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상황 1 - 진짜 남편은 아니죠?
쇼핑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남편이었다.
“지금 백화점에 있어요. 여름 다가오니까 원피스 하나 샀으면 해서요. 마음에 쏙 드는 거 하나 있는데 자기가 봤으면 해요. 당신 마음에도 들 거예요. 당신 좋아하는 팔랑팔랑하는 원피슨데. 네, 너무 맘에 들어요. 사고 싶어요. 네. 나중에 같이 와서 보고 자기 마음에도 들면 사주세요, 알았죠? 으음... 한 시간 정도? 한 시간 정도 더 쇼핑하고 갈 거예요. 원피스 말고는 특별히 사고 싶은 건 없어도 나 백화점 좋아하잖아요. 구경할 게 얼마나 많은데요. 네, 네. 알았어요. 네에~~~”
원피스를 고르다 받은 전화다 보니 백화점 매장의 판매원 아가씨도 나처럼 옷을 사러 온 고객들도 내가 전화하는 소리를 들은 모양이다. 남들 앞이라 조심조심, 평소 둘이 있을 때의 오분의 일 애교도 안 부리며 점잖게(?) 받았다 생각했다.
전화를 끊고 아가씨가 들고 있는 원피스를 받아 드는 나에게 누군가 한 마디 한다.
“말도 어쩜 그렇게 예쁘게 하세요? 누구에요?”
“남편이요.”
그런데 이런 말이 되돌아 왔다.
“진짜 남편은 아니죠?”
당황한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자 그 사람은 어깨를 조금 으쓱하더니 이렇게 말한다.
“진짜 남편은 아니죠? 세상에 남편한테 그렇게 말하는 여자가 어딨어요? 애인이면 몰라도. 속삭이듯 딱 연애하는 말투구만. 하긴 요즘 애인 없는 여자가 어딨어? 애인에게 그 원피스 사달라고 할 모양이죠? 저렇게 애교를 떠는데 안 사줄 남자가 어딨어? 집에 있는 마누라가 사달래면 어림도 없을 거구만. 마누라 데리고 이런데 오는 남편도 없을 거고.”
눈을 멀뚱멀뚱거리며 그 사람의 이야기를 다 들은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진짜 남편인데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내 친구, 한 술 더 뜬다.
“그 아줌마들 자기들 끼리 이렇게 말했을 걸 아마도. 지는 진짜 남편이라고 하지만 그 여자 둘째일거야. 세컨 말이야. 난 그 아줌마들 이해해. 내가 그랬지? 결혼 십년 넘으면 남편 이콜 웬수인 사람들이 태반이라고. 그거 아닌 니가 이상한 거지. 둘이 하는 꼴을 보면 가관이야 정말. 어느 정도로 해야지. 진짜 남편 아니죠? 그런 말 듣고도 남지 남아. 너희 부부 그러고 싶니,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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