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잠만보, 운동을 시작하다.

착한재벌샘정 2003. 6. 9. 11:22
우와, 정말 춥더군요.

12월의 새벽이 그렇게 춥다는 걸 너무 오랜만에 느껴보았어요.

제 별명이 '잠만보'인 거 다들 아시죠?

이 잠만보가 새벽에 집 앞 공원으로 운동을 나갔지 뭡니까?

새벽에 일로 일찍 집을 나간 남편을 배웅하고는 지난 해 사 두었던 땀복을 꺼내 입고는 집을 나섰지요.

참 일찍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벌써 세 분이나 운동을 하고 계시더군요.

처음에 계획은 공원을 열 바퀴 뛰어서 돌 생각이었는데 한 바퀴를 돌고 나니 이게, 웬일입니까?

숨이 턱까지 차는 것이, 갑작스런 운동으로, 그것도 추운 겨울 날씨에…….

덜컥 겁이 나더군요. 그래서 두 바퀴 째부터는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을 했지요.

그것도 장난이 아니더군요. 운동부족이라는 걸 새삼 새삼 깨달으며 열 바퀴 - 운동장 열 바퀴도 아니고 작은 공원 열 바퀴 -를 겨우 돌았답니다.

이제까지는 늘 일에 욕심을 내면서 운동 할 시간도 아꼈(?)었는데 그 결과 늘어 난 몸무게가 장난이 아닌 겁니다.

저희 집 남자 소원 중에 하나가 제가 처녀 적 몸매로는 돌아가지 않을지 언정 여기서 10kg만이라도 줄이는 것이랍니다.

결혼 할 당시 몸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인지라, 이런 저를 이해를 잘 못하죠.

저희 친정 어머니 저보고 밥도 잘 못 먹게 합니다.흑흑흑

80이 훨씬 넘으신 시어머니조차도 저만 보면

"에구, 예슬이 오마이, 살 좀 빼라. 너무 찌는 거 아이가? 찐 거 보담은 마른기 건강에 좋다."하십니다.

예슬이 통통족이라 할 때마다

"어머니 닮아서 그렇잖아요."합니다.

이 세상에서 제가 통통족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 정빈이.

"어머니, 살 빼지 마세요. 저는 몽실 몽실한 어머니가 좋단 말이에요."하면서 요즈음은 더 나빠진 잠버릇으로 저의 배를 배게 삼아 잠을 잡니다.

저와 90°각도로 누워서는 제 배에 얼굴을 갖다대고는 잠을 자지요. 거의 물침대 수준일겁니다.

이러니 제가 잠을 자도 자는 거 겠습니까?

제가 조금만 움직여도 아이가 깨는 통에 거의 꼼짝 안하고 누워 있어야 하니 말입니다.

"애도 참 더럽게도 키운다."

친정 어머니 말씀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는 대도, 하루가 40시간 정도는 되었으면 좋겠다며 바쁘게 사는 데도 어찌된 일인지 나날이 더 통통족이 되어 가니.

호르몬 이상이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해보아도 별 효과가 없었어요.

그러다 이번에 제가 꼭 하고 싶었던 일에 원서를 내 볼 기회가 생겼는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여기서도 저의 통통족 몸매가 가장 걸림돌이 되게 생겼으니.

저의 특기가 뭔 줄 아시죠?

이것을 기회로 잡아라!

그래서 저희 집 화장실에 있는 칠판, 여기다가 먼저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영미는 진짜 날씬해진다. 날씬해지면 좋은 점

① 또 하나의 꿈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② 12월 24일에 예쁜 드레스 입고 사진 찍어야지.(결혼 기념일입니다.)

③ 건강해진다.

④ 나의 의지력을 Test해 볼 기회다.

⑤ 예전의 옷을 모두 입을 수 있다.

이렇게 적고는 운동을 시작했지요.

훌라우프 돌리기, AB슬라이더(남편이 제발 살 좀 빼라며 사와서는 매일 압력을 가하고 있는 중이었지요.)하기.

동생이 언니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지 않느냐고 그러더군요.

솔직히 예전 같으면 한 달 정도는 확 굶어서 살을 뺄 수도 있어요. 제가 한다면 하는 많이 독한 면이 있는 사람이거든요. 여러분들 너무 겁먹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호호호

하지만 이제는 건강을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그러면서 운동만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비록 면접을 보는 날 까지 목표량을 성공하지 못해 그 일을 할 기회를 갖지 못할지라도 제게 더 중요한 것은 건강이니까요.

그래서 오늘부터 새벽 운동까지 하기로 마음을 먹은 거지요.

늘 운동을 하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어요.

녹음기를 들고 나가는 겁니다.

제의 애장품 중의 하나인 요거요.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하게 되기까지는 좀 적응 기간이 필요할 것 같아 걷기를 당분간 할 계획인데 겨울 새벽을 걸으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더라구요.

돌아와서 메모를 하기에는 좀 벅차고. 그래서 녹음기를 들고 나가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바로 녹음을 해두려고요.

혼자 녹음기 들고 중얼거리며 걷다가 또 다시 "혹시 간첩?"이라는 오해를 받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잠만보의 새벽 운동 시작을 만천하에 알리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