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이와 부모님께 권하는 책 몇 권

착한재벌샘정 2007. 3. 5. 00:01

기쁨이님, 메일의 답장이 너무 늦었지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다니 먼저 축하드립니다.

첫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은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매우 큰 일 일겁니다. 걱정도 많이 될 겁니다. 저 또한 그랬었으니까요. 초등학교 입학 하는 아이들이 읽었으면 좋을 책들을 권해달라고 하셨지요? 메일을 읽고 무척(?) 고민했습니다. 아이의 독서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지 못하기도 하고 예슬이가 고3, 정빈이가 초등 5학년이니 저희 아이들에게 읽혔던 책들만으로는 안 될 것 같고.... 솔직히 신학기라 저 또한 그리 여유가 많은 것이 아니고 해서.....ㅎㅎ

그래도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몇 권 골라 보았습니다. 정빈이에게 물어도 보고, 집에 있는 책들도 살펴보고 인터넷 검색을 해 본 뒤 서점에 직접 나가 책 구경도 해본 뒤 답장을 쓰느라 이렇게 늦었답니다. 답장을 한참 쓰다가 문득 기쁨이님과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이 있을거라는 생각에 답장을 블로그를 통해 보냅니다. 괜찮죠?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어머니들이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이 ‘공부’일겁니다. 그러다보니 이제까지와는 달리 아이가 읽을 책도 학교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이었으면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받아쓰기도 잘해야 하고 논술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데... 수학은 연산은 될 수 있으면 빨리 빨리 할 수 있도록 연습을 시키고 문장식 사고력 문제에도 익숙해지도록 해야 한다는데.... 영어도 걱정이고 한자도 해야 하고, 과학도 실험까지 시켜야 하나? 그럼 그림은 언제하지? 악기도 피아노 가지고는 안 된다는데...  피아노는 기본으로 하고 바이올린? 플루트? 체육은? 줄넘기도 해야 하고 수영도 어느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학교에서 수영장 갈 때 괜찮을 텐데.... 아이들이랑 잘 지낼까? 힘세고 거친 애들도 있다는 던데 태권도 검도 합기도, 뭐 이런 것도 시켜야 하는 거 아닌가?’

이렇게 고민이 시작되면 끝이 없고 머리가 터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찌 그리 아이들을 잘 키운 집도 많은 지? 몇 살이 어디를 갔다, 자식 모두들 명문대에 보냈다 등등. 서울 어느 지역 엄마, 또 어느 동네 엄마들은 이렇게들 키운다는데....

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물론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도 있고 틀린지도 않지만 그 첫 단추의 의미를 어디에 두느냐 하는 것을 결정하는 것이 적지 않은 고민일 겁니다.

저희 집 두 아이 모두 한글을 다 떼지 못하고 초등학교에 갔는데 솔직히 그 당시 제일 받아들이고 인정하기 힘들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어떻게 한글을 이렇게 늦게 깨칠까? 책을 이렇게 많이 읽어주고 온 집에 있는 것이라곤 솔직히 책 말고 없는데... 이 정도면 서너 살 때 저절로 한글 정도는 알아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학교생활은 정말 긴 여행이랍니다. 당장 가장 목전의 목표라고 해도 ‘대학 입학’ 아닐까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이란 시간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한글도 다 모르고 입학을 했었지만 두 아이 모두 잘해오고 있답니다. 

 

학교라는 곳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 놓는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은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선택한 책은 그런 것에 무게 중심을 두다보니 골라 놓고 보니 학습과 관계된 것이 없네요. 아이들이 어릴 때 읽은 책도 있을 겁니다. 한 권의 책도 읽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매우 다르게 전해질 수 있기에 몇 권 포함 시켰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이 시기의 아이에게 책을 권할 때는 부모님이 꼭 먼저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런 뒤 아이에게 읽어 줄 것인 지, 아이와 같이 읽을 것인 지, 아니면 아이 혼자 읽게 하고 난 다음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것인 지를 결정하기 바랍니다. 어떤 과정을 거치든 아이와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은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하는 도중 아이가 학교와 친구에 대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책, 그 자체보다 아이와의 대화의 물고를 터준다는 것이 더 큰 의미가 되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들은 전적으로 저와 정빈이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 아주 주관적이라는 것을 알아주시고 책의 내용에 대한 소개를 덧붙이지 못함을 부디 용서하십시오. 

 (모든 책의 사진은 인터넷 교보에서 가져왔습니다)

 

1. 학교생활에 도움을 주어요

 나도 학교에 가요

 

 학교는 즐거워

 

 아이스케키와 수상스키

 

 

 전학 간 윤주 전학 온 윤주

 

 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

 

 조커, 학교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해찬이의 학교 예절 배우기

 

 알리키 인성교육 3 대화


2. 경제교육도 필요해요

 10원으로 배우는 경제 이야기


3. 내 몸을 지키는 방법도 알려 주세요

 다정한 손길


4.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알면 좋겠지요

 행복한 청소부


5. 감정 표현도 잘해야 해요

 화가 나는 건 당연해


6. 힘든 것도 이겨 내야죠

 젓가락 행진곡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약속


7. 어른들도 열등감이 있어요

 얼굴 빨개지는 아이


8. 용기를 주세요

 단비도 잘하고 싶어요

 

 나도 잘할 수 있어


9. 힘들 때는 같이 만화도 보고 놀아도 주세요

 만화 <짱뚱이> 시리즈

 

 엄마 난 이 옷이 좋아요

 

 요리조리 맛있는 세계 여행


10. 월간 잡지로 어른(?)이 된 듯한 기분을 만들어주는 것도 좋아요 

정빈이는 만화와 과학을 좋아해 두 권의 월간 잡지를 보고 있습니다. <과학쟁이>는 제가 사주고 만화책인 <밍크>는 자신의 용돈으로 삽니다. 밍크는 4학년 때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빌려 보다가 워낙 자주보고 거기 있는 그림을 따라 그리고 하다보니 연체가 되는 날도 있고 같은 책을 몇 번 빌려보는 일도 있어 사서 보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정빈이의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서 구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사기 위해 용돈을 잘 조절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답니다.


기쁨이님께도 한 권 권할게요. 이미 읽으셨더라도 꼭 다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혹 저의 책이 아니냐고요? ㅎㅎㅎ 아닙니다.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


첫 아이 학교 보낼 즈음에는 너무 많은 책 읽지 마세요. 특히 아이를 잘 키웠다는 이야기들은. 배울 것도 많지만 조급해질 수 있답니다. 그리고 책 속의 아이와 내 아이가 비교가 되는 순간에는 갑자기 아이의 많은 것이 못마땅하고 성에 차지 않아 닥달을 하게 될 수도 있고요. 하지만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내 아이잖아요. 아이를 잘 키웠다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요? 하지만 어느 동네의 엄마 또 저어~~기 동네의 엄마 이런이런 방법으로 1등으로 키웠다고 하니 그걸 보고 100명의 엄마가 아이를 그렇게 키우면 어떻게 될까요? 100집의 아이들 모두 1등이 되어야 하는데..... 대한민국의 학교가 100개는 넘으니 각 학교의 1등이 되지않겠느냐는 단순한 생각도 해봅니다만.....

그 엄마들의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아이를 잘 알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과 끊임없이 교감하며 노력해왔기 때문일 겁니다.      

차라리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읽는 시간을 줄이고 내 아이와 얼굴을 마주 하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나누기 바랍니다. 영어 공부를 잘 하는 방법에 관한 책만 수십 권 읽느라 몇 년을 보내도 정작 영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답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 이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겁니다. 그 방법만을 쫒다가 정작 아이와의 소중한 시간들을 놓칠지도 모르잖아요.

아이를 많이 안아주시기 바랍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아이가 와 기대고 안길 수 있는 따뜻한 부모님이 있다는 것만 전해줘도 아이는 잘 할 겁니다.

고3이 된 예슬이 3월 2일 첫 야자를 마치고 저에게 안겨 잠이 들었습니다. 저보다 5cm나 큰 아이를 팔  베개 해 안아 보듬고 누어서 등을 토닥토닥 해 재웠습니다. 고3이라는 시간을 시작하느라 긴장했었던 모양이에요. 긴 말이 필요치 않더군요. 엄마의 따뜻한 품과 토닥토닥하는 손끝으로 전해지는 믿음만으로도 아이는 긴장을 풀고 깊고 편안한 잠에 빠져들더군요.

믿는 만큼 자란다는 말, 그 말을 저는 믿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