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고기 좋아한다. 지금은 너희들 먹이느라 참는 거지 절대 고기가 싫어서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해. 알았지?”
어머니께서 들려주었던 이야기는 이랬다. 가난한 집의 어머니는 자식들을 위해 못 먹고 못 입으며 사셨는데 특히 어쩌다 고깃국을 끓인 날이면 어머니는 국물만 몇 술 뜨시면서 ‘나는 고기 안 좋아한다. 너희들이나 먹어라.’라고 말씀을 하셨단다.
그러다 맏딸이 시집을 가게 되었고 딸네 집에 다니러 간 어머니.
장모님 오셨다는 말에 사위는 고기를 사왔고 그 고기로 국을 끓인 딸. 그런데 딸은 어머니의 국그릇에 고기 건더기 하나 없이 국물만, 그것도 절반이 안차게 뜨더라는 것. 고기 건더기도 듬뿍 뜨고 국물도 한 대접 가득 뜨라는 사위에게 딸이 이랬단다.
“서방님, 어머니는 제가 잘 알아요. 어머니는 고기 안 좋아하셔요. 그리고 국물도 몇 술 안 드시고. 그렇죠 어머니?”
그 이야기를 해주시며 당신은 고기 좋아하니까 나중에 시집간 뒤 찾아가면 고기반찬 많이 해달라던 어머니. 아무리 철딱서니가 없어도 이야기 속의 딸 같지는 않을 테니 걱정 말라며 큰소리 쳤던 나.
아이들이 어릴 적일이다. 두 아이 모두 새우를 너무 좋아하다보니 어쩌다 큰 맘 먹고 새우구이를 하더라도 아이들의 빠른 손놀림과 오물오물 맛나게 먹는 모습에 껍질만 열심히 까주던 남편. 그 옆에서 아이 입만 입이냐며 남편이 까놓은 새우를 낼름낼름 집어 먹던 나.
새우 머리를 꾹꾹 씹으며 나에게 넌 엄마도 아니라며 핀잔을 주던 남편. 큰 아이가 한 마디 했다.
“아버지는 머리만 좋으세요?”
남편의 모습에서 친정어머니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새우 머리를 입안 가득 넣은 채 남편이 말했다.
“아버지도 새우 몸통 좋아해. 몸통 먹고 싶어. 하지만 아빠가 먹는 것 보다 너희들이 먹는 모습을 보는 게 더 좋아서 그래. 얼른 먹어. 당신은 좀 그만 먹고.”
직장 동료들과 가을 여행을 다녀 온 남편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왕새우를 사가지고 왔다. 포장을 뜯고 내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새우의 수를 세어보는 것.
“몇 마리야?”
“사십 마리. 똑같이 나눠 열 마리씩 먹으면 되겠네.”
◇재료= 왕새우 20마리, 왕소금 1공기, 알루미늄 호일, 레몬간장(간장 3큰술, 레몬즙 2큰술, 양파 ¼개, 붉은 고추 작은 것 1개, 화이트와인 2큰술, 설탕 ½작은술)
◇만들기=①새우는 소금물에 살짝 헹군 뒤 물기를 닦아둔다.
②프라이팬에 알루미늄호일을 깔고 그 위에 왕소금을 0.5㎝ 정도 두께로 얹는다. ③프라이팬 뚜껑을 닫고 가스 불을 켜 3분 정도 소금의 물기를 제거한 뒤 새우를 얹는다.
④새우의 색이 빨간색으로 변하면 다 익은 것이다. 이 때 프라이팬의 뚜껑을 다 닫지 말고 조금 열어 둔 채 익히는 것이 포인트.
2004년 10월 19일 매일신문 요리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