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경북여정의 예쁜 공주들에게
★여름방학을 맞아 저와 함께 수업하는 다섯 학급의 아이들에게 쓴 편지입니다.
‘과학’이라는 과목을 함께 공부한 시간들이 우리 공주들에게는 어떤 시간이었는지 궁금하다. 선생님은 요즘 많은 생각에 조금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단다.
3월에 계획했던 많은 것들이 그저 계획으로만 그쳐 버린 일들이 너무 많아 공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거든.
학교라는 거대한 조직 속에서 한 사람의 교사가 가지는 한계와 벽이 새삼 너무 크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이유로 많은 계획들을 꺾고 포기하는 과정에서 많이 절망하고 힘든 순간들이 있었거든.
과학실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선생님의 수업에 참여해준 많은 공주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선생님에게 있어 나와 함께 수업을 하는 여러분들은 참으로 소중한 사람들이야.
여러분들은 나를 선생으로 살게 해주는 사람들이니까. 여러분들이 없는, 학생이 없는 교사란 존재할 수 없는 거잖아.
선생님은 매일 아침 선생님이 첫 담임을 했던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집을 나선단다. 그 아이들에게 해주지 못했던, 그래서 못내 아쉽고 후회스러웠던 것들을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되풀이 하지 말자 다짐을 하며, 오늘 퇴근 해 학교를 나설 때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생이었다고 스스로를 다독거릴 수 있는 하루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자며 사진 속의 아이들과 약속을 하곤 하지.
1학기 동안 선생님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려 했지만 여전히 많은 아쉬움이 남는구나.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을 보며 상처 받고 밤잠을 설치는 선생의 마음을 너희들은 알까? 그 아이가 미운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되도록 만든 선생님 스스로를 향한....
선생님은 가끔 이런 말을 해. 선생이란 평생 짝사랑만 하다 혼자 지쳐가는 존재라고. 아이들에게 한없이 주기만 하리라 다짐을 하지만 수업 시간에 마주치는 아이들의 무료하기 짝이 없다는 얼굴과 마주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곤 하거든.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선생님은 수업 시작종이 울리면 긴장하고 두렵기 까지 해. 나와 함께 하는 50분이라는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어떤 시간이 될까를 생각하면 손끝이 발발 떨릴 정도로 긴장하게 되거든. 내가 과학이라는 과목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변화를 줄 수 있는 시간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서거든.
여름방학을 앞두고 선생님은 우리 공주들과 공부하면서 즐거웠던 기억들만 간직하면서 한 학기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선생에게 있어 아, 나와 이 아이들은 서로 통하는구나, 하는 순간만큼 가슴떨리는 시간은 없을 거야. 열심히 해준 공주들 고마워.
우리 공주들에게도 과학실에서의 시간들 중 좋은 기억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선생님은 우리 공주들이 ‘생각하는 힘’을 가진 사람이 되어 주기를 바래. 단순히 과학적인 지식을 많이 담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의 힘으로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어.
여름방학이 지나고 훌쩍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보게 되겠구나.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자신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기 바란다.
과학 선생님이 사랑의 마음을 담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