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명이 달리면 5등, 네 명이 달리면 4등, 세 명이 달리면 3등, 그래도 그 중 괜찮은 성적은 2등. 왜냐하면 두 사람이 한 조로 달리니 꼴찌여도 2등은 하니까.
이건 이제까지 나의 달리기 성적이다.
아마도 거의 꼴찌였지 않을까?
그러나 있다. 내게도 1등의 기억이.
내 인생에 다시 오지 못할 1등이 딱 한 번 있었다.
혼자 달려 한 1등이 결코 아닌, 여섯 명이 함께 달린 달리기에서 내 생애 처음으로 1등을 한 적이 있다.
아마도 그런 영광은 다시 맞기 어려우리라.
초등학교 6학년 가을 운동회에서 이 역사적인 순간이 만들어졌었다.
『손님 찾기』
이건 정말 달리기 실력과는 전혀 무관한 게임.
출발선에서의 그 떨리는 심정, 탕 하는 총소리.< p>난 역시나 손님의 이름이 적힌 봉투가 있는 곳까지는 꼴찌로 달렸었다.
봉투 속의 종이에 적힌 세 글자를 보는 순간 난….
"아, 버, 지"
난 흰 광목으로 만들어진 천막이 쳐진 본부석을 보았다.
거기에는 당신의 맏딸의 운동회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보러 오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고 계셨다.
난 다른 아이들이 "검정 고무신" "양산" "×학년 ×반 선생님" 등 가지고 가야 할 물건, 함께 손잡고 뛰어야 할 사람을 찾아 허둥이는 걸 뒤로하고 달렸다.
아, 이 번에는 꼴찌를 면할 수도 있겠구나. 아, 진짜 이 번에는 꼴찌가 아닌 5등, 아니야 운이 좋으면 4등 정도는 할 수도 있을 거야.
정말 열심히 달렸다. 본부 석 천막 아래에 앉아 계시는 아버지에게로.
"아버지, 아버지이∼∼∼ 아버지예요 아버지라구요"
본부석에 가까이 가면서 난 목이 터져라 아버지를 불렀다.
내 목소리에 벌떡 일어나 내게로 오시는 아버지.
급히 나오시려다 의자에 걸리고 앞에 앉으신 할머니의 머리에 손가락이 걸려 허리 굽혀 사과를 하고 내게로 달려오신 아버지.
멍하니 그런 당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내 손을 잡고는 거의 나를 끌다시피 달리신 아버지.
나는 내 뒤에 누가 오나 보려고 그 와중에도 한 번 뒤돌아보고.
이제까지 내 뒤에 그 누가 있어 이렇게 뒤돌아 볼 필요가 있은 적이 있었던가?
어떤 선생님의 손을 잡고 열심히 달려오고 있는 아이의 모습.그 두 사람이 나와 아버지를 앞질러 가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아버지의 얼굴을 올려다보았지만 아버지는 앞만 보고 달리고 계셔서 내 걱정을 알 리가 없었다.
난 아버지와 함께 달리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에게 들려져 있는 물건 마냥 그냥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았다.
아버지와 함께 달린 거리는 10m도 채 되지 않는 거리였을 것이다.
결승 테이프는 본부석 부근에서 승리자를 기다리고 있으므로.
확인하시는 선생님이 내 손에 들려져 있는 아, 버, 지 라는 세 글자가 적힌 종이 쪽지를 받아 들고 아버지께 맞느냐고 물어 보고….
그런 모습이 내게는 낡은 영화의 필름이 천천히 돌아가는 것 같았다.
가을이라지 만 아직 따가운 햇살 아래에서 눈살을 찌푸린 채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누군가 내 손목을 잡는 게 느껴지고 내 팔목에는 빨간색 사인펜으로 "1등"이라는 글자가 휘갈기며 써졌다.
꼴찌는 면하겠다는, 운이 좋아 4등은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졌었는데 1등이라니.
난 처음으로 <상>이라는 글자가 찍힌 공책 3권을 받아 보았다.
마라톤 선수까지 하신 아버지.
당신의 달리기 실력을 전혀 닮지 않아 늘 꼴찌만 하던 딸이 맨 마지막으로 잡은 봉투 속의 아버지라는 세 글자.
그 아버지의 손을 잡고 1등 한 딸을 번쩍 안아 주셨던 아버지.
우리 학교에는 매년 5월에 체육대회를 한다.
올해도 5월 31일에 체육 대회를 했다.
뇌졸증으로 쓰러지셔 몇 년째 병석에 계시는 아버지.
학교의 체육 대회가 다가오거나 예슬이의 가을 운동회가 다가오면 늘 아버지 때문에 가슴에 눈물이 고인다.
학창 시절 이름을 날리시던 마라톤 선수였었다는 친정 아버지.
이제는 자신의 몸 마저 가누기 힘겨운 투병 생활로 많이 지쳐 계시는 아버지.
아버지 때문에 체육대회 날 나는 땀보다 눈물을 더 많이 흘린다.
나의 손을 잡고 결승점을 향해 힘차게 달리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눈물 속에서 어른거려 나는 체육대회 때마다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주머니에는 휴지를 잔뜩 준비하곤 한다.
예슬이는 나를 닮았는지 달리기 실력이 거의 내 수준이다.
남편도 달리기를 잘했단다.
남편은 예슬이의 운동회에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다.
예슬이 학교 운동회에도 6학년에는 손님 찾기가 있었다.
이제 6학년이 된 예슬이. 올 가을에는 그 아이도 손님 찾기를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요즈음은 직장에 다니는 부모 때문에 "아버지, 어머니"라는 손님 찾기에 없는 것이 보통이다.
예슬이에게도 달리기에서 1등이라는 추억이 만들어 질 수 있을까?
아, 그 날 아버지가 본부석에 와 계시지 않으셨다면 난 아버지를 부르며 끝내 나타나지 않는 아버지를 찾느라 결승점까지 달리지도 못하고 운동장 어딘가에 털썩 주저앉아 울어 버리고 말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버지의 건강 회복을 간절히 빌고 있다.
【체육대회 첫 모습】
아침 8시 30분, 운동장에 자리를 잡고 앉은 2학년 4반 우리 공주들.
가장 행렬 때문에 의상이 각양각색이다.
【"통일"이라는 주제의 가장 행렬】

주제의 독창성과 남북한 두 정상으로 분한 아람, 원미의 너무 그럴싸한 모습 덕에 1등을한 가장 행렬!!!
【응원 시작!!!】
종이 고깔, 태극기, 탬버린, 1,5L자리 빈 페트병으로 이어진 우리 반 응원.
어찌나 질서도 잘 지키고 열심인지 너무 기특해 같이 태극기를 흔들고 고함을 지르느라 내가 다 기진 맥진.
아싸, 2학년 4반 멋쟁이!!!
응원 상은 100% 우리 반 거였는데(심사위원님들도 모두 인정함) 한 종목에서도 상을 못 받은 반에게 준다는 요상한(?)심사 기준으로 2반에게 양보하고 통곡을 함.
【단체 줄넘기】
18명이 한 마음이 되어 함께 뛰어야 되는 단체 줄넘기.
마음처럼 되지 않는지 자꾸 걸리고….
그래도 걸리는 아이에게 괜찮다며 천천히 하자며 서로 위로 격려하는 모습에 내가 코끝이 다 찡해지고.
그래도 3등!!!
【새 천년 체조】
폼이 아주 멋있다.
과학 시간에 수업도 안하고 개별로 검사까지 하는 난리를 친 덕분에 나온 멋진 폼.
이건 1등을 자신했었는데 맨 앞줄의 모모 양이(심사 위원님들의 집중 공격이 있었음) 자꾸 틀리는 바람에 아깝게 3등.
【체육대회의 꽃인 400m 이어 달리기의 우리 반 선수들】
(왼쪽)지예, 수정(회색 셔츠), 영민(손님 찾기에도 출전), 지은(오른쪽)
맨 오른쪽 우리 반 실장 지은이.
너무 열심히 연습을 한 덕에 발목에 이상이 생겨 붕대까지 감고 절뚝이는 모습으로 다녀 안타깝게 하였지만 그 다리를 해 가지고도 선수로 뛰는 열성을 보인 우리 반 작은 담임.
10cm도 안 되는 근소한 차로 2등을 했으니 얼마나 잘 뛰고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아버지가 나를 번쩍 안아 올리듯 마지막 주자 지예(맨 왼쪽)을 번쩍 안아 올려 주었었다.
손님 찾기에도 출전한 영민이는 2학년 2반 22번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로 3등.
【400m 이어 달리기 예선 경기 출발 직전】
아, 얼마나 가슴 떨리는 순간인가?
【풍선 터트리기 선수 태임이】
열심히 잘하라며 나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찰깍.
난 잘려져 보이지 않네!!!
【훌라후프 게임】
우리 반은 결승점에 다 와서 넘어지는 바람에 넘어지고 무릎이 깨지고.
그 바람에 놀라 사진 찍는 걸 잊어버려 다른 반 모습을 찰칵!
난 작년처럼 선생과 학생이 짝을 지워 훌라후프 돌리기를 하는 줄 알고 맹연습을 했었는데….
훌라후프 돌리기에서의 1등은 늘 나의 것이므로.
그런데 엉뚱(?)한 게임에 준비한 실력을 발휘를 못해 어찌나 아쉽던지. 에궁, 속상해.
【1학년들의 줄다리기 결승전】
2학년에 줄다리기가 있었다면 담임 닮아 한 몸무게 하는 우리 반이 당연히 1등인데, 에고고 아쉬워라.
♥THE BLUE DAY BOOK(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 ♥
<본문 중에서>
find some new wrinkles, |
![]() |
put on little weight, |
![]() |
가녀린 희망의 가지에 숨고 싶지요. Well, if you're like most people, |
![]() |
난 책을 빌려 보지 않고 사서 가지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가끔 책에 치여 산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집의 공간 중에서도 책에게 내어 준 자리가 엄청나니 말이다.
내가 굳이 책을 사는 이유는 책이라는 것이 어찌나 변화무쌍한지 볼 때마다 다른 얼굴을 내게 보여 주기에 나는 그의 변하는 모습들을 다 보기 위해 책을 내 곁에 두고 싶어한다.
이 책은 한 줄 정도의 글이 한 페이지를, 그리고 동물들의 사진이 한 페이지를 이루로 있다.
나보다 정빈이가 더 열심히 보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 책은 정빈이에게는 너무 귀여운 동물 그림책이다.
같은 책을 보며 정빈이와 나의 느낌은 너무 다르다.
<그림을 읽어 주는 여자>라는 책 속의 각각의 그림에 정빈이 보고 제목을 붙여 보라고 한다.
아직 한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이므로 순전히 자신의 느낌만으로 그림의 제목을 붙이는데 그 하나 하나가 나를 놀라게 한다.
같은 그림에 다른 제목을 붙여 주는 아이를 보면서 아, 저 아이도 그 날과 오늘의 기분이 다르구나, 신통함 마저 느껴진다.
이 책의 그림에 대한 정빈이 만의 해석이 들을 때마다 신선하기만 하다.
재미있는 책, 언제 보아도 기분이 좋다.
볼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동물들로 오래 오래 즐거울 것 같다.
드림팀이 외국인들과 경기를 하는 프로였는데 한 출연자가 함께 실력을 겨누는 상대에게 나이를 물어보았고 스물 일곱이라 대답하니 곁에 있던 다른 출연자가 나와 동갑이네, 하더니자기와 나이는 같은데 당신이 더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뜻으로 외국인에게
"You are so old."
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이럴 때면 한마디하고 넘어가게 된다.
저 사람이 말한 뜻은 "당신은 나와 동갑인데 나이가 더 들어 보여요"라는 것일텐데 이 때 "You are so old."라고 하면 당신은 나이가 참 많군요, 늙었군요 즉 실제로 나이가 너무 많다는 뜻이 되거든. 그러니 말하는 사람의 의도에 맞지 않는 표현이지.말이 나온 김에 나이에 관해 말 해볼까?"몇 살이에요?" 혹은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할 때내 강의가 너무 길었는지 예슬이는 어딜가고 엄마 치마자락만 붙들고 사는 정빈이만 열심히 듣고 있다."How old are you?"라고 묻기보다는 좀 더 정중히 물어주는 게 좋아. 우리도 사실 처음 만난 사람이 '너 몇 살이니?' 이런 식으로 나이를 물어 오면 좀 그렇잖아.
"Do you mind if I ask your age?" 또는
"Would you mind telling me your age?"
하고 물어주면 더 좋겠지.
TV에서 처럼 나와 나이가 같을 때, 동갑일 때는
"You are the same age as me."
그리고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인다면
"You look so old."(나이가 들어 보여요.)
또는
"You look old for your age."(당신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는군요.)
"You look older than you actually are."(실제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는군요.)
라고 하며 되겠지만 그 말 듣고 기분 좋을 리 없으니 될 수 있으면 안 하는 게 좋고. 대신
"You look young for your age."
라고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 젊어 보인다는 말이 좋겠지. 물론 굳이 꾸며서까지 말할 필요는 없지만 말이야.
그래도 누가 엄마보고
"You look very young for your age."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여요)
라고 말해 주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사실이거든.
그러면 예의를 갖추어
"Thank you, you flatter me."(과찬의 말씀이세요.)라고 덧붙이기도 하지.
그리고 누군가 나이를 물어 오면 얼마로 보이느냐고 반문해 볼 수도 있겠지.
"How old do you think I am?"(몇 살인 것 같아요?)
"How old do I look?"(몇 살로 보여요?)
또,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보자.
"What's her age? It's hard to tell her age?"(그녀의 나이가 얼마죠?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군요.")
"I think she is about my age."(내 또래라고 생각되는군요.)
"How old are you then?"(그럼, 당신 나이는 어떻게 되나요?)
"Well, I'm thirty something."(글쎄요, 서른 얼마쯤이라고 만 말할 수 있겠네요.)
엄마 나이쯤 되면 정확한 나이를 밝히기를 꺼리게 되거든.나이에 대해서는 이 정도 해둘까?
참 이 말은 해야겠네.
너 정빈이랑 자꾸 싸우잖아. 넌 정빈이 보다 7살이나 더 많으면서도. 그럴 때
Act your age.(나이 값 좀 하시지.)
You are seven years older than your sister.(동생보다 7살이나 많잖아.)
"맞아! 언니 나빠!"를 외쳐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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