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큰 아이가 연대 디자인 예술학부에 합격을 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주셨어요. 저희들은 그 축하를 고마운 마음으로 받았고요. 그런데 어제 밤 메일을 여니 오늘 글의 제목으로 메일이 한 통 와 있는 겁니다.
저보고 위선자라고, 선생이라는 사람이 세상을, 사람들을 그렇게 기만하면 안 된다고.
당신 딸이 다닌 다는 학교는 연대가 아닌 연대 원주캠프스지 않소?
곰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많이 억울한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저희 아이가 영문과나 국문과를 다니는 것 같으면 제가 세상 사람들을 기만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건 신촌에도 있고 원주캠퍼스에도 있는 과이니 신촌의 영문과다 원주의 영문과다 일일이 밝히지 않으면 듣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으니까요. 그렇지만 디자인 예술학부는 신촌에는 없는 원주캠퍼스에만 있는 것입니다.
제가 눈 가리고 아웅 한다고 아웅이 되는 것도 아닌 것으로 세상 사람들을 속이고 기만하려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나 싶은 것이 마음이 많이 상했습니다. 그리고 밤새 뒤척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처음의 억울한 마음이 가시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그 원인을 저에게서 찾아보았습니다. 너무나 당연히 다 알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여 한 번도 그것에 관해 제대로 언급을 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당연하다’에 관한 차이가 있었던 거죠.
저는 디자인학부가 원주캠퍼스에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했고, 많은 분들은 연대라고 하니 당연히 신촌에 있는 것이라 생각을 했던 모양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대학이 있고 더 많은 과가 있으니 그것에 관해 다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면서, 저 또한 모르는 것이 더 많으면서도 왜 그렇게 생각을 했었을까요? 자기 중심적인 부분이 이런 곳에서 표가 난다고 해야할까요? 그리고 가끔은 아이가 서울에 있는 것으로 알고 물으시는 분들께 디자인학부는 원주 캠퍼스에 있다는 이야기를 해드렸으면서도....
그리고 여름방학 계절 학기를 신촌에서 들었고 그것에 관한 글을 블로그에 올린 것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든 제 마음 속에 정말 저를 비난하시는 분의 말씀처럼 세상을 기만하려는 마음이 있었나 되돌아보았건만 그런 마음은 없었습니다.
작년에 저희들이 대학 원서를 낸 곳 중 하나로 서경대학이 있었습니다. 남편은 세상에 그런 대학이 있다는 것도 듣는 게 처음이라며 만약 거기 합격하더라도 딸이 그런 대학에 다닌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하느냐 했지만 아이가 어느 대학을 다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저와 아이의 생각을 받아 들여 주었답니다. 결국 지금 다니는 학교를 선택한 것도 아이의 몫이었고요. 아이가 원주캠퍼스에 다니면서 마치 신촌을 졸업한 것처럼 세상을 기만하려는 생각이 눈곱만치라도 있었다면 디자인예술학부가 아닌 다른 과를 선택하였을 겁니다. 신촌, 원주 모두에 있는 과로 말입니다.
대학 1년을 보낸 아이는 이 번 방학에는 집에서 혼자 열심히 많은 것들을 하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꾸준히 하고 있는 영어와 제가 읽히려고 준비해 둔 15권의 책과 새로 배우기 시작한 프랑스어공부, 그리고 자신의 전공에 필요한 여러 가지 준비를 하면서요. 자신이 만들고 싶어 하는 작품을 위한 원단 디자인부터 직접 하고 있는 아이입니다. 스케치북에 작품을 구상하고 그를 위한 원단을 다시 디자인한 뒤 흰색 천에 물감으로 원단부터 제작하고 그것으로 자신의 작품들을 만드느라 정말 열심이랍니다.
이 글을 블로그에 올릴까에 관해서도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한 사람의 매일로 인하여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혹여 이런 이야기들이 오고갔다는 것이 아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한 사람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은 다른 또 한 사람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런 오해를 그냥 덮어두는 것 보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 거라는 생각을 했고 아이도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 믿기에 이 글을 씁니다.
그동안 아이 잘 키운 것으로 세상을 속이며 살아 온 것이 부끄럽지 않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을 드립니다.
‘아이가 어느 대학 다녀요?’
그것이 부모가 아이를 잘 키운 것의 잣대는 아닐 겁니다.
아이가 신촌에 다니면 잘 키운 것이고 원주에 다니면 잘 못 키운 것일까요? 저는 어느 대학을 다니느냐보다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아이가 다니는 대학이 결코 숨겨야할 만큼 부끄러운 곳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을 가야겠다는 결심을 한 후 참 열심히 공부했고 실기 대신 성적으로 대학을 가고 싶다는 자신의 선택으로 가게 된 학교입니다. 그리고 아이는 자신의 삶과 일에 관한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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