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잘 먹자

부추해물전

착한재벌샘정 2004. 11. 14. 20:02

“아이가 태어나니까 진짜 남편은 뒷전이 되던 걸요.”

서른 중반에 결혼한 후배는 마흔을 코앞에 두고 아기 엄마가 되었다. 늦은 결혼이니 남보다 더 깨가 쏟아지게 살아야 한다며 어찌나 닭살 돋게 굴었는  지 모른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엥꼬 부부’였다. ‘잉꼬 부부’를 넘어서 남의 속을 뒤틀리게 하는 ‘엥꼬 부부’. ‘아니꼽다’는 의미를 잔뜩 담아 지어 주었건만 그래도 좋다며 어찌나 애정행각(?)을 벌여대던 지. 정말 누군 연애 안 해보고 신혼 없었냐는 말이 목까지 올라오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랬던 엥꼬가 변했다. 그것도 한 쪽 엥꼬, 마누라 엥꼬만.

“유통 기간 하루 이틀 지난 우유, 옛날 같으면 배탈 날까 봐 남편 준다는 생각은 꿈에도 안했는데 애가 태어나니 당장 한 푼이라도 아껴야겠다 싶은 것이 아까워서 버리지는 못하겠고 아무렇지도 않게 남편 먹으라고 주게 되 던걸요.”

그 말에 내 속에 크게 울려 퍼지던 ‘푸하하’, 그 통쾌하게 울려 퍼지던 웃음.

‘그래, 너희 대한민국 공식 지정 잉꼬부부도 할 수 없구나. 아~~암, 그렇지, 그렇고 말고.’

뭐, 이런 마음인 듯한데…, 근데 이거 무슨 놀부 심보란 말인가?

“나한테 신경 좀 써라. 나중에 애들 다 떠나가고 남는 것은 이 서방님뿐이야.”

“아이들에 하는 것 십분의 일만 마누라한테 하면 내가 업고 다닌다.”

우린 가끔 서로를 향해 이렇게 투덜거린다. 드디어 후배 부부가 우리와 동족(?)이 되었다는 기쁨 내지는 안도감이었을까? 그런데 내가 왜 이리 허전하지? 가을 탓인가?

 

갑자기 남편을 위한 간식을 만들어야겠다는 의무감이 넘쳐났다. 한 때 ‘그가 없는 이 세상은 앙 코 없는 찐빵’이라 생각하던 시절로 잠시 돌아가 쉽게 부칠 수 있는 전 한 장 부치면서 괜스레 유난을 떨어 보았다. 주걱을 높이 쳐들고 ‘오~~, 당신 없는 세상은 오아시스 없는 사막이어라.’를 외쳐대면서.

 

◇재료=부추 200g, 홍합 150g, 굴 150g, 당근 5㎝, 풋고추 4개, 붉은 고추 2개, 밀가루 120g, 다시마 우려낸 물 1⅔컵, 소금과 후춧가루 약간, 올리브유(식용유) 약간, 초고추장

 

◇만들기=①부추는 씻어 3㎝ 정도로 자른다.

②굴은 붙어 있는 작은 껍질을 제거하고 홍합은 털을 가위로 잘라낸 뒤 각각 엷은 소금물에 살살 헹구어 씻어 물기를 뺀 뒤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해둔다.

③당근은 채칼을 이용하여 아주 곱게 채친 뒤 소금을 살짝 뿌려 물기를 뺀다.

④고추는 어슷하게 썬다.

⑤밀가루에 다시마 우린 물을 넣어 덩어리가 없게 잘 저어 반죽을 만든다. 해물과 당근에 간을 하였으므로 소금으로 약하게 간을 한다.

⑥밀가루 반죽에 부추를 섞는다.

⑦달구어진 프라이팬에 기름을 조금만 두른 후 일단 가스 불을 끄고 너무 크지 않게 동그랗게 부추를 놓고 그 위에 당근, 해물, 고추 순으로 얹은 뒤 밀가루 반죽을 조금 끼얹은 후 가스 불을 켜 전을 부친다. 당근과 고추, 해물이 익을 수 있도록 잠시 프라이팬 뚜껑을 덮어둔다.

⑧뚜껑을 열고 뒤집어 익힌다. 해물이 흐트러질 수 있으므로 여러 번 뒤집지 않도록 한다.

 

              1109-1

 

              1109-2

 

                                                   2004년 11월 9일 매일신문 요리칼럼

'맛있게 잘 먹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구마단호박맛탕  (0) 2004.12.12
사과 도넛  (0) 2004.12.12
청국장  (0) 2004.11.04
늙은 호박떡  (0) 2004.11.02
왕새우 소금구이  (0) 2004.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