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4개국을 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도 미리 녹화한 제83차 라디오 연설에서 정부 대책에 힘을 보탰다. 이 대통령은 직접 “정부의 종합대책 방향은 가해 학생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피해 학생의 안전한 보호, 그리고 교육환경 개선으로 크게 3가지”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 올해만 4차례에 걸쳐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교육 3주체’를 모두 만났다. 이 대통령은 “역대 모든 정부가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만 힘을 쏟으면서 정작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현실을 너무나 몰랐다”면서 “또한 한편 문제를 알면서 방치한 경우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국민일보 기사 원문 주소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5804681&cp=du )
2월 6일 국무총리는 학교폭력근절 담화문을 발표하였고, 대통령은 위의 기사에서처럼 미리 녹음된 라디오 연설을 통하여 이와 관련된 내용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학교폭력 근절 대책에 관한 글을 읽고 나온 첫 마디가
“대통령 바보 아냐?”였습니다.
제 목소리가 너무 컸는지 주변에 계시던 선생님들이 깜짝 놀라시며 또한 걱정하시며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큰일 날 소리 하지 마요. 그러다 국가원수 모독죄 내지는 명예훼손죄가 적용 될지 몰라요. 겁도 없이...”
“설마요? 바보 아닐까라고 나름 추측을 해본 것도 걸릴까요?”
“당근 걸릴걸요. 그러니 조심 조심.”
정말 답답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나니 온 몸이 아프고 병이 날 것, 아니 진짜 온몸이 아프네요.ㅠㅠ
몇 가지만 짚어 보겠습니다. 교과부의 교육 정책관련자들 정말 너무한다 싶습니다.
1. 학생 지도에 전념할 수 있게 복수 담임제 실시
복수담임제는 90년대 초 시도했다가 실패한 정책입니다. 설마 기억에 없는 것은 아닐 테지요?
학급당 인원이 30명이 넘으면 복수 담임제를 시행하겠다고 했는데 18학급인 저희 학교의 교사 수가 얼마인지 혹시 아십니까? 교장, 교감, 보건선생님까지 합쳐서 33명입니다. 단순한 숫자만 보아도 복수담임제가 가능 할까요? 대부분의 중학교의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인데 과연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학교에 교사수가 얼마인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담임 한 사람당 학생이 15명이 되면 무엇 합니까? 학생을 만날 시간이 없는데? 아침 자습시간 30분 동안 각종 정책으로 인한 일들을 십분, 이십분 단위로 쪼개의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행 결과만으로 평가를 하고 있는 이 시스템 속에서 두 담임이 한 교실에 들어가 정책 시행 감독을 하는게 전부일 텐데 말입니다. 아침 독서 조용히 실사하도록 두 담임이 나누어 감독하고, 영어 회화 방송 시청 잘 하도록 두 담임이 나누어 감독하고, 명상의 시간을 두 담임이 나누어 감독하고, 테마가 있는 교실 운영을 위해하고 있는 일들이 잘 시행되고 있는 지 두 담임이 나누어 감독하고....
수많은 정책들이 난무하고 그 정책들의 시행결과로 학교가 평가되고 있는 현실에서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2. 폭력적인 게임 몰입 차단 및 인성교육 강화
2014년부터 전자교과서를 도입하겠다는 교과부입니다.
“자, 이제 수업 시작하니 교과서를 켜세요.”라고 말하는 시대가 곧 오겠지요. 아이들이 교과서가 시대에 뒤떨어진 종이로 된 것이어서 공부를 못하는 것일까요? 아이들은 이미 너무 많은 기계와 접촉하고 있고 그로 인해 정서적인 폐해가 늘고 있다는 것을 눈앞에 보고 있으면서, 그래서 그것들을 차단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이야기 하면서 아이들에게 하루 종일 기계를 들여다보게 하겠다며 전자교과서를 도입하겠다니 이 얼마나 모순인가요?
3. 매 학기 학교 설명회 개최
지금도 매 학기 학교 설명회는 열리고 있다는 것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요?
4. 인성발달 관련사항을 학교 생활기록부에 구체적으로 기록, 입학사정관 전형시 반영
우리 교육의 목표가 대학 입시라는 것을 전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가장 마음 아픈 대목입니다. 대통령은 마이에스터고와 고졸자 채용 등이 입시위주 교육과정을 완화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대학가기 위해, 인성을???
6. 체육, 예술교육 활동과 독서교육 활동 강화
예체능교과 시간 확대는 제가 앞의 글 <학교 폭력(청소년 폭력) 해결 방안을 위한 치열한 고민>이라는 글에서 절실하다고 했었던 부분이라 가장 반갑습니다. 꼭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랍니다. 그런데 체육시간을 4시간으로 늘이고 다른 예술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데 무슨 과목을 줄일까요? 설마 여기서 수업 시수를 더 늘이는 것은 아닐 테죠? 그럼 정말 우리 아이들 너무 불쌍해서 안돼요.
1개 이상 학교스포츠클럽에 가입하게 한다? 어떻게 시행을 할 수 있을까요? 외부 강사로 교사는 해결할 수 있지만 스포츠클럽 수업을 할 시간은 또 어디에 넣어야 할까요? 수업시수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주5일제 수업이 실시되는 3월부터 토요일에 하던 수업을 주중으로 옮겨해야 하고 창제활동 강화로 동아리 수업까지 하느라 아이들의 수업은 거의 매일 7, 8교시까지인데. 사교육 줄인다고 방과 후 수업 필히 해야 하고, 부진아 수업까지 하고 있는데 스포츠클럽 수업을 언제 해야 할까요? 진정으로 아이들 자신들을 위한 수업이니 9교시, 10교시에 한다고 해도 흔쾌히 받아들인다고 합시다. 어디서 하죠? 학교에 있는 것이라고는 체육관과 운동장의 거의 전부인데. 테니스반, 수영반, 유도반, 배구반, 핸드볼반, 축구반, 농구반, 펜싱반, 골프반, 스케이트반, 야구반, 미식축구반, 체조반 등등 가능할까요?
학교 시설을 생각하면 가능한 스포츠클럽은 축구반, 농구반, 배드민턴반, 철봉반, 족구반, 육상반, 줄넘기반 정도일 것 같은데...
7. 학교 폭력을 해결하는 열쇠를 교사가 쥐고 있다?
절대 아닙니다. 학교 폭력 해결 열쇠는 가정에서 부모님들이 쥐고 있습니다. 부모의 사랑을 받고 따듯하고 허용적인 분위기에서 바른 인성을 갖추도록 키워진 아이들이 학교에 오고 그런 아이들이 한 학급의 구성원이 되어도 청소년 폭력이라는 문제가 생길까요? 지난 번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폭력을 전혀 모르던 아이들이, 바르게 잘 자란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학교와 교사로 인해 폭력을 배워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닐진대 자꾸만 문제의 초점을 여기에 맞추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8. 총리와 민간전문가가 공동위원장인 위원회 구성과 총리가 매월 한 번 이상 학교를 방문
참 아이러니하죠? 학교와 교사에게 그 열쇠가 있다고 하면서 왜 교사는 늘 이렇게 철저히 배제되는 것일까요?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총리가 학교를 방문한다고 얼마나 제대로 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그것을 교육정책에 반영시킬 수 있을까요? 가장 필요한 것은 교장이 교장실에서 나와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야하고 장학사가 학교 폭력 근절 캠페인을 잘 하고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해 학교에 오는 것이 아닌 교사와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현장에 와야 하고, 교육지원청의 교육장과 교육감이 현장에 나와 교육 현장을 보고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을 살펴보면서 나름 분석해 보았고 그 결과 제 입에서 나온 첫 마디가 ‘대통령 바보 아냐?’였습니다.
제 글이 늘 너무 길다는 약점이 있는지라 세세하게 더 다루지는 않겠지만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 큽니다.
정부의 수장은 대통령입니다. 국무총리가 발표하고 직접 문구를 밤새 몇 번이나 수정하였다하여도 결국 그것은 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의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교과부와 수많은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한 나라의 대통령을 바보가 아닐까, 라는 의심을 받게 만들었을까요?
공부도 많이 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대책일 텐데... 그래서 대통령을 그들의 말을 듣고 그들을 믿고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일 텐데....
오늘은 정녕 잠이 들지 못할 것 같습니다.
대통령을 바보로 만드는 교과부를 어쩔까요? 라고 물었지만 제가 뭘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글이라도 쓰니 숨이 조금 쉬어지는 듯 합니다.
(다음 아고라 고민방에 함께 올린 글입니다.)
'학교 아이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부모교육...이건 아닌데.... (0) | 2012.09.18 |
---|---|
'학교 폭력' 대신 '청소년 폭력'이라고 쓴 기사에 희망을... (0) | 2012.02.20 |
12시간 공부시키면서 학생 인권은 무슨, 개뿔 (0) | 2012.01.30 |
교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아이에게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서 (0) | 2012.01.19 |
학교 폭력(청소년 폭력) 해결을 위한 방안에 대한 치열한 고민 (0) | 2012.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