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선물세트-나의 아름다운 창
오늘 하루의 시작은 지난번 칼럼을 쓸 때 받았던 인천구치소에서 온 편지에 대한 답장을 쓰는 것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6월 29일에 편지를 받았지만 그동안 답장을 쓰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오늘 새벽에 가장 먼저 그분에게 답장을 쓰고 칼럼을 찾았습니다.
며칠 전 정빈이가 어릴 적에 쓰던 플라스틱 의자를 거꾸로 뒤집고는 온 집안에 밀고 다니면서
“어머니 뭘 운반해드릴까요? 주문만 하세요.”하더군요.
“책 한 권 부탁해요.”
“어떤 책요?”
“정빈이가 마음에 드는 것으로.”
“구체적으로 말씀을 하세요. 저보고는 늘 구체적으로 말하라고 하면서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세요.”
“아무거나 부탁해요.”
“그런 게 어딨어요?”
“어머니가 지금 도저히 생각을 할 수가 없어요. 정빈이도 보잖아. 지금 어머니가 얼마나 바쁜 지. 전화 받느라 정신없는 거 말이야.”
입을 삐죽거리며 의자를 밀고 방으로 들어 간 정빈이가 한참 만에 골라 배달해준 책이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나의 아름다운 창>
오랜만에 다시 읽어 본 그 책은 제게 바쁜 일상 속에서 좋은 휴식처가 되어 주었답니다. 며칠을 들고 다니며 시간이 날 때 마다, 11층을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 안이나 잠시 신호대기 중인 차 안에서도 읽고 있답니다.
빵집과 서점만큼 기분 좋은 가게도 없다.
빵 과 책. 둘 다 근사한 식사이고 종착지는 몸과 마음이다. 둘 다 손으로 집으면
연인의 손을 만지듯 정다운 떨림이 느껴지곤 한다.
서점에 가면 나의 성장을 도운 책들은 거의 스테디쎌러로 누워있다. 그 많은 책 중
까뮈의 스승 쟝 그리니에가 쓴 『섬』이 있다.
듀안 마이클과 제리 율스만에 관한 <비밀을 간직한 자는 자유롭다>는 글은 이렇게 시작을 합니다.
이 책은 사진을 찍는 사람과 그들의 사진, 그리고 그 사진에 관한 시인 신현림의 생각과 느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그녀가 좋아하는 음악과 그녀가 읽은 책과 그 속의 글들.
저는 이 책을 처음 만났던 1998년 여름에 저 혼자 책의 부제를 ‘나를 위한 종합 선물세트’라 했었습니다.
우연히 정빈이가 배달해준 덕분에 저는 이 책 한권으로 밀려드는 일들의 파도 속에서 저 혼자만의 섬을 만들 수 있었고 그 섬에서 오롯이 사진 한 장으로 글 몇 줄로 짧지만 편안한 휴식을 취할수 있었답니다.
사진.
언젠가 제가 꼭 공부해보고 싶은 또 하나의 미래이기도 하기에 이 책 한권이 주는 즐거움은 너무나 크답니다.
지독한 문자 중독자인 제가 드물게 일주일 넘게 손에 들고 다니며 저 혼자만의 섬을 즐기고 있는 중입니다.
이 여름, 여러분들께 선물로 이 책을 권해드립니다.
이 책으로 그해 여름은 참 행복했었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기에.
사진만을 보아도, 그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들의 사진집을 찾아나서는 것도, 책 속의 글들만 뽑아 읽어도, 책에 소개 된 작가들의 이름을 좌악 적어 도서관 가서 그들의 책을 다시 펼쳐보아도, 그녀가 볼륨을 높였다는 노래들을 찾아 들어도.....
여러분들께도 종합선물세트를 선물로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칼럼 식구들에게도 알립니다.
7월 17일 토요일 오후 4시 대구 영풍문고(동아쇼핑 옆 삼성빌딩 지하)에서 또 한 번의 강연회를 합니다.
지난 번 교보 강연회에 보내주신 뜨거운 성원에, 그 날 쏟아지는 폭우속에도 강연회에 오셨던 많은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요리로 만나는 과학 교과서>가 많은 분들로 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있어 너무나 감사하고 기쁘답니다.
그래서 다시 마련한 자리랍니다.
영풍에서도 많은 분들 만나뵙게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