슬이에게 어렵지 않게, 또한 나중에 영어 교재로도 쓸 수 있게 꼭 알았으면 싶다는 것이 몇 개라도 들어가도록 써보고 싶은 욕심까지 있었는데 에고, 실력이 영 마음을 따라 가지를 못하더군요. 그래도 나름대로는 용을 써 보았습니다.

예를 들면, 간단하게
Do you remember my birthday? 해도 될 것을

Do you know when my birthday is? Remember? 로 써보았어요.

Do you know who she is?

Do you know what it is? 라는 응용 구문들을 알았으면 좋겠다 싶어서요.

그러면서 저에게도 많은 공부가 되었어요.

아이들 시험이 다가 오잖아요. 초등학교 때에는 시험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안하고 살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배치고사 때 부터 저도 모르게 한 번씩 그 말들이 나오네요.

중간고사를 앞 둔 어린이날에 여행을 갈 거니까 미리 시험 공부를 좀 해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I wish you have to prepare for the examination which willbegin soon.

이라고 썼더군요. 아마 저도 모르는 사이 "너 꼭 해야 해"라는 마음이 생겼었나 봐요.

그러다 좀 더 완곡한 표현을 찾으며

I wish you may as well prepare ….

이라고 하면 되나? 고민을 좀 해보고,

I wish you could prepare….

가 더 적당한 표현이가? 또 고민. 결국은 편지 쓰다가 영어선생님에게로 뛰어가 물어도 보고.

좀 더 나은 표현이 있겠지만 여기까지가 저의 한계입니다.

I'll love you until the sun disappears in this world.

라는 표현은 언젠가 유아영어 사이트인 쑥쑥에서 보고 너무 멋지다 싶어 써먹어야지 마음먹고 있다가 이번에 아주 유용하게 썼답니다. 그 때는 moon이 었는데 sun 으로 바꾸어 제 마음을 담아 적어 보았어요.

이렇게 저는 요즈음도 다른 사람들의 표현들을 찾아다니고 그걸 써먹느라 바쁘답니다.

이번 가족 신문 만들기는 저희들에게 영어를 즐길 또 한 번의 좋은 계기를 마련해 주었어요.

지난 4월 5일, 정빈이의 앞니가 빠졌답니다.

그래서 가족 신문의 기사 중 하나를 그 이야기로 선택을 하도록 유도(?)했지요.

그리고 이 때다 싶어

"이가 빠지는 이야기"가 있는 책들을 찾아보았습니다.

Arthur's Tooth,

Arthur Tricks the Tooth Fairy,

A New Tooth,

Madlenka,

My Tooth is About to Fall Out,

Where's Your Tooth?,

The Tooth Fairy 등이있더군요.

예슬이는 동생의 이가 빠진 것에 대해 신문 기사를 써야하니 자연 관심을 가지고 책을 보게 되고 정빈이는 그 책들 속의 자신과 같이 이가 빠진 아이의 그림 구경만으로도 재미가 있나 봐요.

그러면서 예슬이와 저는 새로운 즐거움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림책의 내용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로 번역해 새로운 우리만의 번역본을 만들어 보는 것이지요.

Arthur ran to the breakfast table.

아서가 식탁 의자에 앉아 이의 요정이 두고 간 지폐를 흔들고 있는 그림과 함께 시작하는 이 첫 문장 예슬이는

『아서는 황급히 아침 식탁으로 달려갔습니다.』

라고 표현을 하더군요.

이의 요정은 헌 이를 가지고 뭘 하냐, 그럼 돈은 어디서 나느냐 묻는 동생 D.W에게

You ask too many questions? 라고 한 아서의 말을

넌 참 궁금한 것도 많다, 라고 할까 뭐가 그리 궁금한 게 많냐? 라고 할까 를 고민하는 아이를 보며 영어 그림책이 도리어 우리말 공부를 도와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영신씨의 『말 잘하려면 국어부터 잘하고 외국말 잘하려면 한국말부터 잘해라』라는 책 제목이 저절로 떠오르더군요.

▷ '눈알'보다는 '안구'를, '입안'보다는 '구강'을 좋아하는 사람들
▷ 나이, 연령, 연기, 연세, 춘추의 차이점을 외국인에게 어떻게…
▷ 3연패, 내리 졌다는 건지 내리 이겼다는 건지
▷ 쉽게 쓸 수 있는 낱말을 어렵게 만드는 것도 전문가의 몫
▷ 영어사전만 보지 말고 국어 사전도 봐라
등의 소제목들이 아마도 많은 것을 말해 주리라 생각합니다.

동생 이가 빠진 것을 기사로 써 보는 것이 어떠냐고 했더니 예슬이가 대뜸

『내 동생 이가 빠졌어요! 를 제목으로 하고

6살, 내 동생이 첫 이가 빠졌어요.

며칠간 흔들리더니 쏙! 하고 빠졌어요.

꼬마인줄만 알았던 동생이 이가 빠지니 약간 대견스럽네요, 라고 쓰면 어떨까요』

하는데 입이 딱 벌어지더군요.

그래서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 거냐고 했더니 한참 생각해보더니 도저히 자기 실력으로는 안되겠다면서 아주 쉽게, 아주 아주 쉬운 말로 해야겠다면서 아직까지 완성을 못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우리말의 어감에 맞게 표현하는 연습을 하면 우리말을 영어로 표현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거야. 그런데 그렇게 하려니 우리말 실력이 엄청 딸린다는 걸 느끼겠지? 어머니는(어찌 된 일인지 저희 집 두 아이 갑자기 저를 '엄마 엄마'하고 불러대는 통에 아이들과 이야기 할 때 '엄마가' 하던 것을 '어머니가'로 바꾸어 말하고 있는 중입니다.)영어와 우리말 둘 다 언어이니 서로 상호보완 작용을 한다고 생각 해. 네가 생각하고 있는 우리말의 다양한 표현을, 그 의미를 그대로 담으면서도 간결한 영어 문장으로 옮길 수도 있고, 영어의 간단한 문장도 너의 상상력과 우리말 표현 능력을 총동원하여 나름대로의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해."

예슬이와 그림책을 앞에 두고 서로 자신의 표현이 더 적합하고 멋지다고 우겨대며 실랑이를 하는 그 시간이 무척 행복합니다.

정빈이나 볼 것 같은 몇 장 안 되는 그림책을 저희 모녀는 코를 박고 들여다보고 궁리 궁리를 하고, 서로의 표현에 깔깔대며 웃곤 하지요.

만약 그 때, 이 나이에 무슨 영어를, 공부는 애가 하는 거지 엄마가 왜? 라며 끝내 용기를 내지 못했었다면 지금의 이 즐거움을 결코 제 것이 되어 주지 못했을 겁니다.

아이와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천천히 가는 이 길이 제겐 참 감사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