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여중 예쁜 공주님들의 학부모님들께
3월 2일 입학식에서 만나 10개월 동안 1학년 5반 담임으로서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들이었습니다. 학부모님들의 생각과 눈에는 미흡하고 부족한 점이 많았겠지만 제게는 최선의 시간들이었다고 감히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제가 나이가 있는 사람인지라 중학교 1학년 아이들과의 세대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담임이 되어야 할 텐데, 학부모님들과는 어떻게 소통을 할까 등등
하지만 지금 한 해를 정리하면서 생각해보니 경상여중에서 제일 행복한 담임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더더욱 많이 감사한 마음입니다.
초등학교와는 많이 다른 환경에서, 그리고 사춘기를 시작하는 우리 공주님들을 사랑으로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휴대폰과 등교시간, 교칙 준수, 간식 금지 등 엄한 담임의 고집에 불만도 많으셨을 텐데 믿고 묵묵히 따라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거의 스팸 문자 수준인 담임의 길고 잦은 문자 읽어주신 것도 많이 감사드립니다. 일일이 답 글 주신 분들은 감동이었구요.
시험 감독 등 학교 행사에 시간과 마음을 내어 주셔서 도움 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이렇게 감사한 것이 왜 이렇게 많은지요?
어제 어머니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어 말씀을 드립니다. 아이가 담임이 반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교실에 들어오지도 않는다고 전했고 부모님은 너무 한다고 생각하셨대요. 그분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겠다 싶어 자세히 설명을 드립니다.^^
제가 2차 지필고사 시험이 끝나고 아침 시간 10분에 교실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교실 문 밖에서 잠깐 인사만 했지요. 그것이 아이들에게는 담임이 학급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으로 생각이 되었나 봐요. 제가 아침 10분을 온전히 아이들에게 맡긴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실장과 부실장에게 학급 운영을 전적으로 맡겨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주고 싶었고, 더 큰 다른 하나는 매일 아침 독서다 글쓰기다 다른 반은 안하는 것들을 시키면서 빡빡하게 군 담임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입에서 ‘마녀 담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요.^^ 그래서 그동안 힘들게 저의 강행군에 따라 준 아이들에게 일주일 정도 마음껏 아침 시간 10분 동안 자유를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학급에 신경을 쓰지 않는 담임이 되어버리더군요. 이래도 불만 저래도 불만인 공주들에게 저는 영원히 점수 따기는 글렀나 봐요.ㅎㅎ
그리고 부탁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와 담임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을 귀 기울여 들어주시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주시고, 그리고 이해가 되지 않거나 서운하거나 불만이 있거나 할 경우 그냥 마음속으로만 담고 계시기 말고 꼭 의견을 내어주십시오. 학부모님들의 솔직한 의견 제시는 너무도 중요하답니다. 그게 바로 학교와 학부모님과의 제대로 된 소통의 시작이니까요. 이번 일처럼 저는 분명 이유가 있었는데 부모님들은 서운하다 하시는 상황이 생기게 되면 안 되니까요.
저는 학부모님들의 목소리는 너무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이 부모님들의 말씀을 들을 수 있어야 저희를 되돌아보고 고칠 것은 고치고 오해가 있다면 풀 수도 있으니까요.
제가 수많은 문자를 보낸 이유도 부모님들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잘 도와주기 위해서는 학교와 가정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그 기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인연을 참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저희 반 어머니께서 제게 보내주신 시가 있어 여러분들과 나눕니다.
인연 - 조선윤
세상에 태어나서
가는 길은 다르지만
만나고 헤어지는 만남 속에
스치는 인연도 있고
마음에 담아두는 인연도 있고
잊지 못 할 인연도 있다
언제 어느 때 다시 만난다 해도
다시 반기는 인연되어
서로가 아픔을 외면하지 않기를
인생길 가는 길에
아름다운 일만 기억되어
사랑하고 싶은 사람으로 남아 있기를
경상여중이라는 끈으로 소중한 인연 맺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1학년 5반 담임 이영미가 고마운 마음을 듬뿍 담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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