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고3 엄마 첫 학원 실어나르기
새해에는 우리 모두 복 많이 받고 그리고 복 많이많이~~~ 짓기로 해요.
모두들 좋은 출발 하셨으리라 믿어요. 저희는 3일 정빈이 정기 검진에서 수술 후 상태가 너무 많이 좋아졌다는 기쁜 소식으로 인해 출발이 아주 좋답니다. 지금은 수두에 걸려 고생을 하고 있긴 하지만 이까~~이꺼야 저희들에게 별거 아니랍니다.ㅋㅋ
새해 첫 주 어떻게 보내셨어요?
저희 집은 이제 곧 고3이 될 예슬이로 인해 좀 부산(?)스러웠습니다. 고3을 눈앞에 둔 예슬이가 학원에 다니기 시작을 했는데 이거이 이거이~~~ 학원에 실어나르기(별 생각없이 이렇게 적고 보니 좀....그래도 이게 훨 실감(?)이 나네요!) 데려다 주고 집으로 데려 오는 것을 처음 해보는지라.... 쉬운 일이 아니더구만요. 고 3을 눈앞에 둔 예슬이는 지금까지 작년 겨울방학에 미술 학원 한 달과 정빈이 수술 후인 작년 8월부터 5개월간 수학 과외를 받은 것이 전부라 엄마인 제가 학원 실어 나르기는 처음, 왕초보이다 보니 웃지 못 할 일이 생기더군요.
미술학원에는 보충수업 끝나고 바로가기도 했고 집으로 한 번에 오는 버스가 있어 혼자 다녔었는데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달라졌답니다. 미술학원은 왜 한 달 만에 그만두었느냐고요? 예슬이는 오로지 어느 대학에 가기 위한, 그 대학의 입시를 통과하기 위한 그림만 그리는 것을 너무 힘들어하다가 그렇게 해서 미대에 가야한다면 미대에 가지 않겠다며 학원도 그만두었답니다. 사실 그 때 저는 마음이 상했었답니다. 성적도 괜찮은데다가 그림도 무척 잘 그리니 자신이 원하는 미대에 갈 수 있을 거니까 예슬이의 대학 입시 걱정은 안 할 거라고 내심 마음 푹~~~ 놓고 있었거든요. 그러던 차에 맞은 날벼락(?)이었지만 자신의 것은 없고 오로지 대학에서 원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면 차라리 안가겠다는 아이의 뜻을 순순히 받아들였습니다. 솔직히 한 편으로는 ‘이거 잘못 키우지는 않았네!’ 싶은, 흐뭇한 마음도 있었으니.... 글쎄요, 제 마음 저도 잘.... 어쨌든 그렇게 미술 학원은 한달로 끝이 났고 예슬이는 혼자 공부를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여름, 정빈이 수술 때문에 더 이상 제가 예슬이에게 신경을 쓸 수가 없기도 했고 수학이 어려우니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예슬이의 의견에 따라 학원에 보낼까, 과외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수학을 가르치는 선배님이 예슬이를 만나보더니 몇 달간 집중적으로 개인 과외를 해보는 게 좋겠다고 하시기에 예슬이 학교 선배이면서 대학생인 과외 선생님에게 배우게 되었습니다. 수학 공부도 도움을 받고 싶었지만 제가 정빈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신경을 많이 쓸 수 없는 시기에 학교 선배이고 여대생이다 보니 언니가 없는 예슬이에게 좋은 멘토 역할을 해줄 거라는 생각했는데 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예슬이에게 여러 가지로 도움을 많이 주었답니다. 일주일에 두 번 집으로 선생님이 집으로 오셨는데 이제 수학은 혼자서 하겠다고 합니다.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작년 30일에 방학동안 영어문법 한 번 정리해야지 않겠느냐, 영어도 집에서 오로지 혼자 해 와서 그런 지 시험에서 문법에서 주로 틀리는 것 같으니 방학동안 문법 쪽에 좀 더 집중을 해보자 했더니 영어 이야기하다말고 사탐 학원에 다니고 싶다는 겁니다. 근현대사, 윤리와 사상, 한국지리, 사회문화를 선택할 계획인데 근현대사와 윤리를 3학년에 올라가서 배우니 방학 때 학원에 다녀 선행학습을 해 놓고 싶다는 겁니다. 연휴 동안 친구들에게 어디가 좋은 지 수소문을 하라고 해놓고 1월 2일에 아이가 이야기 하는 학원에 가 보았습니다.
예슬이가 초등학교 때 학원에 다니고 싶어 한 적이 있었어요. 친구들이 다 다닌다면서, 그리고 학원에서 다른 학원으로 이동하는, 엄마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저녁 먹는 게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면서요. 그 때 남편은 이렇게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나중에는 어쩔 수 없이 다녀할 시기가 올 지도 몰라. 고등학교에 가서 너 혼자 힘으로 부족하다 싶을 때는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겠니? 정말 필요할 때 그 때 가도 늦지 않아. 일단은 너의 힘으로 해보고 정말 꼭 해야 한다는 판단이 설 때 그 때 다니자.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에 다니는 것은 아버지는 반대야.”
이제 그 때(?)가 되었다며 학원에 다니게 된 예슬이.
그런데 방학 특강은 이미 12월 23일에 시작을 해 두 주나 진도가 나갔다는 겁니다. 학원 선생님이 저를 보고 아주 답답하다는 듯이 그러더군요.
“방학 특강은 11월에 광고가 나가고 12월 중순쯤에는 반이 다 짜여져서 방학하기 한 주 쯤 전에 수업을 시작하는데....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학원이라는 곳에 보내 본 적이 없는 엄마가 되어서 도대체 아는 것이 없어서라고 대답을 하니 그 선생님 한 동안 저를 쳐다보기만 하시더군요. 3월에 개강하는 것을 예약 받고 있는 중이라는 말에 학교 다니면서 학원 다니는 것은 무리라며 일단 학원을 나왔습니다. 다른 학원을 몇 군데 알아보았지만 사정은 거의 비슷하더군요.
아이가 원할 때가 가장 적기라는 생각으로 아이가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냥 두었었는데 막상 아이가 원할 때 아이와 저, 모두 몰라도 너무 몰라 가보고 싶을 때 가지 못할 상황이 되어버렸지 뭡니까? 그래도 어차피 아이가 원하는 것이니 처음 자기가 가고자 했던 학원이 제일 낫겠다 싶어 전화를 했습니다.
“두 주 진도 나간 것은 집에서 혼자라도 해 볼 테니 받아만 주세요. 아이가 그 학원에 꼭 다녀 보고 싶다고 하는데 정보에 어두운 엄마라 일찍 가지 못해 이런 상황이 벌어졌으니 받아주세요, 네? 부탁드립니다.”
“앞에 수업 분량이 많고 그걸 알지 못하면 수업에 따라 오기가 어려운데....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를 하겠습니다. 보강할 시간이 되는 지 시간표를 확인 해보고.... 만약 수업 전에 보강이 된다면 어떻게 한 번.... 조금 있다 전화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걸려온 전화에 제가 또 한 번 어벙벙 한 말을 했다는 거 아닙니까.
“보강 시간을 짜 보니 수요일 10시 20분.... 어머니, 메모 하시고 계시죠?”
“네에~ 수요일 10시 20분요. 아, 그날은 오전에 제가....”
집에서 버스-지하철-지하철을 타야하는 꽤 먼 곳이고 규모가 작은 학원이라 학원차도 없고 해서 데려다 줘야하는데 정빈이 병원 검진일이라 안된다고 말하려는데 선생님의 좀 딱딱해진 목소리가 들려오는 겁니다.
“어머니이~~ 밤(여기 아주 힘을 주시면서), 10시 20분입니다.”
“네? 밤 10시 20분요? 그 때 무슨 수업을.....”
제 말은 들은 척 안으시고(학원 처음이래더니 말이 안 통한다 싶었던지....이건 순전히 제 생각이랍니다.ㅎㅎ) 선생님은 계속 말씀을 하시더군요.
“금요일은 11시.....”
“......”
일요일 오후 7시 30분에서 10시 30분까지, 월요일 오후 7시에서 10시까지, 각 3시간씩 수업이고 수요일과 금요일은 보강으로 시간이 결정이 되었습니다.
학원 등록하게 된 과정을 남편에게 이야기를 하니 남편은 입을 다물지 못하는 겁니다.
“뭐? 수업을 밤 10시 20분에 한다고? 그 시간에 애가 잠을 자야지.... 이야~~~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
“그런데 정작 충격 받을 것 같던 예슬이는 아무렇지 않아요. 그런 수업은 보통이라면서. 학교 다닐 때 그 시간에 학원가서 새벽 한시 두시가 되어 집에 가는 아이도 많다네요.”
“뭐? 평소에도 그렇게 한다고? 아이들이 그렇게 살아야 한다니..... 설마 방학 끝나고도 계속 다녀야 하는 건 아니지?”
“학교 다니면서야 그렇게 까지 할 필요 있겠어요. 방학이니까... 그리고 예슬이가 꼭 해보고 싶다니까 한 번 보내보는 거죠.”
“일요일 밤에 학원가면.... 이제 주말에는 꼼짝 못하는 거네? 아무데도 못갈 거 아냐? 이거 정말 아이 하나에 온 가족이 맞춰 살아야 하는구만....”
“뭘 주말에 꼼짝을 못해요? 토요일 있고 일요일 저녁 먹고 가는데?”
“3시간씩 수업한다며? 숙제도 많을 테고 예습도 좀 해가야 하는 거 아냐? 그러면 주말에 뭔 시간이 있어? 이제 주말조차도 애들하고 같이 노는 시간 없구나....”
저희 부부, 학원 처음 보내면서 많이 놀라기도 하고 안타까워했답니다. 사실 친구들을 통해 이야기를 듣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막상 제 일이 되니 남편도 저도 바보가 된 듯 했답니다.
수요일 정빈이와 병원 검진 때문에 서울 다녀오니 4시. 일이 있다던 남편도 일정을 바꾸고 일찍 퇴근해 왔습니다. 밤 10시에 예슬이 데려다 주러 갈 때 정빈이 혼자 집에 있게 되니까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에요. 저녁 먹자마자 ‘잠만보’인 저는 일단 한숨 잠을 자고 그동안 남편은 정빈이와 놀다가 정빈이를 재우고 난 뒤 9시 40분에 저를 깨우더군요.
“오늘은 등록도 해야 하고 한다니 당신이 가. 다음부터는 내가 가도록 노력할게. 지금 가면 언제 데리러 가야하는 거야?”
“글쎄요. 보강을 두 시간 할지 세 시간 할지 모르니... 일단 가봐야 알죠?”
“두 시간 한다 해도 12시가 넘잖아.”
“그러게요. 이게 뭔 일인지.... 일단 해보고 싶다니 열심히 데려다 줘보는 거죠.”
“그럼 집에 왔다가 다시 가야겠네.”
“그래야죠. 두 시간 한다고 해도 거기서 기다릴 순 없잖아요. 늦은 시간이라 차 안 막히면 금방인걸요. 몇 년씩 한다는 사람도 있는데 고3을 눈앞에 두고 이제 처음하면서 열심히 해야지요. 하긴 이런 거 까지 하게 될 줄은 솔직히.....”
“어쨌든 이제까지 혼자 잘 해 왔고 스스로 도움을 받고 싶다고 하니..... 해줘야지 어쩌겠어?”
저는 서울 가서 18년 만에 만나 제자를 한 시간 정도 밖에 못보고 부랴부랴 대구로 내려왔고 남편도 일찍 퇴근해 집으로 돌아 왔으니 <한 밤중 학원 수업> 때문에 새해 벽두부터 저희 집 참 부산스러웠죠?
잠을 자야할 한 밤중에 수업을 하고 온 예슬이가 그렇게 안쓰러웠던 지 남편은 다음 날 점심 때 집으로 전화를 했더군요.
“아이들이랑 점심 같이 먹을까?”
이런 경험 처음인 남편은 한 밤중에 공부하러 가는 아이도, 태우러 오가는 마누라도 못내 안타깝고 안쓰러웠던 모양이에요. 그 때 놀러 와 있던 친구 그러더군요.
“참나, 기가 막혀서. 남들은 예전부터 다 그러고 살아왔다. 뭐가 그렇게 안쓰럽다고? 울 남편 오늘 또 바가지 긁히겠네. 나와 우리 애들 벌써부터 그러고 살아왔는데....이제 와서 겨우 하면서.... 정말 말이 안나온다, 말이.....”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 점심시간에도 꼼짝 할 수 없게 되어 결국 집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지만 예슬이는 그런 아버지가 무척 고마운 모양이었습니다.
어제는 일요일이라 정빈이가 텔레비전을 보는 까닭에 학원가기 전까지 동네 독서실에서 공부를 한 예슬이는 저녁 먹고 학원에 갔다가 11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왔답니다. 남편은 일요일이지만 회사일로 멀리 가 있으니 예슬이 데려다 주고 집에 왔다가 다시 데리고 오는 동안 정빈이는 혼자 집에 있어야 했어요. 수두로 고생 중이라 기운이 없어서인 지 낮잠을 길게 잔 아이가 10시가 되어도 잠을 자지 않은 통에 마음이 편치 않았답니다. 저는 아이가 혼자 집에 있게 되는 걸 정말 싫어해 다른 때 같으면 데리고 갔을 텐데 날씨도 너무 추운데다 수두 중이라 어쩔 수 없이 혼자 두고 가야했었답니다.
예슬이 데려다 주고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친구한테 된통 잔소리도 들었답니다.
“추운데 저녁 뭐 해먹었어? 꼼짝 안했더니 우리집에 찍어 먹을 게 없다. ㅎㅎ 남편도 없다면서 너도 비슷하겠네?”
“아니? 예슬이가 장 봐왔어.”
“예슬이 이제 고3 올라가잖아?”
“그거하고 장보는 거 하고 뭔 상관이야. 독서실에서 오는 길에 장 봐오라고 했는데.... 나도 추워서 꼼짝 하기 싫어서 말이야. 오는 길인데 뭐.”
“정말 대단하다. 고3 아이, 그것도 독서실에 공부하러 간 아이보고 장봐 오라고 했어? 니가 정말 고3 엄마 맞니?”
“고3 엄마는 어때야 하는데, 정말? 좀 전에 학원 데려다 줬다. 그리고 잠도 안 자고 이따 또 데리러 갈 건데...”
“기껏 이제 몇 번 하고 생색은? 고3 엄마는.......”
어휴~~~~ 정말 잔소리는.....
공부는 늘 자신의 몫이라 생각하며 지금까지 왔는데.....
저는 예슬이가 잘 해 갈 거라 믿습니다. 제 믿음만큼, 그리고 예슬이 자신의 믿음만큼 정말 잘 해갈 거라 믿어요.
참, 저는 요즘 친구와 같이 오전 9시에 산에 가고 있습니다. 이 번 방학에는 재즈댄스를 배우고 싶었는데 남편이 흔쾌히 동의를 하지 않는 바람에 산에 가는 걸로 바꾸었답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못 하나,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이제까지 제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 왔고 그 때마다 기꺼이 도움을 주던 남편이었는데 이번에는 반응이 좀 그랬답니다. 예전 같으면 어떻게 해서든 남편을 설득을 했겠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습니다. 남편이 하지 말라는 거 하지 않고 말 잘 듣는(?) 모습도 한 번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네에~~~ 여보.”하고.
남자들 나이 들면 기운 빠진다잖아요. 아직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혹 그럴지 모르니 마누라인 저라도 말 잘 들어 그래도 마누라 앞에서는 큰소리친다 싶게 해주고 싶거든요. 재즈 댄스보다 더 중요한 게 있으니까요.
남편도 저의 반응이 좀 의외인 듯 한 모양입니다. 제가 애교라면 자타공인 1인자라(ㅋㅋ) 맘만 먹으면 남편이 재즈학원 등록증 들고 퇴근하게 만들 자신도 있지만(아~~~ 새해에도 저의 이 잘난 척은....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남편에게 주는 저의 첫 선물로 재즈 댄스 대신 등산을 선택한 거랍니다. 사실 남편은 저의 이 깊은 속을 어찌 알겠습니까만은 앞으로도 한 동안은 남편에게 제가 조금 더 해주려 애쓰면서 살아보려고요. 이제까지는 정말 늘 제가 많이 받기만 한 것 같아서요.
그런데 같이 가는 친구가 어찌나 산을 잘 타는 지 따라가는데 정말 숨이 턱까지 차서.... 그래도 같이 가는 친구가 있어 얼마나 고맙고 행복한지 모른답니다. 이 친구가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하는 지라 깔깔거리며 웃느라 오가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에요. 건강하게 사는 것이 저의 올 계획 중 가장 첫 번째이니 꾸준히 운동을 할 생각입니다. 완벽 55사이즈까지.ㅋㅋ 올 여름까지 저의 목표랍니다. 얼만 전 시장에서 맘에 드는 바지를 발견했는데 하나 밖에 없다고, 그것도 사이즈가 55밖에 없다고 해서 억지로 들어간다면서 사 온 바지가 있는데 이거 입을 때마다 적잖은 힘이 들거든요. 스판소재라 좍좍 늘어나는 건데도 말이에요. 이러다 바지 다 찢어지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이 바지 쑥 들어가게 몸매 관리도 해보려고요.
이거 예비 고3 엄마가 하는 말 맞나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