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자습시간에 연수가 있었습니다.
2학기 중간고사(이제부터는 2학기 1차 지필고사라고 한다네요^^)를 앞둔 교사 연수였습니다. 담당부장님이 그 연수를 위해 아주 열심히 준비를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 본 저였는데 큰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이원목적분류표라는 것이 있습니다. 시험을 내기 위해 가장 먼저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시험 칠 범위를 공부한 수업 시간 수와 교과서 쪽 수, 그리고 각 단원의 중요도를 기초로 하여 각 단원에서 몇 문항의 문제를 낼 것인 지를 계산해 내는 것입니다. 엑셀을 이용하여 자동 계산 수식을 이용하면 편리하다고 직접 예시 파일까지 만들어 아주 쉽고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어요. 시험문제를 낼 때 이원목적분류표만 작성이 되면 거의 반은 된 것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고 필요한 작업이랍니다. 그 결과에 따라 해당 단원에서 몇 문항을 낼 것인 지 그리고 각 문항의 난이도를 상 중 하 어느 것으로 할 것인 지, 그리고 이해나 적용, 또는 분석의 문제 형식을 따를 것인 지를 결정하게 되니 문제 내는데 정말 중요한 자료가 되어 주지요.
문제를 다 내놓고 거꾸로 맞추어 나가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후배들에게 저는 이원목적분류표의 중요성과 그로 인한 장점들을 이야기하며 꼭 문제 출제 전에 꼼꼼히 작성을 하고 그 결과에 맞추어 문제를 내라고 부탁을 하곤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엑셀 파일을 이용하다보면 자동합계에서 소수 자리로 인해 100점 만점이 되지 않고 99.9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제 까지는 그 숫자를 정확히 맞추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많이 힘들었던 게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이 번 부장님의 예시에는 세 단원의 합은 99.9인데 전체 합계에는 수식을 쓰지 않고 그냥 숫자를 써 넣게 되어 있고 거기에는 100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는 겁니다.
순간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0.1 정도 차이가 나도 되는 건가? 이제까지 이거 꼭 맞춰야 한다고 그렇게 강조를 했었는데 이상하네.’
그러면서 이리저리 보다 보니 그 숫자만 틀린 것이 아니고 한 군데 더 틀린 곳이 있는 겁니다. 세로로 문항 수의 합은 30인데 가로로 문항 수의 합은 29. 세로의 페센트 합은 99.9인데 가로의 퍼센트 합은 96.6.
제가 궁금했건 것은 99.9 정도 나오면 100으로 해도 되는냐는 것이 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이제까지의 상황으로 봐서는 아주 민감한 부분이었고요. 궁금했고 그것을 정확히 해주었으면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저의 두 가지 실수가 생겨난 갓이지요.
저는 공식적으로 그 부분을 명확히 해주었으면 한다는 마음이 앞서서 연수 중에 질문을 했습니다. 연수가 끝나고 개인적으로 물어도 될 것을 모든 교사들이 집중을 하고 있는 순간에 질문을 했고 그 질문을 하기 위해 제가 궁금한 점을 이야기 하려고 엑셀 화면의(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연수) 이 가로와 세로를 이야기 하다보니 가로 세로의 문항 수가 틀린 것도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지요.
결과는 저 또한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제가 궁금했던 99.9 정도면 100으로 해도 되는냐는 것은 뒷전이고 가로 세로의 문항수와 그로 인한 페센트가 다르다는 것만 부각이 되어 버린 것이지요. 부장님도 저만큼 당황하신 것 같았고 저의 진짜 궁금한 점에 대해서 답변을 하시는 대신 실수를 했다고 죄송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이시는데......
사실 그거 진자 별거 아니거든요. 단지 예시 파일일뿐이었고.... 진짜 아무것도 아닌 것이 제가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됨으로 일이 그렇게 커져 버린 거지요. 다른 선생님들도 그거 다 아시고 계셨겠지만 말씀을 안하신 것은 그게 진짜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일이 그렇게 되어버렸으니.....
그 순간 참으로 죄송하고 난감한 마음을 어찌 글로 다 표현을 하겠습니까. 저를 향해 쏟아지는 비난의 눈길도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요.
정말 저는 그게 아니었는데..... 부장님이 틀린 것을 이야기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고 교무실 분위기는 조 하나로 인해 정말 아침부터 찬물을 뒤집어 쓴 것 같이 되어 버린 거지요.
저의 입으로 가로 세로가 안 맞는다고까지 이야기를 한 상황이라 실수를 한 것은 인정을 하지만 순간 억울하다는 생각도 드는 겁니다. 진짜 그거 때문이 아니었는데....
그래서 마무리하는 연수에서 다시 손을 들었습니다.
“부장님, 제가 질문을 한 건”
옆에 계시던 선생님 몇 분이 저를 향해 혀를 차며 나무라시더군요.
“그런 건 나중에 끝나고 해도 되잖어”
연수는 끝이 났고 1교시 수업을 들어가려는데 어지 그리 마음에 걸리던지요. 정말 본의는 아니었지만 결과는 저의 의도와는 너무 다르게 흘러가버리고 말았으니.....
부장님께 메신저로 죄송하다는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글을 보냈지만 마음이 불편하네요. 부장님의 수고를 아는 지라 더.... 제 한마디 때문에 그 모든 것이....
얼마 전 읽은 책이 생각나더군요.
<사람을 얻는 기술>
<인터넷 교보에서 가져왔습니다. 다른 서점에도 이 이미지 밖에..>
첫 장의 제목이 ‘실수를 보지도 듣지도 마라’ 입니다.
다른 사람의 실수를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지도 듣지도 말라는....
그 실수로 인해 내게 작은 손해가 왔다하더라도 그것을 눈감아 줄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내가 그 실수를 지적함으로 해서 내가 받은 손해가 보상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로인해 그 사람에게는 인생의 어떤 순간을 맞이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저는 오늘 이 일로 인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비록 제가 의도한 것과는 너무 달라진 결과로 인한 것이지만 제가 많이 경솔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말이라는 것이 ‘아’ 다르고 ‘어’다르다는 것도 새삼 절감을 했답니다.
의도야 어떻든 그 시기와 표현방법에서 많이 신중했었어야 한다는 것을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업 없는 시간에 과학실에 앉아 이 글을 씁니다. 많이 반성하고 그리고 이 일로 얻은 것들을 잘 확대시켜 나가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입니다.
교사이다 보니 역시 학생들은 대할 때 어떠한가를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과연 학생들의 실수를 듣지도 보지도 않으려는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가.
어제 아침 지각한 아이에게는 뭐라고 했었던가?
종례하러 갔더니 청소도 안하고 있는 당번에게 뭐라고 했던가?
어제 교실 열쇠를 제대로 챙기지 않은 탓에 교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복도에 서 있던 아이들에게 뭐라고 했었던가?
국제 육상대회 관람 참가자 명단을 제대로 파악해오지 않은 실장에게 뭐라고 했던가?
칭찬을 하기 어려운 것이 잘하는 점, 좋은 점을 보려는 노력보다는 실수하거나 제대로 잘 하지 못하는 것이 더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담임과 잔소리는 같은 말 ’이라는 한 아이의 연습장 귀퉁이 쓰인 글이 새삼 떠오르네요.
조금 더 넓어져야겠습니다. 아이가 아닌 제 눈이, 그리고 제 마음이 말입니다.
아마도 오늘 일은 조금씩 옅어져 가는 아이들에 대한 제 마음을 다시 추스르라고 생겨 난 일인 모양이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20년이 넘는 세월이라는 것이... 그랬기에 올해 지난 세월 다 접고 초임 발령 받은 마음으로 해보자 스스로에게 다짐도 했건만....
그랬나 봅니다. 제 마음이 조금씩 희석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안 그런 줄 알았는데 보이지 않는 큼 힘에게는 그것이 느껴지고 보여 진 모양입니다.
교무실에 들어가기에 약간의 용기가 필요할 것 같지만 그래도 제가 감당해야할 몫이라는 걸 압니다. 그리고 더 크게 감당해야 할 것은 제가 교사라는 것. 아이들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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