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5월 18일 하루 지난 날,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았어요.

착한재벌샘정 2011. 5. 19. 21:59

제가 긴 감기 끝에 좀 지쳐있는데 학교 업무로 많이 힘든 일이 있어 어제 오늘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 입니다.

아이들과 관계된 일이 생기면 늘 ‘학생’을 중심에 두면 답이 보이곤 했는데 제가 찾은 답과 학교 관리자들의 답이 너무 다른 방향이고 너무 다른 답에서, 너무 큰 간극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저를 너무 힘들게 합니다.

지쳐 있는 제가 휴식을 찾는 방법 중 하나가 영화를 보는 것인데 어제는 남편, 정빈이랑 셋이서 ‘제인 에어’를 보았습니다. 얼마 전에 극장 개봉한 영화 말고 제가 가지고 있는 1996년 것을 집에서 보았습니다.

 

 


정빈이는 가끔 이런 말을 합니다.^^

“어머니, 영화를 선택할 때는 제발 저의 취향을 좀 고려해 주십시오. 너무 문학적이거나 작품성 뭐 이런 거 말고 제가 좋아하는.... 뭔 지 아시겠죠?”ㅎㅎ

제인 에어를 보는 동안 행복한 봄날 저녁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고민은 잠시 접어 둔 채....

 

그리고 오늘, 정빈이가 보고 싶다고 한 영화 ‘아마데우스’DVD를 알아보는 중 어제가 5월 18일이었음을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올해 계획 중에 5월에는 정빈이와 영화 ‘화려한 휴가’를 같이 보겠다는 것이 있었거든요.

 

 

 

아이와 역사의 한 부분을 함께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퇴근하는 길에 동네 대여점에 들렀더니 사장님이 이러시더군요.

“아이가 이 영화를 보고 엄마가 이야기 한다고 알까요?”

제 대답은 이랬습니다.

“역사를 저 조차도 전부를 알지 못하는데 어찌 영화 한편으로 다, 그리고 제대로 알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역사는 알게 해야지요. 조금이라도... 조금이라도 이야기 해주어야 할 것 같아서요.”

정빈이는 화장실 가는 것도 참아가며 영화를 보더군요. 참다 참다 결국 영화를 잠시 멈추고 화장실로 달려갔지요. 웬만한 영화는 영화를 멈추지 않고 화장실을 가곤 하는데 말이에요. 영화에 몰입정도가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영화 “써니”에 관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써니에서 개그 프로의 한 장면처럼 그려졌던, 써니의 칠공주들이 시위대와 진압부대들과 뒤엉켜 웃음을 자아내던 장면이 이 영화에서 어떻게 그려지고 어떻게 네게 느껴지는 지.....”

그 다음은 제가 말을 다 잇지 못했습니다. 다시 보는 영화이지만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은데 제가 지금의 몸 상태로는 여기서 접어야 할 듯합니다.

전혀 다른 이야기이지만 오늘 종례시간에 저희 반 아이들이 저를 위해 작은 음악회(?) 열어 주었답니다. 오늘 음악시간에 가창 시험을 쳤다고 하더군요. 저희 반 아이들은 종례시간에 하루 동안 있었던 이야기들을 제게 자세히 해주거든요. 수미와 지형이가 최고 점수를 받았다고 하기에 선생님과 친구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 주었으면 청했더니... 어찌나 고운 노래를 부르던지요. 좋은 점수를 받지는 못했지만 부르고 싶은 사람이 있느냐고 했더니 나라가 손을 번쩍 들었고, 나라 역시 고운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아, 진짜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희 반 모두 행복한 음악회에 온 기분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노래 소리를 들으면서 내일도 이어질 힘든 일들을 견뎌나가리라 마음을 먹었지요. 너무 이쁘고 너무 고마운 아이들이에요. 친구의 고운 노래를 박수로 청하고 그 노래 소리에 흠뻑 빠져들고, 환호의 박수를 보내줄 줄 아는 아이들. 저는 그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얻었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정빈이는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 ‘포화 속으로’가 생각이 났어요. 그리고 두 영화에서처럼 지금 사람들, 우리들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아마 정빈이도 저처럼 생각이 많은 밤을 보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