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요술램프 지니군과의 공식(?)적인 송별회

착한재벌샘정 2004. 12. 21. 23:33
 오늘 KYC 6기 좋은친구만들기 송별회가 있었습니다.

지난 4월 만난 멘티들과의 공식(?)적인 만남을 마무리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참 많은 갈등을 하면서 시작했던 일이었지만 그 결과가 무척 좋아 많이 기쁘답니다.

지니는 내년 10월까지 보호관찰기간인데 아마도 내년 2월에, 자그마치 8개월이나 기간이 단축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지니가 잘해 온 것을 보호관찰소에서도 알기에 저와 지니가 지난 11월 30일 제출한 ‘가해제 신청서’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져 2월 회의가 있고 그 때 기간 단축이 확정된다고 합니다. 지니는 보호관찰소의 지원으로 컴퓨터 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3일에는 워드, 12일에는 ITQ 활용 자격증 시험을 쳐 놓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8개월간의 만남을 마무리하는 자리라 그런 지 많은 생각들이….

보고 싶은 우리 탁이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우리 탁이와도 송별회를 했었는데…. 며칠 문득문득 저절로 눈물이 고여 와….

오늘도 지니를 데리러 지니 학교 앞으로 가는 동안 왜 그리 우리 탁이 생각이 나던지요. 운전하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내년에는 또 다른 아이를 만나겠지요. 그 아이와도 우리 탁이와 지니처럼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오늘 송별회 자리에 내년에 멘토활동을 할 7기 신참(?)들도 참여를 했는데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참 따뜻했습니다.

 

공식적인 송별회는 끝이 났지만 지니와 저는 2월에 보호관찰 기간 단축이 확정되어 '진짜 송별회'를 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다음에도 저희들의 인연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그 송별회는 보호관찰과의 송별회가 되겠지요. ㅎㅎ 군대를 다녀 온 후 지니도 멘토 활동을 할 계획이라서 그 때쯤에는 같은 일을 하는 동료가 되어 있을 거예요.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아래 글은 저희들이 쓴 가해제 신청서입니다.  

 

가해제 신청서


저는 솔직히 멘티 진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참 많은 시간을 고민했지만 제가 내린 결론은 제가 진이를 잘 알지 못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2004년 4월에 처음 만난 이후로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만났고, 같이 몇 번의 행사에 참여했고, 문자와 전화를 주고받고 가끔 메일을 보내기도 하면서 지내왔습니다. 제가 메일을 보내기는 했지만 아직 메일의 답장을 받아 본 적은 없습니다. 제가  낳아 16년이라는 세월동안 함께 살아 온 제 아이에 대해서도 ‘난 그 아이를 잘 알아’라는 말은 선뜻 못한다는 게 제가 진이를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작은 변명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글을 통해 진이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저는 진이를 무척 사랑합니다. 이러는 저를 보고 진이는 ‘제가 무슨 샘 아들이에요?’라며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하지만 제게 있어 진이는 저의 소중한, 사랑하는 아들입니다. 진이는 저만의 아들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어른들이 사랑하고 보듬어 주어야 할, 우리 모두의 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해 저의 멘티였던 또 한 명의 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남편은 저에게 더 이상 멘토 일을 하지 못하게 반대했었습니다. 그 때 저는 이렇게 말했었습니다. 이 일은 제 삶의 가장 마지막까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보호관찰을 받는 아이들이 더 이상 없어 제가 이 일을 할 필요가 없을 때가 온다면 그 때 그만두겠다고. 나이가 너무 많아 아이들과 직접 만나지 못하게 되더라도 어떤 방법으로든 이 일과 관련된 일을 하며 살게 될거라고. 이유가 무어냐고 묻기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 아이들 모두 우리들의 아이들이니까요.’라고.

 

사랑하는 아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습니다. 세상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기쁨이 무엇인지를 아는,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아이로 자라주기를 바라기에 용기와 격려를 줄 수 있는 작은 선물을 주고 싶습니다. 그런 아이를 믿고 지켜보는 어른들이 있다는 선물을.

 

저는 진이에게 ‘요술램프 지니’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습니다. 아이의 이름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알라딘에 나오는 요술램프 속의 거인 <지니>처럼 다른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램에서입니다. 아이가 자신의 미래에 큰 의미를 두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요.

 

진이는 지금 많은 계획들로 부풀어 있습니다. 실업계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데 내년 취업과 군대 문제, 그 보다 더 먼 미래에 대한 계획을 아주 구체적으로 세워두고 그 꿈을 꼭 이루고 싶어 합니다.

 

제가 진이의 학교생활이 어떤 지, 친구들과 어울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지 다 알지 못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는 아이이기에 그 아이의 미래에 희망을 걸고 싶습니다.

 

제가 진이를 만나 가장 기뻤던 순간은 진이로부터 이 말을 들었을 때입니다.

“샘을 만나면 왜 이렇게 말이 많아지는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지... 제가 아는 게 많아서 말이죠.(웃음) 솔직히 아는 척 하는 거지만요.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 까지 다 하고 있으니.”

지난 생일에 진이가 제게 한 말입니다. 그 순간의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이 듭니다. 이렇게 조금씩 저를 향해서, 세상을 향해서 마음을 열어가고 있는 진이에게 보호관찰 기간의 단축은 참으로 큰 선물이 될 겁니다.

 

저는 진이를 통해 희망을 보았기에 그 희망에 대한 보답을 해주고 싶습니다.

보호관찰 기간이 단축되어도 저는 진이를 계속 만날 것이고 진이의 미래를 지켜보는 사람으로, 힘들어 할 때 작으나마 힘이 되어 주도록 노력 할 것입니다. 진이도 언젠가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동생들을 위해 멘토로 활동을 해보고 싶어 합니다. 어쩌면 진이의 그 마음이 가장 큰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아이라면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삶을 소비하는 일은 없을 거라 믿습니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지 않을까요?

 

제가 내년에도 계속 좋은친구만들기를 통해 멘토 활동을 할 거라고 했을 때 

“또 한 명의 아이가 저처럼 구원을 받겠군요.”

라는 말을 했습니다. 저는 그 말에 마음이 참 무거웠습니다. 진이는 별 생각 없이 ‘구원’이라는 단어를 썼겠지만 제가 앞으로 멘토로서 다른 아이들을 만났을 때 해야 할 일들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커지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 진이가 멘토 활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 언젠가는 진이 자신도 꼭 멘토가 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진이는 체육대회, 래프팅, 평화캠프 등 좋은친구만들기의 공동프로그램에도 빠짐없이 참가해 열심히 했고, 보호관찰소에서 실시한 양로원 자원봉사에도 참여해 성실함을 보여 주었습니다.

 

진이가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보답을 해주고 싶고, 열심히 살아가려 꿈꾸고 있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보호관찰 기간을 단축 시켜주십사 간곡히 부탁을 드립니다.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시기 바랍니다.


2004년 11월 30일


 청소년특별범죄예방위원, KYC 6기 좋은친구만들기운동 멘토 이영미


아래 편지는 진이가 직접 쓴 것입니다. 아이가 자신의 지금 상황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것을 넘어 서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아이에게 보호관찰 기간 단축을 위해 탄원서를 준비한 것을 이야기했고 아이에게도 편지를 써보라고 했습니다.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아이에게는 쉽지 않았을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지만, 힘들지만 꼭 필요한 작업이라 생각하기에 아이를 설득했고 진이도 잘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몇 번이나 글을 다시 쓰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려 노력을 하였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어색한 문장 정도는 제가 고쳐주고도 싶지만 아이가 쓴 글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의미라 생각해 그대로 보냅니다. 글속에 담긴 아이의 마음을 꼭 헤아려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구**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입니다

저는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학생입니다.

지금은 좋은 친구들이라는 프로그램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좋은 친구들의 멘토 선생님 이영미 선생님의 아래에 있습니다.

저는 왜 이렇게 탄원서를 제출하는지는 저의 앞날이 걱정 되서 입니다.

비록 제가 잘못을 하였기에 받은 보호관찰이지만 죄 값을 치워야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전 실업계고등학교 학생입니다 그래서 3학년 여름방학이 되면 취업을 나갑니다

전 그 취업을 지금 준비 하고 있으며.. 보호관찰소에서 저의 학원비 까지 주셔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12월 3일엔 자격증 시험이 있습니다.

취업시기가 오기 전에 자격증을 많이 취득하여 더 나은 곳으로 취업을 하기 위해 힘을 쓰고 있습니다. 제가 앞으로 더욱더 잘 살기위해서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대학도 물론 가고 싶지만 집의 사정상 대학은 무리일 것 같아 대학의 꿈을 포기하고 이를 물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저의 멘토 선생님 이영미 선생님도 저를 위해서 최선을 다 해주시고 저를 친아들처럼 생각하시며 걱정을 정말 많이 하십니다. 그런 선생님께 정말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전 선생님께 약속을 했습니다.

제가 나중에 커서 돈을 열심히 벌어서 선생님과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며 투어를 하고 싶다고 말입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기에 놀고도 싶지만 학원에 열심히 다니며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 힘쓰고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보호관찰 기간을 단축 시켜 주십시요.


11월 30일  대구**고등학교 2학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