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엘리베이터의 비상 버튼 위치?

착한재벌샘정 2003. 6. 9. 11:22
"정빈아, 분리 수거하고 와. 그리고 엄마 껌 먹고 싶은데 좀 사다 줄래?"

1,000원 짜리 한 장을 받아 든 아이는 분리 수거 할 것이 든 비닐 봉투를 어쩌지 못해 쩔쩔 맨다.

마침 입고 있는 옷이 주머니가 없는 옷이 다 보니 한 손에 돈을 쥐고 제 몸의 반 만한 비닐 봉투를 한 손으로 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빈아, 그러다가는 돈 잃어버리겠다. 분리수거 하고 가게에 가는 거 하고 한 가지씩 따로 해. 어느 거 먼저 할래?"

했더니

"가게에 먼저 갔다 올게요. 어떤 껌 사다 드릴까요?"

"네가 보고 맛있어 보이는 거 사와. 판박이는 사지 말고. 너 저번에 산 껌 종이의 판박이 엄마 팔에다가 붙이는 바람에 엄마 그대로 학교 갔었잖아."

팔에 작은아이가 붙여 준 껌 종이의 판박이를 지우지 않고 그대로 학교에 갔더니 옆의 동료의

"아니, 무슨 파?"

하는 말에

"몰랐어어? 나 칠공주파야."

하고 웃은 기억이 있다.

작은아이는 유난히 자기 몸에다가 낙서를 잘 하는데, 공부한답시고 자기 팔과 다리에 온통 펜으로 그림과 그림 문자들을 빼곡이 그려놓곤 해 보는 이를 놀래키콘 하더니 요즈음은 껌 종이 판박이를 팔 다리에다 붙여서 무슨 보디 페인팅 예술가처럼 하고 다닌다.

급기야는 나의 팔에도 큼지막한 디지몬 하나를 붙여 주고는 지우지 마라고 신신 당부를 하고.

그래서 나는 졸지에 칠공주파의 일원이 되어 버리고.

"어머니, 껌 사왔어요. 그런데 너무 너무 힘들어서 분리수거는 나중에 할래요. 그래도 되죠? 그런데 어머니 오늘 진짜 더워요. 인간적으로 너무 덥다니까요."

"뭐? 인간적으로 너무 덥다고?"

아이의 '인간적으로 너무 덥다'는 말에 놀랍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면서

'너 그게 무슨 말인지 알기는 알고 쓰는 거야?'

라는 말이 막 목구멍을 넘어 오려 했지만 참았다.

"그런데 그렇게 더워?"

아이의 너무나 덥고 힘들어하는 모습에 이상했지만 별스럽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는 그 좋아하는 껌도 뜯지도 않은 채 거실 바닥에 축 늘어져 드러눕더니 다리가 아프다며 울고 보채는 게 아닌가?

"어머니, 저 너무 힘들어서 분리수거는 도저히 못하겠어요. 어머니가 좀 해 주세요."

하는 아이를 안으며 갸우뚱, 왜 이렇게 힘들어하지?

"빈아, 너 혹시 또 계단으로 갔다 왔니?"

아이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 끄덕거리고.

"8층을 걸어 내려갔다가 걸어올라 왔단 말이야?"

나의 놀란 물음에 아이는 곧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로

"무섭단 말이에요. 갇히면 어떻게 해요. 우리 1층으로 이사 가요. 엘리베이터는 정말 무섭단 말이에요. 나 갇히기 싫어요."

아이는 급기야 울음을 터트리고.

8층에 살고 있는 우리 가족.

땅을 밟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것이 엘리베이터이다.

그런데 이것이 기계인지라 가끔 고장이 나곤 해 불편하게도 하고 두렵게도 한다.

며칠 전에 아이와 놀이터를 가려는데 엘리베이터가 4층에 계속 서 있기에 아이를 업고 걸어서 내려 간 적이 있었다.

1층에 내려 가 보니 엘리베이터가 4층에서 갑자기 서는 바람에 한 사람이 갇혀있다며 여러 사람들이 부산히 움직이고 있었다.

갇혀 있는 사람의 절규에 가까운 고함 소리, 119 구급대에 연락하는 사람의 들뜨고 긴박한 소리, 갇힌 사람을 진정시키려 더 큰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의 목소리.

아이는 그 때 갇혀서 두려움에 질러대는 고함 소리에 많은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아이는 엘리베이터에 갇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8층을 걸어 오르내리느라 몸살이 나 있다.

난 아이가 그런 두려움을 가지기 전까지는 엘리베이터 안의 비상 버튼의 위치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내가 엘리베이터를 타기 시작했을 때 난 지금의 키로 다 자란 후 였으니까.

그런데 아이가 엘리베이터를 두려워하며 타지 않으려 하자 난 아이에게 엘리베이터에 갇혀도 비상 버튼을 통해서 밖의 사람들과 연락이 된다는 걸 가르쳐 주려고 함께 타고 비상 버튼을 찾는 순간, 난 깜짝 놀랐다.

비상 버튼은 키가 167㎝인 나의 코 앞에 떡 하니 자리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내가 보통 5㎝∼7㎝ 이상의 높은 신발을 즐겨 신으니 그 높이가지 감안하면….

최소한 바닥에서 160㎝는 되는 곳에….

우와, 나의 눈대중! 이 글을 쓰다가 뛰어 나가 비상 버튼의 위치를 재어 보니 정확히 바닥에서 158㎝에 위치하고 있다.

비상 버튼은 우리 작은아이가 팔을 뻗어도 결코 닿지 않는 곳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는 비상 버튼에 자기 손이 닿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더더욱 두려움을 가지게 된 것이다.

우리 아파트만 그런 가 싶어 타게 되는 엘리베이터마다 눈여겨보아도 거의 비슷한 내 눈 높이에 자리하고 있는 비상 버튼들.

휠체어를 타고는 절대로 누를 수 없는 위치라는 것도 요즈음 알게 되었다.

며칠 전에 들렀던 백화점의 엘리베이터는 모든 버튼이 어른 허리쯤에 세로가 아닌 가로로 위치해 있어 어찌나 반갑던지.

이제부터는 이 백화점만 와야지 하고 결심할 정도로 반갑고 또한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으니.

최근에 지은 건물들은 이렇게 신경을 쓰는 가 보다, 조금은 안심을 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수많은 꼬마들이 타고 오르내리는 17층의 우리 아파트, 14층의 어머니 댁 아파트의 비상 버튼을 보며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작지만 아이들을 위한 나의 배려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키가 자라는 바람에 어깨에 맞춰 산 티셔츠는 짧아졌고, 앗! 팬티는 거꾸로 입었군.

팔의 검게 보이는 부분은 껌 종이 판박이.

작년 2월 이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집을 수리했는데 좀 신경을 썼던 거실 쪽 화장실.

내가 화장실에 들어 갈 때마다 따라 들어오는 작은아이를 위해 바닥에 마루판을 깔았다.

빈아는 그 바닥에 누워 뒹굴기도 잘한다.

그리고 변기에 앉아 바로 보이는 곳에 칠판을 달았다.

특별히 나무 프레임으로 주문을 해서. 좀 따뜻한 느낌이 들까 하여.

이 칠판의 쓰임새가 다양한데

첫째, 아이들에게 편지를 써 두면 하루에 적어도 서너 번은 그 걸 보게 되고,

둘째, 내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꼭 따라 들어오는 빈아의 그림, 낙서판이 되어주고

셋째, 나무 프레임에 아이의 사진, 영어 공부 자료 등을 붙여 두고 볼 수 있고

넷째, 그 날 외운 영어 문장들을 즉석에서 적어 암기력 테스트를 해 볼 수도 있어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

또 너무 작은 것이지만 내가 큰 신경을 쓴 것은 바로 수건걸이이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두 개의 수건걸이가 있다.

아래의 수건 걸이는 키가 작은 우리 빈아를 위한 것.

예슬이와 정빈이의 키에 맞추어 높이를 조절할 수 있고 이동도 간편한 접이식 칠판(나무 프레임으로 맞춤이 되지 않아 몹시 안타까워 함)으로 아이의 그림판이 되어 주고 있다.

역시 팔에는 판박이가.

그래도 이 사진을 찍을 때는 판박이가 거의 지워져 갈 무렵이라 아이의 진면목을 보기 힘들다.

자석으로 된 바둑돌을 붙일 수 있는 큰 바둑판.

정빈이의 바둑돌을 이용한 미술 작품이 볼만한데 아래로 내려보지 않고 바둑을 둘 수 있고 바둑돌이 커서 가지고 놀기 좋다.

"절단 낼 거예요"라는 말도 다 바둑을 알게 되면서 하기 시작한 말.

할머니 염색 하실 때 옆에서 따라 몇 가닥 염색한 머리.

미장원 갈 때마다 예쁘게 염색 한 머리가 자꾸 잘려 나가는게 너무 아까워 눈물이 다 난다는 아이.

[서점에 가면 이 책 한 번 보세요.]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

<본문 중에서>

흔히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라고 하지만, 나는 "우리의 현재"라고 믿는다.

우리의 아이들 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을 돕는 힘을 직접 보여 줌으로써, 다른 이를 왜 도와주어야 하며 그것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를 보여 줄 뿐만 아니라, 그들로 하여금 친절한 행위와 남을 돕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기쁨을 발견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존 와그너 홀츠와 데이비드 레빗, 그리고 앰버 코프만과 같은 젊은 지도자의 활동을 보며, 우리는 무엇이 사심 없이 남을 도와 줄 수 있게끔 청소년들을 격려하고 고무할 수 있는지 값진 통찰력을 얻게 된다.

우리는 그러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에게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길러 줄 수 있다.

참 아름다운 청년을 만나기를 바란다.

실천할 수 있다는 것, 그냥 머물러 있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영혼, 그 아름다움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는 사람을 소개한다.

가끔 그냥 넘어가지 뭐, 나 혼자 이런다고 되겠어, 라는 마음이 들 때마다 내게 따뜻한 미소로 용기를 주는 사람.

난 그를 사랑한다.

[아이들과 영어로 이야기 해요.]

***11시는 되야 오십니다.***

남편을 찾는 모양이다.

예슬 : I'm sorry he's not.
(안 계시는데요.)

언제 오느냐고 묻는가 보다.

예슬 : He won't be back until 11p. m.
(밤 11시는 되야 들어오십니다.)

전화 건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 모양이다.

예슬 : This is his daughter. And who's asking.
(저는 딸인데 누구십니까?)

어떤 딸이냐 묻나 보다. 그 사람 참,

예슬 : I am the first daughter.
(큰 딸 인데요.)

Would you like to leave a message?
(전하실 말씀 있으세요.)

들어오는 대로 전화해달라고 하는 듯 나에게 손짓을 하며

예슬 : Could you tell me your phone number?
(전화번호 좀 알려 주시겠어요.)

종이하고 펜을 갖고 옆으로 가니 그냥 끊는 아이.

나 : Who was that?
(누구 전화였어?)

예슬 : I don't know.
(모르겠어요.)

He said,"Just tell him I called. He has my number."
(나 한테서 전화 왔다고 해. 내 전화 번호 알고 있으니까, 라고 말씀하시던데요.)

끝까지 자기가 누구냐고는 말하지 않고. 세상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