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25년째 우리집 텔레비전 채널은 5개 기본 방송이 전부였다.
큰 아이 임신하고 남편에게 부탁한 것이 아이가 태어나면 텔레비전을 보지 말자는 거였다.
남편은 반발은 거셌고 결국 남편 출근한 틈을 타 텔레비전 안테나 선을 뽑아 베란다에 내다 놓았고 두 달의 적응기간을 거쳐 스포츠 빅 게임 등을 제외하고는 안본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 후, 아이가 어느 정도 큰 뒤에는 주말에만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걸로 선택해서 보았고 화면 귀퉁이에 7,12, 15의 시청제한 연령은 작은 것이지만 최대한 지켰다. 작은 것을 무시하면 결국 모든 것에 무감각해진다는 이유로. 그리고 10시면 자는 지라 드라마를 보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남편은 모래시계, 야인시대 모르는 남자는 자기밖에 없더라며 투덜거릴 때 난들 가을동화도 제목만 들어봤다며 남편의 불만을 애써 외면했다.
온 가족이 남이섬 여행갔을 때 큰 아이 왈, 알아야 느낄 수 있다는데 우리 가족 중에 겨울연가를 본 사람이 없으니...했고, 남편은 일본 관광객들이 배용준 사진에 열광하는 모습을 멀뚱히 바라 보았다. 우리 가족에게는 겨울연가와 전혀 무관한 그저 가을풍경이 절정인 아름다운 섬일 뿐이었다.ㅎㅎ
작은 아이가 15살이 되면서 그동안 20년 넘게 아이들에게 맞추어 산 남편에게 주중시청금지령을 해제해 주었다. 정빈이가 무분별하게 텔레비전을 보면 다시 주말에만 보는 것으로 가야한다고, 이제는 너희들이 아버지를 위해 드려야 할 때라는 걸 이야기하며.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은 EBS의 여행프로를 볼 기회가 많아져 좋아했다. 그렇게 살았는데 오늘 드디어 우리집에, 25년만에 인터넷티비가 들어온다. 지금 한창 공사중^^
영화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서인데 남편은 문자로 전화로 설치했냐며 궁금해했다. 설레나 보다.
난 홈쇼핑을 볼 수 있어 좋다고 드디어 홈쇼핑의 세계에 입성한다 했더니...홈쇼핑은 안사면 인생의 손해일 것 같이 말하니 조심해야 한단다.ㅋㅋ 난 자기처럼 귀가 얇은 사람이 아니라고 해줄래다가 상처받을까 입을 다물었다.
도대체 5개 채널도 볼 시간없게 프로가 많던데 진짜 광고처럼 그렇게 많은 채널이 나오면...어쨌든 25년만에 우리집에 대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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