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잘 먹자

삼색수제비

착한재벌샘정 2004. 4. 20. 20:37

"여보, 당신 내일 아침에는 수제비 먹어야 겠어요."
"아침부터 무슨 수제비를 먹어?"
"할 수 없어요. 아직 작업을 못한 것이 세 개나 된단 말이에요. 새벽까지 해서라도 내일 사진 넘겨야 하거든요."
"그래? 그럼 먹어야지 할 수 있나. 내가 마루타잖아. 당신 요리 먹어주는 실험 대상."


갑자기 열여섯 가지나 되는 요리 사진이 필요한 일이 생겼다. 요리하고 사진 찍는 일까지 직접 해야 하니 하루 종일 지지고 볶고 예쁘게 담고 사진을 찍어댔지만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 되어도 아직 못한 것이 세 개나 되었다.

 

"어머니, 이거 색깔 반죽 만들 재료죠?"
작은 아이는 밀가루와 시금치, 당근이 함께 보이자 즙을 내는 일, 반죽하는 일 전부 자기가 하겠다며 두 팔 걷어 부쳤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쓴 작가 이윤기씨가 텔레비전에 나오자 모든 재료를 거실로 옮겨 한밤의 대 작업(?)에 돌입했고 흰 밀가루와 뚝뚝 흘린 색깔 진한 즙으로 거실은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 도화지처럼 되어버렸다.


"당근 즙 반죽한 것은 태양, 시금치 즙 반죽한 것은 지구, 달걀 반죽한 것은 달. 오늘은 과학도 하고 그리스로마 신화도 해봐야지. 이걸 이렇게 놓고…."

 

"으악, 안 돼. 오늘 반죽은 과학 실험 할 거 아니야. 내일 아침에 수제비 끓일 거란 말이야. 그걸 거실 바닥에 놓으면 어떡해?"

 

나의 비명에 아이의 눈은 더 반짝였다.
"그래요? 그럼 다시 반죽 만들어야겠네요? 시금치랑 당근 더 있죠? 그것도 제가 만들거예요."

결국 새벽 1시가 다 되어서야 세 개의 반죽을 냉장고에 넣고 수채화가 그려진 거실을 대충 정리할 수 있었다.

 

월요일 새벽 5시 반에 남편은 삼색수제비를 먹으면서 한 마디 했다.
"덜 퍼진 거 아냐?"
"반죽을 냉장고에 오래 두어서 너무 쫄깃해 졌나? 그럼 수제비 국물에 보리밥 말아먹어요. 어디 보자. 쫄깃쫄깃한 것이 맛만 좋구만."



◇재료= 밀가루 600g, 달걀1개, 시금치 30g, 당근 50g, 양파 작은 것 1개, 감자 1개, 호박 100g, 붉은 고추 조금, 육수, 식용유, 간장, 소금, 양념장(간장, 다진 파, 다진 마늘, 참기름, 깨소금, 고춧가루)


◇만들기=①믹서기에 시금치와 물을 조금 넣고 간 뒤 거즈를 이용해 초록색 즙을 만든다.

②당근은 강판에 갈아 거즈를 이용해 주황색 즙을 만든다.

③세 개의 그릇에 밀가루를 같은 양으로 나누어 담고 시금치 즙, 당근 즙, 계란으로 세 가지 색깔의 반죽을 만든다. 반죽을 만들 때 양파 즙 한 큰 술과 식용유를 조금 넣으면 쫄깃쫄깃한 수제비를 만들 수 있다. 반죽을 랩으로 싸서 냉장고에 1시간 정도 넣어 두어도 쫄깃한 수제비가 된다.

④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준비한다.

⑤감자와 호박을 납작하게 썬다.

⑥감자와 호박은 빨리 익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육수에 먼저 넣고 끓이다 만들어 둔 반죽을 조금씩 떼어 넣는다.

⑦한소끔 끓으면 다진 마늘을 넣고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한다.

⑧반죽이 익어 완전히 떠오르면 붉은 고추를 넣고 잠깐 더 끓인 뒤 그릇에 담아 양념장과 함께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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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1-2

 

2004년 4월 1일 매일신문 요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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