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논술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착한재벌샘정 2007. 11. 12. 14:12
논술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논술은 사고력과 논리가 바탕을 이룬 표현하기라고 하지요. 

저는 그런 논술의 가장 큰 목표는 사람과 어우러져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데 의사소통을 참으로 중요합니다. 그리고 의사소통의 가장 일반적이고 중요한 수단은 언어를 통한 대화이고요. 바로 제대로 잘 표현하는 것이 되겠지요.

살면 살수록 느끼는 것이 대화의 중요성입니다.

내 생각을 제대로 잘 전달하고 다른 사람이 말하고 있는 것을 제대로 이해할 때 대화가 잘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그렇게 되었을 때 서로 간에 갈등도 없을 테고요.

논술은 이런 것을 직접적인 말로서 평가할 수 없어 글로 나타내는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아이들에게 논술을 가르치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대학 입시겠지요. 대학입시에서 그것을 평가하겠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듣고 제대로 파악한 뒤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 할 줄 아는 능력을 보겠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만 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동산병원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 1시간 정도 볼일을 보고 오니 누군가가 제 자동차를 엄청 긁어 놓았더군요. 나중에 보험회사에서 온 분의 설명으로는 큰 차가 서너 번 오고면서 긁은 결과라고 하더군요. 그것을 보는 순간은 너무 황당했지만 이렇게 생각하니 다행이다 싶더군요.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야. 내가 차에 타고 있는 동안 이 정도 박혔다면 내가 얼마나 놀랐을까? 이 정도라면 많이 다칠 수도 있었을 텐데..... 차 혼자 있을 때 이렇게 되었으니.... 안 그런 것에 비하면 많이 속상하지만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야.’

일단 어두워지기 전에 폰으로 사고 부분을 찍어두고 주차관리실에 상황을 이야기했습니다. 관리소장이 오고 보험회사 직원을 기다리고 하는 동안 시간이 꽤 걸리더군요.

예전 같으면 펄펄 뛰면서 왜 하필 내 차에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다고, 이 많은 차 중에 하필 내 차인 것을 보니 나는 운이 억수로 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툴툴거렸겠지만 저의 ‘다행찾기’는 저를 참 많이 도와준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에요. 시간이 걸리다보니 남편이 화가 나서 그곳으로 왔더군요. 대학원 수업을 하다 택시를 타고 꽤 먼 길을 달려 온 남편은 오자마자 고함을 지르며 주차관리소장과 보험회사 직원에게 일처리를 어떻게 하느냐며 화를 내는 겁니다. 사실 일이 거의 마무리되어 가고 있던 터라 남편의 고함은 도리어 해결에 방해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다른 사람들도 일을 잘 해결하기 위해 서로 애를 썼었기에 말입니다.

먼저 집에 가라고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남편에 떠밀려 차에 오르면서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제가 몸이 좋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리니 걱정이 되어서 그런 거니 이해하세요.”

 

그렇게 주차장을 떠나오는데 마음이 복잡하더군요. 처음에는 남편을 향한 마음이 이랬습니다.

‘아니, 왜 와가지고는 도움도 안 되게 고함이나 지르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수업이나 하고 있을 일이지, 정말. 하여튼 일하는 거 하고는.’

그런데 곰곰 생각을 해보니 과연 남편이 도움이 안 되기 위해 달려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결과적으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아니 도리어 일을 힘들게 할지도 모르지만 정말 남편은 일을 그렇게 만들기 위해 달려 온 것일까, 생각해보니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래서 도로 옆에 비상 깜박이를 켜고 차를 세운 뒤 남편에게 문자를 넣었습니다.

<답답해서 왔겠지만 오늘 당신에게 또 한 번 감동 먹었어요. 와줘서 너무 고마워요. 알러뷰♥♥♥>

남편이 온 이유는 제가 걱정이 되어서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니 남편의 등장으로 인한 결과는 저에게 더 이상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더군요. 자신의 일까지 제쳐두고 저를 위해 달려 와준 그 마음,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문자로 제가 남편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거지요. 처음에 왜 와서 일을 그르치느냐고 탓을 하려던 마음을 사라져버리고 남편에 대한 고마운 마음만 남았으니 그 다음은 당연히 해피엔딩이었겠지요.

 

이 일을 겪으면서 논술이 생각이 났으니 저는 어쩔 수 없는 교사입니다.

남편이 달려 온 진짜 이유를 알아차리는 것처럼 문제의 진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겠지요. 그다음은 해결 방법이 무엇일까를 구체적으로 찾는 것이고 제일 핵심은 찾은 해결 방법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이 되겠지요.

논술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이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세요. 아이와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아주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아이에게 글을 쓰게 하는 일을 시키기 전에 자연스럽게 토론의 장을 열어 주었으면 하는 부탁을 드리지요. 논술의 진짜 목표는 글을 잘 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과 마주 앉아 대화를 잘 하기 위한 것이라고. 대화를 잘 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함께 갈등 없이 문제를 잘 해결하고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곧 수능을 치는 예슬이도 논술을 따로 준비하지 않은 이유도 그동안 아이가 읽은 책과 그 책을 통한 대화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예슬이는 지금의 자신에게 가장 도움이 된 것은 단연 책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잘 먹은 거 하고요. 저희 집에 먹는 것에 반 목숨(?)을 걸거든요. 늦게 일어난 예슬이에게 이러다가 지각하겠다고 했더니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요. 지각을 하더라도 말이에요.’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겠지요.

예슬이에게 큰 도움이 되었듯이 저에게 또한 예외가 아니지요. 책은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가장 큰 존재거든요. 어릴 적 홍차가 마셔보고 싶다는 제게 어머니는 제게 그러셨어요.

“넌 어째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걸 자꾸만 꿈 꾸냐? 홍차라는 게 어딨다고? 난 이 나이가 되도록 그런 것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침대에서 한 번 자보고 싶다고 했을 때 어머니의 대답은 똑같았어요. 하지만 저는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 보기 위해 책에 나오는 침대라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그것을 머릿속에서 열심히 그려보고는 과수원에서 얻은 사과박스와 솜이 두툼한 이불로 침대를 만들어 보기도 했었답니다. 큰 침대가 방을 전부다 차지해버려 다른 식구들은 어디서 자라고 이런 물건을 만들었냐고, 당장 없애라는 고함에 울며 사과박스를 치우던 날이 아직도 선명하답니다. 저는 책을 통해 어머니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했던 것을 꿈꾸고 그리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고 싶어 했답니다. 책은 그렇게 저를 꿈꾸게 만들었고 그리고 그것을 현실로 내 앞에 펼쳐주었지요. 그리고 지금도 꿈을 꾸고 그것이 내 앞에 현실이 되는 날을 향해 열심히 가고 있는 중이지요.

제가 책을 계속 쓰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렇게 누군가에게 꿈을 줄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한 권의 책이 세상이 나왔습니다. 이 책을 쓴 가장 소박한 바람은 정빈이에게 조금 색다른 아인슈타인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바람은 많은 사람들이 그런 아인슈타인을 만나보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지난 11월 5일 출간 된 저의 새 책 <아인슈타인>입니다.

 

<이미지는 인터넷 교보에서 가져왔습니다>

 

책의 머리글입니다.

<아인슈타인 하면 ‘과학자’, ‘천재’, ‘상대성 이론’ 그리고 ‘어렵다’라는 말들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말이 늦고 어떤 과목에서는 낙제까지 했다는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가장 중요한 과학자로서의 업적은 ‘대단하지만 어려워서..... 그냥 상대성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는 정도만 알면 된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과학자로서의 아인슈타인에게 다가가 보고 싶었습니다.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이라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때 ‘특수’를 아주 특별한 것으로 해석해 ‘일반상대성 이론’보다 더 어렵고 더 특별한 것인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거예요. ‘더 어렵고 특별한 것을 먼저 알았다니, 이상하군.’하면서요. 내가 너무 모르고 엉뚱했던 것일까요?

하지만 그런 호기심이 아인슈타인이라는 과학자에게 관심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로서의 아인슈타인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노력했지요. 그리고 아인슈타인을 처음 만나 고개를 갸우뚱하는 아이들에게 그의 이론을 조금이라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아인슈타인이라는 사람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과학적 업적인 상대성이론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책을 통해 상대성이론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관심이 생기면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쉬울 테니까요. 아인슈타인이 나침반을 만나 그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 관심이 과학이라는 것으로 넓어져 결국은 과학자가 된 것처럼요.

그리고 사람을 사랑하는 아인슈타인을 만나기 바랍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을 떠올리면 여러분 마음이 따뜻해졌으면 합니다.>

       

책의 구성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원자 폭탄이 떨어지다 -<생각쟁이 열린마당> 아인슈타인과 타임머신 

궁금한 것이 너무 많은 아이 -<생각쟁이 열린마당> 도로 표지판으로 배우는 속도와 속력 

1905년을 기적의 해로 만들다 -<생각쟁이 열린마당> 신선놀음과 상대성 이론 

말단 공무원에서 대학 교수로 -<생각쟁이 열린마당> 기적의 해를 만든 다른 논문들 

일반 상대성 이론을 완성하다 

아인슈타인의 우주 

유대 인으로서의 힘든 삶 

원자 폭탄을 만드는 데 성공하다 -<생각쟁이 열린마당>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 

아인슈타인이 남긴 것들 -<생각쟁이 열린마당> 노벨상과 과학의 탐구 방법 

아인슈타인의 발자취


생각쟁이 열린마당은 책의 본문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주제를 잡고 그것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 책의 가장 독특하면서도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기도 하답니다.

아이들의 논술,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논술은 아이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기억하시고요. 부모와 눈을 마주하고 앉아 서로의 생각을 조근조근 이야기하다보면 실력이 늘어갈 거예요. 아이도 나도. 그러면 우린 같이 조금 더 행복해 질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