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벌써 한 주가 다 지나가려 합니다.
모두들 건강하게 잘 지내셨는지요? 저는 5월을 맞으면서 두 가지 참으로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하나는 친정어머니로부터 받은 것인데, 새 이름을 선물 받았습니다. 나이 사십이 훌쩍 넘어, 무슨 이름인가 싶으시죠?
강석경의 '청색시대'라는 소설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나의 평온을 위해서 다른 사람의 평온을 기도한다. 그것이 덜 위선적이고 인간적이니까.』
1989년 여름에 읽었던 것 같습니다. 교사로서 많이 방황(?)하던 시절, 학교와 여고생, 교생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읽게 되었던 책이었는데 참 많은 대목이 공책에 옮겨져 있는, 그 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던 책입니다. 그 중 제가 가장 많이 인용한 글이 저 글이 아닌가 싶습니다.
새 이름 이야기에 뜬금없다 싶으시죠?
저희 어머니는 늘 제게 미안한 마음을 한 구석에 안고서 살아가고 계시지요. 맏이라는 이유로 하고 싶은 것을 꺾고 사범대학에 보낸 그 후로..... 평생 그것을 마음의 짐으로 살고 계신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지요. 그것을 알기에 저에게 어머니는 늘 안쓰럽고 안타까움이 앞서고요.
저희 어머니께서 거금을 들여 이름을 잘 짓는다는 곳에서 제 이름을 지어다 주신 것은 어머니 스스로의 짐을 조금 덜고 싶은 마음에서가 아닐까 합니다.
평생을
‘그 때 힘들어도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거 시킬 걸. 하다못해 그것까지는 못해도 치대에라도 보낼 걸. 그랬으면.....’
그랬더라면.... 이라는 아쉬움은 제게 조그마한 일이라도 생길때마다 어머니를 힘들게 했을 겁니다. 제가 건강이 좋지 않고 사람들과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것을 보시면서 어머니는 제게 새 이름을 지어 선물해 주셨어요.
“늘 니 이름이... 어디가도 별로라고 해서 늘 내 마음 한 구석에 뭐가 걸린 것 같았는데....”
사실 새 이름을 받은 지는 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선뜻 내키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에요.
새삼 지금 와서 무슨 새 이름, 싶기도 하고.
개명을 할 것도 아닌데 누가 불러 준다고, 싶기도 하고.
동생이 넷이나 있는데 나 혼자 새 이름 받은 거 알면 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싶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흔하고 촌스럽기는 해도 친정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인데 서운해 하실 텐데 싶기도 하고, 등등
참으로 생각이 많고 복잡하더이다. 그래도 지어주신 거 서운해 하실까봐 휴대폰 바탕화면에 새 이름 석 자 적어두고, 큰 아이 예슬이에게는 이야기를 하였어요. 할머니께서 새 이름을 지어주셨다고. 그렇게 아무도 저의 새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 없이 시간이 흘렀는데 문득 강석경의 글이 생각이 나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머니의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려야겠구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새 이름을 불러주는 지 어머니께서 확인해보실 것도 아니지만 내가 그 이름을 흔쾌히, 기분 좋게 받고 많은 사람들에게 불러 달라 이야기함으로써 어머니의 마음을 받아드려야겠어. 내게 새 이름을 지어주신 것은 어머니, 당신의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으셨기 때문일 거야. 늘 미안한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렇게라도 덜고 싶으셨던 것을.....왜 그걸 이제야 깨달은 것일까?’
그래서 이제 세상에 그 이름을 널리 알리고 많은 분들께 불러 달라 청합니다. 저의 새 이름은 ‘이민서’입니다. 작명소에서 써 준 이름을 참으로 정성스럽게 싸서 제게 전해 주신 이름입니다. 한 친구는 지금까지 이영미로 살아오면서 이룬 것들은 어쩌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이제부터 두 개의 이름으로 살면 두 배로 좋은 일들이 쏟아질 거라고.^^
여러분들도 많이 불러주세요. 제 새 이름의 의미는 ‘어머니 마음의 치유와 저의 새로운 시작’이라 저 혼자 의미를 붙여봅니다. 새 이름을 선물함으로서 어머니는 당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셨으면 하는 바람이고 새 이름을 통해 저는 정말 새로 이 세상에 태어나듯 새로운 시작을 꿈꿔보고 싶다는 희망을 담았습니다. 멋진 선물 맞죠?
이곳에서 사용하는 별명도 바꾸었습니다.
'이민서♥이영미'로.^^
새 이름 널리 알리는 것이 급선무(?)라 앞에ㅋㅋㅋ
그리고 또 하나의 선물이 있습니다. 제가 그동안 건강도 좋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일로 힘든 일들이 많았었습니다. 사람에게 치였다는 표현이 적절할 런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을 정도로 사람들과의 갈등이 있었어요. 며칠 전 서점에서 책 제목도 제대로 보지 않고 무심히 책장을 넘기다 제 눈에 들어 온 글이 있었습니다. 책 차례 중 하나입니다.
『사람이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 당신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사람이 더 많다 』
이 글을 읽는 순간 가슴이 멎는다는 표현이 어떤 것인 지, 뒤통수를 한방 크게 얻어맞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 지 알 것 같았어요. 저에게 하는 말인 것 같았습니다. 휙 넘겨 책 표지를 보니 이 책이었습니다.
그 대목의 여운이 너무 커 아직 책을 읽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 여운이 다 없어질 때까지 그냥 느껴보려고요. 책을 다 읽으면 다시 이 책에 관해 글을 쓸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사람이 더 많다고?’
참 많은 생각을 하게하고 저를 되돌아보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음 속 실타래를 조금씩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기더군요.
어때요? 제가 받은 두 번째 선물.
이렇게 저의 5월은 선물로, 두 개씩이나 받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책의 이미지는 교보문고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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