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터넷 서점에 내 책에 대한 서평이 한 편 오른 것을 알고 참 많이 기뻤었다.
칼럼으로 인연을 맺은 유정화님이 내 책을 읽고 내게 보내주셨던 책에 대한 감상을 서점 서평란에까지 올려 주신 것을 보면서 나름대로 참 신선한 기분이었다.
그러더니 두 편이 더 올라오고, 학부형님이 일부러 나를 도우시려는 마음에서 다른 곳에도 서평을 올려주시고.
아는 분들이 안타까웠던지 도와주고 싶었었나 보다.
그리고 일이 갑자기 겹치려니 몇 군데 내 책에 대한 이야기가 올려진 것을 보면서 잠시 내가 욕심을 내었었다.
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욕심을.
그래서 갑자기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고 이제까지 넷상에 글을 올리는 것을 참으로 조심하던 내가 여기저기 어디 내 책을 홍보할 곳이 없나 찾아 헤매느라 컴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사실 따로 광고를 할 형편이 아니니 이렇게 몇 분이 관심을 가져 줄 때가 기회다 싶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칼럼의 독자가 갑자기 늘어나니 없던 독자 수에도 불쑥 불쑥 욕심이 생기고.
괜히 실없이 칼럼에 들어 가 한 사람이라도 늘었나 확인해보고.
뭔가 기분이 상했는지 도리어 줄어 든 숫자에 낙담을 하게 되고.
그렇게 며칠을 보냈었다.
작은아이는 일요일 새벽부터 칭얼거리더니 급기야는 열이 펄펄 끓기 시작했다.
감기인가 생각했다.
칭얼대는 아이를 안아주다가도 컴 앞에 한 번 앉아 어디 책을 홍보 할 곳이 없나 뒤적거려 보고 칼럼에 누군가가 또 다녀라도 갔나 괜히 확인해보고.
그러면서 아이에게
"감기는 약한 아이에게 찾아오거든. 너 약한 아이야?"
"아니요. 건강하고 튼튼한 아이예요."
"그렇지. 감기가 오늘 실수한 거야. 네가 날씬하니까 감기가 너 허약한 아이인줄 알고 요 코로 쏙 들어 왔거든.
그런데 네가 자꾸 징징거리면 감기가 아, 이 아이는 정말 허약한 아이구나. 난 이 아이 몸 안에서 오래 오래 있어야지, 하거든.
하지만 네가 씩씩하면 우와, 이 아이는 날씬해서 허약한 아이인 줄 알았는데 무지무지 씩씩하고 건강한 아이구나. 얼른 도망가야지 하면서 요 예쁜 코로 쏙, 도망을 가거든.
우와, 정빈이가 씩씩해지니까 감기가 도망가려고 나온다."
"보여요?"
"그럼. 엄마의 마술 눈에는 다 보이지."
하면서 아이를 달래었는데. 그저 열 감기인줄 알았는데.
그런데 한번씩 찾아 와 아이와 나를 고통과 힘겨움의 끝으로 몰아넣는 알 수 없는 아이의 팔다리 통증이 또 우리에게 온 것이다.
잠에 취해 못 일어나는 엄마를 깨우다가 너무 아파 5살 아이가 밤 12시 반에 다른 아파트에 있는 할머니 집으로 뛰어가도록 했었던 그 통증이.
아이는 그 고통에 거의 탈진이 되어 가고 나는 그런 아이를 어쩌지 못해 안았다가 업었다가 주무르다가 난리를 치고.
아이는 워낙 체력이 약한 터라 통증 사이사이에도 깜빡깜빡씩 자부러지듯 잠에 빠지고.
어떤 아이들은 인형을, 자신이 덮고 자는 이불을 혹은 베게를 늘 들고 다니거나 아프거나 하면 유난히 찾는다고 하는데 우리 작은아이는 아플 때 꼭 찾는 것이 있는데 바로 나의 굵은 팔이다.
아이는 내 팔을 감싸 안 듯이 하고 누워 있거나 내게 안겨 있으려 하기 때문에 아플 때는 누가 교대를 해주기도 불가능하다.
아이는 잠이 온다면서도 칭얼거리며 내 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는 이리저리 뒤척였다.
"자장자장 우리 아가
우리 아가 잘도 잔다.
우리우리 아가는 건강하고 씩씩하지.
우리우리 아가는 쭉쭉 빵빵 잘도 크지.
자장자장 우리 아가
엄마의 보배둥이
엄마의 희망둥이
엄마의 사랑둥이
우리우리 예쁜 아가
이 세상에 빛이 될
우리우리 착한 아가.
세상의 많은 이가
너에게서 빛을 보고
너에게서 사랑을 보리.
지금은 엄마의 빛
지금은 엄마의 사랑
자장자장 우리 아가.
자장자장 우리 아가"
내가 우리 빈이에게 들려주는 자장가이다. 내 기도이기도 하다.
중얼중얼 옛날 할머니가 들려주던 그런 리듬으로 아이를 다독이며 불러주다가 문득
"그렇구나, 부처님은 내 욕심을 알고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이번 초파일에 절에 가면 이렇게 소원을 빌 작정이었다.
"제 책이 널리 널리 알려져서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도록 해주십시오." 하고.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나 보다.
늘 내 욕심이 너무 커질 때마다 내게 알려주시는 분.
작은아이가 심장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달려 온 언니가 한 말이 생각났다.
"세상 참 공평하다. 너 지금 무엇 하나 부러운 게 있냐? 너무 모든 게 좋아서 이런 일이 생긴 거야. 난 늘 느끼는 건데 세상은 공평해."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언니가 참 야속하고 원망스러웠는데 마음이 좀 가라앉으면서 점점 언니의 말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렇구나, 내가 삶에서 너무 자만해지지 않도록 이 아이를 내게 주셨구나.
내가 너무 자만하여 남에게 소홀하거나 마음에 남을 아래로 보는 마음이 너무 자라지 않도록, 나를 낮추라는 의미에서 이 아이를 내게로 보내셨구나."
난 그렇게 우리 아이로 하여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사람이 되려 참 애를 쓰면서 지내왔다.
난 다른 사람을 비난하기도 하고 간혹 자만심에 남을 업수히 여기기도 했었는데 우리 빈이와 함께 살아오면서 착해지려고 노력해왔다.
내가 간혹 남을 아프게 하면 혹여 우리 아이가 더 아플까봐, 내가 간혹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아이가 더 아플까 봐서, 하루하루 조금씩 나를 낮추려 무진 애를 쓰며 여기까지 왔는데.
간혹 누가 나에게 모진 소리를 하고 가슴에 비수를 꽂는 소리를 해도 이거 참으면 우리 아이 조금이라도 더 건강해지려나, 이게 나의 기도인가 보다 하고 참으려 애를 쓰며 여기까지 왔는데.
내 천성이 모나고 속이 좁은지라 남 보기에 그리 너그러워 보이지 않아도 그래도 그건 내 딴에는 최대한 애를 쓴 모습이었는데.
아이의 건강 말고 욕심 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왔건만.
내가 욕심을 내었었다.
내가 너무나 정성을 쏟아 쓴 글들이기에 나도 모르게 내 속에서 책에 대한 욕심이 무럭무럭 자라났었나 보다.
그래서 내 욕심에 경계를 주시려 우리 빈이가 그렇게 아팠나 보다.
욕심으로 컴앞에 앉아 있는 엄마를 깨우쳐 주려고 나를 그리도 꼼짝못하게 붙들고 있었나 보다.
이리 우매한 어미를 깨우쳐 주려고 말이다.
아, 다 알고 계셨구나.
"빈아, 미안해. 엄마가 정말 바보였나 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생기를 되찾은 아이와 함께 절을 찾았다.
난 내 속에 있는 욕심을 버리기에 잠시 또 갈등을 했다.
역시 모성애 결핍증 환자답다니까.
두 가지 소원을 빌어도 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내 책을 읽게 해달라고 쬐끔만 기도해보면 안될까?
난 아이의 두 손을 내 손안에 감싸쥐고 함께 기도를 했다.
"부처님,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살펴주세요."
그리고 빈아를 향해 내 두 손을 모았다.
"아가야,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풍경###
내가 그를 좋아하는 건 그저 가슴 깊이 밀려오는 넉넉한 포근함에, 숨소리에 가슴을 기대면 차를 일구어 내는 손끝에서는 고요함이 깃들고 난 그림이 있는 책이면 무조건 좋아한다. 이렇듯 비온 뒤 개인 하늘같은 투명함을 주는 그림들이라면 그 좋음을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 책에 그려져 있는 <원성스님>의 그림은 보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맑아진다. 나를 맑게 해주는 그림과 시. 우리 빈이가 나를 맑게 해주려 내 곁에 있듯이 원성스님의 그림들과 시도 늘 내 곁에 머물러 있다. 이 책은 정말 솔 향기를 폴폴 뿜어 내준다. ***아버지 지금 안 계시는데요.*** 화장실에 있는데 전화벨은 울리고, 아니 아그들은 무얼 하고 있는 거야. 이 때는 고함이 최고! 나 : The phone is ringing. Will someone get that phone. 그 때서야 거실로 뛰어가는 큰 아이 예슬 : I'll get it. Who's calling, please? 어떤 아저씨 : May I speak to Mr. Yun? 예슬 : No, he's not here now. May I take a message? 어이구 기특한 거, 우리 딸 전화도 공손히 받는구먼!<내가 그를 좋아하는 건 >
세상을 달관한 눈빛을 지녔기 때문이다.
나의 괴로움에 지친 육체를, 영혼을 떠맡기고 싶다.
그에게서 솔 향기가 베어난다.
그곳에 쓰러져 깊은 잠이 들어도 좋아.
가슴 찬 고향의 정겨움이
온갖 망상과 교만을 잠재우고
솔바람의 싱그러움을 뿜어내는 그는
아늑한 안도감으로 나를 인도하지.
산길을 걷는 뒷모습에는 수행의 무게가 느껴지는
그에게서 밀려오는 넉넉한 포근함에
그대로 나를 떠맡기고 싶다.
(전화 오잖아. 누가 좀 받아봐.)
(제가 받을게요. 여보세요?)
(아버지 계시니?)
(아버지 지금 안 계시는데요?)
(전하실 말씀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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