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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올 해 마무리를 지리산 천왕봉 등반으로 계획을 세웠던 남편이 뜻대로 되지 않아 무척 서운해하고 있는 중이라 앞산 등산이라도 함께 해 주어야 마음이 풀어질 것 같아 따라 나섰지요. ![]() 식탁을 거실의 앞 베란다 쪽 창가에 두었는데, 버티칼을 걷고 식탁 의자에 앉으면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멋집니다. 아파트들 사이로 앞산이 눈에 들어오는데 날마다 계절마다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답니다. ![]() 이 식탁에 앉아 창 밖을 보면서, 만두를 먹으면 중국 집에 온 것 같고 돈까스를 만들어 먹으면 멋진 레스토랑에 온 기분이 난답니다. 이런, 또 이야기가 옆으로 갔군요. 저의 고질병입니다. ^-^ 새벽의 찬 공기에 귀와 뺨은 아프고 매일 저 앞산을 오르는 남편 따라 걷느라 숨이 턱에 차 오르더군요. 남편은 정상까지 가자고 하고 저는 중간도 채 오르지 못해 이제 그만 가자고 하고. "그럼 바로 위에 있는 돌탑까지만 가자." 는 말에 다시 걷기 시작을 했지요. 돌탑이 궁금해서 말입니다. 정말 조금 올라가니 산의 중턱 즈음에 엄청나게 많은 돌탑들이 있더군요. 입이 절로 벌어 질 만큼요. 작은 돌멩이들을 쌓아 올린 돌탑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돌멩이를 쌓아 만든 돌탑들. 그 돌멩이 하나 하나 마다 그들의 간절한 소원이 담겨 있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찡해 오더군요. 그 많은 소망들. 남편과 함께 한 참을 돌탑들을 보고 서 있었어요. 언젠가 오늘처럼 산을 오르다가 돌탑을 보고 돌멩이를 올려놓으려 애를 썼었어요. 다른 사람의 소망에 올려 두어야 하는 내 소망.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자 손에 들고 있던 돌멩이를 차마 그 위에 올리지 못하겠더군요. 한 때는 내 돌 위에 다른 사람이 돌을 얹지 못하게 작고 뾰족한 돌을 일부러 골라 얹던 적도 있었는데. 혹여 내 돌 아래에 있게 될 이 돌을 얹은 사람도 그런 마음이었지 않을까? 이 돌멩이에 너무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어 제발 다른 사람이 더 이상 이 위에 아무 것도 얹지 말기를 바랜 것은 아닐까? 결국 돌을 땅에 내려놓고 돌탑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내 작은 소망을 이야기했습니다. "내 소망을 위해 다른 이들의 소망을 누르는 일이 없도록 해 주십시오." ![]() ![]() ![]() ![]() ![]() 유호정이라는 탤런트가 어렵게 임신을 했는데 "과일도 예쁜 것만 골라 먹으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전 그런 거 가리지 않고 뭐든 감사하며 맛있게 먹어요. 제가 일부러 예쁜 것만 골라 먹으면 결국 미운 것은 다른 사람이 먹어야 하잖아요. 예쁜 것을 골라 먹는 내 아기만을 위한 배려보다는 그것을 먹기까지 애쓴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미운 것도 마다하지 않고 먹고 싶어요." 그 글을 읽으면서 너무 아름다운 사람이구나, 감탄을 했었지요. 두 아이를 가졌을 때 저는 예쁜 것만 골라 골라 먹었던 사람이거든요. 그 때 제가 밉다고 고르지 않고 남겨 두었던 것들은 누가 먹었을 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 ![]() ![]() ![]() ![]() 만약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의 소망만을 생각해 돌을 쌓았다면 과연 제 키를 넘는 저 거대한 돌탑들이 만들어 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을 위한 배려, 다른 이의 소망을 아끼고 생각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접착제나 시멘트로 붙인 것도 아닌, 돌멩이들로 만으로 저렇게 쌓여 올라가고 비바람의 세월에도 견고히 서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하니 그 곳을 지났던 많은 사람들의 소망만큼이나 그들의 따스한 사랑이 느껴졌어요. 돌탑은 내 소망을 위해 남의 소망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내 소망만큼 다른 이의 소망도 함께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마음에서만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걸 생각하자 어찌 그리 가슴이 벅차고 기쁘던 지요. 그리고 한 편으로는 편협하기 짝이 없는 제 자신이 부끄러워 저절로 얼굴이 달아오르며 자꾸만 제 발끝을 보게 되고요. 혹여 내가 저 위에 돌을 얹으면 지금까지 쌓아 올린 탑이 무너질세라 다시 맨 아래, 흙바닥 위에 자신의 돌을 놓은 사람이 있었기에 새로운 돌탑은 시작이 되었겠지요. 다음 사람의 돌을 위해 일부러 납작하고 편편한 돌을 골라 얹어 주었기에, 내 소망을 누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니라 누군가가 소망을 담은 돌을 내 돌 위에 얹어 주어야 우리의 탑이 높아진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탑은모두의 소망을 담고 저렇듯 하늘을 향해 오르고 있는 거겠지요. 그러한 사랑이 없었다면 어찌 그런 돌탑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겠습니까? 그런 돌탑은 제게 희망을 주었습니다. 이런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역시나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도를 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 제가 오점이 되지 않게 하소서." 희망의 돌탑을 보니 갑자기 산의 정상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정상을 향했지만 위로 갈수록 얼음이 많아 포기하고 뒤돌아 내려와야 했답니다. 내려오는 길에 얼마 전에 남편이 묻은 김장독이 잘 있나 확인하기 위해 능선을 따라 한참을 돌아 내려왔지요. 김치 냉장고 대신 산에 김장독 묻기를 선택한 남편은 땅속에 묻어둔 김장독을 아주 흐뭇해 하며 바라보더군요.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게 되는 요즈음 우리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며우리의 돌탑을 함께 쌓아 가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우리의 세상은 진정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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