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싫어요, 전 꼭 언니만큼만 클거예요.

착한재벌샘정 2003. 6. 9. 11:22
"어머니, 집에 오실 때 오렌지 씨앗 좀 사오세요."

"오렌지 씨앗을? 그거 뭐하게?"

"오렌지 씨앗을 심는 거예요. 그러면 오렌지 나무가 자라겠지요. 나무가 크면 오렌지가 주렁주렁 열릴 거구요.

그러면 우리가 그 오렌지를 따먹으면 되잖아요."

"오렌지 사다줄까?"

"아이 참, 오렌지 씨앗을 사오 라니까요. 오렌지 나무에서 오렌지를 따먹으면 오렌지 사는 돈을 절약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 우리 집이 빨리 부자가 되잖아요."

정빈이의 이론은 과일을 가장 많이 사는 우리 집이니 오렌지 씨앗을 사다 심으면 오렌지 나무에서 언제든지 따먹을 수 있고 그러면 그 돈을 아낄 수 있으니 우리 집이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섯 살 아이에게 있어 왜 그리 부자가 되는 것이 절박할까?

아이는 사오는 김에 사과 씨앗, 복숭아 씨앗, 등등 자기가 알고 있는 과일의 이름을 대며 그 것들의 씨앗도 한꺼번에 사오란다.

그러면 다른 과일 값도 절약할 수 있으니 더 빨리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정빈이가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은 우리 집이 좁다는 이유, 아니 우리 집이 아니라 언니 방에 비해 자기 방이라고 주어진 방이 턱없이 작다는데 이유가 있다.

방이 세 개인 아파트들의 구조가 대부분 그렇지 않은가?

부부들이 쓰는 안 방, 중간 크기의 방, 방의 구실을 하기에도 좀 부족한 듯한 작은 방.

우리 집은 이사를 하면서 예슬이가 쓰고 있는 중간 방을 뒷 베란다를 터 확장 공사를 한 까닭에 예슬이의 방이 정빈이 방의 두 배쯤은 될 듯싶다.

정빈이는 이사 온지 1년이 넘었지만 자신의 방에 자 본적이 없다.

아니, 그 방을 자신의 방이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큰 아이라고 좀 더 큰방을, 작은아이라고 가장 작은 방을 주었더니 아이는 왜 자기에게는 물어보지도 않았냐며, 자기는 작은 방이 싫단다.

그럼 우리가 쓰는 큰방을 정빈이 방이라고 하면 되겠다고 하자 아이는

"그래도 그건 그렇게 하는 척 하는 거지 진짜로 내 방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하며 속상해 한다.

정빈이의 소원은 거실에서 계단으로 이층을 올라가고 이층에는 언니와 자신의 방이 양쪽에 있는데 그 크기와 구조가 똑같은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다.

언제 한 번 그런 집을 본 적도 없건만 아이가 그려내는 집은 너무도 구체적이어서 우리를 놀라게 한다.

언니처럼 침대도 방 가운데에 놓아주고 침대 양쪽으로 책장을 놓아주며 피아노의 위치, 책상의 위치 등등이 모두 언니와 똑같기를 아주 꼼꼼히 요구한다.

아이는 그런 집으로 이사를 가자고 조르다가 대답이 없으니 제 스스로 돈을 모아 이사를 갈 수 있는 방법을 궁리를 했는가 보다.

자신이 쓰는 돈 중에 가장 많은 돈이 과일 값으로 나간다는 걸 아는 아이이기에 그 돈을 절약하여 모으면 자신이 꿈꾸는 언니의 방과 크기와 구조 등이 똑 같은, 자신이 꿈꾸는 집으로 이사를 갈 수 있다는 계산을 한 모양인 게다.

정빈이는 예슬이보다 7살이 적다.

그런 언니를 생의 경쟁자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 꼬마.

그 아인 키도 꼭 언니만큼만 크고 싶어한다.

간혹 내가 권하는 음식을 받아먹으면서

"이거 먹으면 쭉쭉 빵빵 커요?"

"응, 많이 먹으면 엄마보다도 더 크지."

"싫어요. 전 꼭 언니만큼만 클 거예요. 언니랑 똑같아지고 싶단 말이에요." 한다.

태어날 때부터 너무나 큰 존재로 자신의 존재를 위협(?)하고 있는 언니.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같아질 수 없는 그 언니와 같아지기 위한 아이의 눈물겨운 노력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언니처럼 훌라후프를 하기 위해 하루 종일 자신의 허리둘레 열 배는 더 될 것 같은 언니의 분홍색 훌라후프를 가지고 씨름 씨름을 하더니 결국은 해내고는 지쳐 쓰러지는 아이.

언니의 작아진 롤러스케이트(참고로 정빈이의 발 사이즈는 170. 롤러스케이트는 230)로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수없이 넘어지고 꼬꾸라지며 연습을 하고 있는 아이.

그림도 언니만큼, 컴퓨터도 언니만큼, 달리도 언니만큼!

급기야는 입는 옷도 언니와 똑같은 걸로.

그래서 예슬이에게 주름치마 하나 사주고는 그것과 똑같은 것을 요구하는 정빈이를 데리고 백화점으로 동네 양품점으로 급기야는 재래식 큰 시장까지를 헤매고 다녀야했고, 다행이 비슷한 치마를 사고는 거의 매일 그 치마만 입고 있는 정빈이.

"어머니, 이 치마 언니꺼랑 똑 같죠?"

를 하루에도 몇 번씩 묻는 아이.

"정빈이 치마가 훨씬 더 예뻐."

라는 말에 발칵 화를 내며

"싫어요. 전 언니랑 똑 같고 싶단 말이에요. 이 치마 언니꺼랑 똑같죠? 그렇죠? 그렇죠?"하는 아이.

<그래, 네 맘 알아 엄마 얘기 들어볼래?>라는 책을 보면 큰 아이가 동생을 보았을 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부모는 먼저 아이와 함께 동생의 탄생을 준비함으로써 좋은 관계의 기초를 세워주어야 한다.

아기가 태어나면 함께 놀 수 있을 거라는 말도 하지 말고, 부모처럼 아기를 반기리라고도 기대하지 말자.

대부분의 아이들은 동생을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이들은 아기와 똑같이 행동하거나, 좀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매우 심술궂어질지도 모른다.

아이로 하여금 새로운 상황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도록 허용하자.

말로 표현하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놀이와 그림이 좋은 표현 수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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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에게 동생을 예뻐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말자.

왜냐하면 큰아이가 동생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도, 그것 때문에 죄책감을 가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는 종종 숨막힐 정도로 동생을 껴안기도 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아기를 껴안고 귀여워하는 척하면서, 세게 눌러 울리는 것이다.

또는 손가락으로 아기 몸 여기저기를 쑤셔대며 괴롭히기도 한다.

아기에게 화가 나 있을 거라는 점을 인정하되, 절대로 아기에게 해를 입히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대신 그런 공격적인 감정을 다른 식으로 발산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편이 좋다.

예를 들어 인형이나 쿠션에게 화풀이를 하게 하는 식이다.

그렇더라도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엄마 아빠가 자기를 사랑한다고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부모의 사랑과 가정 안에서 안정감을 느낄수록, 아이들은 더 쉽게 형제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즉,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갖고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확신한다면, 아이들은 형제에 대해 위협을 덜 느낄 것이다.

반면 열등감을 갖거나 부모에게 거부당하고 사랑 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자기와 다른 형제를 계속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노래를 잘하는 아이는 끊임없이 노래를 부름으로써 부모의 관심을 끌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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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보자.

한 여자와 남자가 멋진 결혼에 골인했다.

그들은 한눈에 반했고, 서로에게 태양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들은 몇 년 동안 서로에게만 빠져 행복하게 살았고, 이 사랑은 생애가 끝날 떄 까지 계속되리라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남편이 집에 들어와 갑자기 이렇게 말한다.

"여보, 정말 좋은 소식이 있어."

"뭔데요?"아내는 잔뜩 기대하면서 물어본다.

제주도나 하와이로 낭만적인 여행을 떠나자고 할까? 아니면 신혼여행을 보냈던 호텔의 같은 방을 예약해두었으니 결혼기념일 여행을 떠나자고 할까?

아내는 한껏 기대에 부풀어오를 것이다. 왜냐하면 결혼한 이래 남편이 그토록 흥분한 모습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분명히 아주 특별한 일일 거야. 과연 그게 뭘까? 아내의 흥분이 고조될 무렵 마침내 남편이 입을 연다.

"여보, 정말 멋진 소식이야! 놀라지마! 새 아내를 데리고 왔어."

이게 무슨 말일까?

아내는 순간 의식이 희미해진다.

그런데 제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남편은 이렇게 말한다.

"그녀는 이 집에 새로 왔기 때문에 많은 관심이 필요할거야.

특별히 돌봐줘야하지 않겠어?

그러니 앞으로 그녀를 내 방에서 데리고 자겠어.

당신은 서재에서 자도록 해.

한시라도 빨리 그녀를 소개하고 싶군.

정말이지 그녀는 너무나도 여리고 사랑스러워.

그리고 내 도움을 필요로 하지.

당신이 할 일은 오직 그녀를 사랑해주는 거야.

그녀는 아직 모든 것에 서투르니까 내가 시간을 많이 내야겠지.

그런다고 당신, 신경 거슬리는 건 아니겠지?

당신은 성숙하고 능력도 많잖아.

그러니 이제 나한테 기대지 않아도 될 거야.

당신도 곧 그녀를 보살펴주는 것을 좋아하게 될 거야.

그리고 당신 옷이랑 화장품도 좀 나눠 쓰도록 해.

내가 장담하는데, 당신도 금방 그녀를 사랑하게 될 거라고.

여보 정말 흥분되지 않아? 여보, 아니 왜 그래?"

그런데 정말 그런데,

태어날 때부터 이미 존재하고 있는 너무나 거대한 자신의 적(?)을 향해 승부 없는 싸움을 해야하는 작은아이들.

그들에게는 진정 무엇으로 도움을 주어야 하나?

[아이들과 영어로 이야기해요.]

***생일 선물***

정빈이의 다섯 번째 생일 날

나 : I am home. You are the apple of my eye.(엄마 왔다. 아휴우~ 우리 예쁜이.)

How was Jeong-bin today?(오늘 잘 놀았어?)

대답 대신 내 손에 들린 선물 꾸러미에만 관심을 갖는 정빈

정빈 : What's that?(그거 뭐예요?)

나 : Happy Birthday! Here it is. It's for you. I hope you like it.(생일 축하해. 자, 여기. 선물! 마음에 들기를 바래.)

선물을 받아 들고는

정빈 : What's this?(이게 뭐예요?)

나 : Guess what!(뭘까!)

정빈 : It's light. What is it? Is it a doll?(가벼운데, 뭐지? 인형이에요?)

나 : Open it.(뜯어 봐.)

선물을 뜯어보고는 입을 딱 벌리는 정빈

나 : How do you like my present?(선물 마음에 들어?)

정빈 : How lovely. Thank you, thank you, thank you.(정말 멋져요. 진짜 진짜 진짜 고맙습니다.)

It's the very thing I want.(제가 꼭 갖고 싶었던 바로 그거예요.)

Mom, I never expected anything like this.(어머니, 이런 선물은 생각도 못했어요.)

나 : Do you like it?(마음에 들어?)

정빈 : Yes. The more I see it, the more like it. Thanks very much.(자꾸 볼수록 더 마음에 들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선물이 뭔지 궁금하시죠?

디지몬 로봇이었답니다.

정빈이는 로봇을 엄청 좋아하는데 디지몬 로봇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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