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다니는 엄마들 모두 같은 마음일겁니다. 퇴근 시간은 지났는데 일을 안 끝나고 집에 있는 아이는 연신 전화를 해서 언제 오느냐고 할 때의 마음. 제거 오늘 유난히 일이 많아 퇴근 시간을한참이나 넘기고도 마무리를 못하고 허둥댔답니다.
일을 시원시원하게 쳐내는 편인데(혼자 착각인지도 ㅎㅎ) 일이 많아도 너무 많아요, 정말.
퇴근해서 오니 테니스를 치고 온 남편은 저녁 약속이 있어 다시 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이럴 때 기회다 싶은 생각이 들지요. 퇴근이 늦어 서운한 마음일 정빈이의 마음을 풀어 줄 기회.
"정빈아, 아버지께서 저녁 약속이 있으시다네. 그래서.... 쨔잔. 정빈이만을 위한 특별한 요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남편은 그러지요.
"니들은 내가 집에서 밥 안 먹는 날은 특별히 더 맛있는 거 해 먹더라."
그럴 때 저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당연하죠. 이런 날 엄마가 정빈이만을 위한 요리를 하거든요. 정빈이는 소중하니까요.호호호 물론 당신이 소중하지 않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요."
가끔 남편은 저녁 약속이 취소되어 일찍 들어 오게 되면 기대를 하게 된다고 합니다. 둘이서 맛있는 먹으려고 준비하고 있겠지....라는 기대. 그리고 그 기대는 거의 깨지지 않는다고. 현관을 열고 들어서는 남편은 이럽니다.
"너거 둘이서 또 내 없을 때 맛있는 거 해먹고 있지? 오늘 딱 걸렸어."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남편이야 집 밥이 최고라고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밖에서 다양한 음식, 좋은 것들 많이 먹잖아요. 그래서 이러지요.
"거의 매일 집에서 밥먹는 먹는 우리가 불쌍하죠. 당신은 집에서는 매일 라면만 먹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말을 하면서 생각하게 된 것이 남편이 집에서 저녁을 먹지 않는 날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저녁을 만들어주자.
제가 먹는 것에 거의 목숨을 건다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잖아요. 저는 혼자 있어도 대충 한 끼 떼우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는 사람이에요. 그러니 남편이 저녁을 집에서 안 먹는다고 해서 아이들과 있는 반찬으로 간단히... 이렇게는 안되는 사람이고요. 그래서 남편이 집에서 저녁을 먹으면 남편 위주로 메뉴를 짜게 되는데 남편이 저녁을 같이 안먹는 날은 오로지 아이들만을 위한 요리를 하는 거지요.
오늘 저녁 메뉴는 남편이 좋아하는 갈치찌게였는데 저녁 약속이 있다며 나간다는 말을 듣는 순간 저의 머리 속은 냉장고 속을 더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정한 것이 닭가슴살로 만든 찹스테이크. 이름이 너무 거창했나요?
정통 요리법과는 거리가 먼 초스피드 간단 찹스테이크입니다.
준비물 - 닭가슴살 1쪽, 집에 있는 야채와 과일, 적포도주, 스테이크소스, 마늘, 매실액, 올리브유, 후추, 소금
방법 :
가슴살을 깍둑썰기하여 소금과 후춧가루로 밑간을 해둡니다.
집에 있는 야채와 과일 중 마음이 가는대로 골라 고기와 비슷한 크기로 썰어 준비합니다.
이제 슬슬 요리를 시작해 볼까요?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닭가슴살과 당근을 먼저 중간정도 익힙니다. 그리고 준비 된 야채와 과일을 같이 볶아줍니다. 오늘 저희 집에는 양송이버섯, 양파가 더 있을 뿐이어서 초록색에 대한 아쉬움이 컸습니다. 대신 사과를 넣기로 했습니다. 제 맘대로니까요.^^
이 재료들을 넣고 볶으면서 적포도주 3큰술, 스테이크소스 4~5 큰술을 기호에 따라 넣습니다. 아참, 저를 위해 한 가지 더 넣은 것이 있습니다. 씹히는 맛이 좋아서 제가 즐겨 넣는 마늘입니다.
단맛이 났으면 하는 정빈이를 위해 매실액을 적당히 넣었습니다. 고기를 반쯤 익힌 뒤 양파를 넣어 투명해지도록 익히고... 뭐 이런 정통 방법이 있지만 저의 늦은 퇴근으로 인해 배가 많이 고플 정빈이를 위해 '초스피드요리'도 오늘의 관건이었기에 몽땅 같이 넣어 볶았습니다. 싱겁다 싶으실 때는 입맛에 따라 스테이크소스를 더 넣거나 진강장으로 간을 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초스피드 닭가슴살찹스테이크입니다. 완성작을 보니 초록색에 대한 아쉬움이 더더욱 사무칩니다.ㅠㅠ
새콤한 사과의 맛까지 어우러져 맛이 끝내준다니까요. 닭가슴살도 전혀 팍팍한 느낌없이 진짜 맛있답니다. 이건 제 말이 아니고 정빈이 말이니 신뢰하셔도 됩니다.ㅎㅎ특히 김장 김치와 같이 먹는 그 맛은 정말 말로 표현이 안된답니다. 맛도 좋지만 단백질과 함께 야채를 많이 먹일 수 있어 좋은 요리이기도 해요.
남편이 같이 저녁을 먹지 못하는 날, 아이와 대충 한 끼 드시지 마시고 아이에게 특별한 느낌을 선물해보세요. 아버지가 바빠서 거의 매일 저녁을 같이 못드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저희도 그런 날이 적지않거든요. 그런 날일 수록 더 잘 먹어야 한다니까요.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요즘 가정시간에 식단에 관해 공부를 한다면서 수업을 하면서 느낀점이 저희 집 식단이 매우 알차다는 것이라고 하네요. 선생님이 아침에 먹던 거 저녁에 그대로 먹을 때 있지, 라는 질문에 거의 다 그렇다고 하는데 정빈이 혼자 아니요, 했다네요.
아침에 콩나물, 점심에 콩나물, 저녁에 콩나물일 때도 있지, 라는 말에도 정빈이 혼자 아니라고 했다면서 엄마가 먹는 것에 정말 신경을 많이 쓰고 저희 집 식단이 아주 충실(?)하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고 하더이다. 예슬이도 늘 그런 말을 해요. 저희 집 처럼 챙겨 먹는 집 드물고 늘 웰빙 밥상인 집도 없을거라고. 저희가 거의 제철 음식으로 풀밭을 헤매거든요.ㅎㅎ정빈이가 좋아하는 돼지고기를 굽지 않고 찜기에 허브와 함께 쪄서 먹지요.
제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양파입니다. 박스로 사 놓고 먹고 있어요.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간다고 보시면 되요. 그리고 기본 육수는 마른명태, 멸치, 새우, 다시마, 표고버섯, 무우, 양파로 냅니다. 이 육수로 만든 아구 수육은 정빈이가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랍니다. 냉동, 냉장식품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 아니라 저희 집 냉장고는 15년 넘은 용량이 적은 것인데도 늘 반정도 밖에 차 있지 않아요.
식탐이 있는 정빈이에게 소식하는 습관을 들여주기 위해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역시 소식이 다이어트에는 최고더군요. 제가 작년 8월부터 음식의 양을 줄였는데 몸무게가 거의 10kg 가까이 줄었거든요. 여러분도 맛있는 음식 양껏 드시지 마시고 살짝 모자랄 듯이 드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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