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꺼풀이 사라져버릴까봐....
지난 주말은 저에게 참으로 뜻 깊은 시간들이었었습니다.
토요일 강연회에는 저의 예상이 적중(?)하여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토요일 칼럼을 올릴 때는 비가 잠시 그쳤었는데 강연회 즈음하여 정말 너무 많은 비가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분들이 와 주셨어요.
처음 강의를 시작할 즈음 몇 분만이 오셨던지라 주변 분들이 걱정을 하셨답니다. 하지만 저는 오랜만에 보는 제자 한 명, 후배 한 사람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에 절로 신이 났었는데 나중에는 거의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답니다.
엄마가 작가인 것을 큰 자랑으로 여기는 정빈이는 강의가 시작되었는데도 일어서서 몇 사람이나 왔나 점검하느라 아주 열심이었어요.
정빈이는 엄마가 학교를 그만둬도 괜찮고 방송일을 안해도 괜찮지만 작가는 안된다고 아주 강력히 주장하는 아이거든요.
학교 선생인지라 늘 아이들 앞에 서고 가끔 다른 곳에서도 강의를 하지만 지난 토요일 강연회는 제게 참으로 다른 의미로 채워진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주의가 산만한 것이 선생을 하면서 장점이 되더라는 이야기했었죠?
그날도 저는 그곳에 있던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서로 마음이 통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행복했었어요.
그리고 일요일 밤에는 오랜만에 화면을 통해 저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도 맛보았습니다. 그동안 안경을 꼈었는데 녹화 날 너무 더워 땀이 날까 안경을 벗었는데, 오랜만에 저의 ‘아주 독특한 버릇’을 발견했답니다. 그 동안 안경에 가려 숨겨져 있던 버릇을요.
고등학교 다닐 적에 제 친구가 이러는 말을 한 적이 있었어요.
“너는 눈을 뜰 때 아주 독특해. 눈을 감고 있는 순간이 길거든. 그러다 아주 신중하게 뜨는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야. 금방 뜰 것 같아 기다리는데 감고 있다가 너무 엉뚱한 타이밍에 눈을 떠서 놀라게 되거든. 나는 그런 너의 모습이 참 좋아.”
친구의 그 말을 일기장에 까지 옮겨 놓았을 정도였습니다.
10대의 아이들이 한 번쯤 거치는 동성 친구에 대한 야릇한 감정. 그 친구는 저의 그 모습에 매력을 느껴 저를 아주 좋아했다고 어느 날 운동장을 내려다보며 고백(?)을 하더군요. 이성에만 온통 정신이 팔려 있던 제게는 많이 충격적이었던 날이라 밤새워 일기장을 빽빽이 메우며 지새웠던 기억.
그날 그렇게 고민했던 이유가 있답니다.
친구가 이야기하는 저의 눈 뜨는 버릇은 이렇게 상상하시면 됩니다. 마스카를 한 뒤 ‘잘 됐나?’하며 눈꺼풀에 약간 힘을 주며 뜨는 것. 상상 되세요? 가장 비슷하리라 생각되네요.
그런데 저의 이 버릇은 늦게 생긴 쌍꺼풀 때문에 생긴 버릇이랍니다.
저는 어릴 적에는 쌍꺼풀이 없었는데 초등학교 4학년 때 쯤 몇 일 아프고 난 뒤 갑자기 생긴거랍니다. 딸 넷 중 유일하게 쌍꺼풀이 없어 엄청 구박(?)을 받던 저는 하늘을 나를 것 같이 기뻤지요. 그래서 눈을 뜰 때 마다 혹시라도 쌍꺼풀이 사라져 버릴까 봐 눈을 살며시 뜨곤 했는데 그것이 버릇이 되어버렸어요.
제 바람대로 쌍꺼풀은 없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있는데 그 때 생긴 버릇으로 인해 저는 아주 독특하게 눈을 뜬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런 버릇이 있는 줄은 고등학교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처음 알았지만 대학 시절 한창 멋을 부리던 시절 렌즈를 착용한 뒤로는 종종 눈을 뜨는 모습이 아주 독특하다(칭찬인지 핀잔인지 구분이 잘 안가는)는 말을 자주 듣게 되었지요. 나름대로 고치려 - 상꺼풀이 그 때까지 사라지지 않았기에 영원하리라는 믿음에 - 애를 썼기에 많이 고쳐졌습니다. 가끔 신중을 기한다던지 할 때는 그 버릇이 나오곤 한다는 것을 저 자신도 느끼고 있었지만 다시 안경을 끼게 되면서 크게 생각지 않고 살아 왔었답니다.
그런데 어제 밤 화면으로 보다 저 스스로가 잠깐씩 긴장하게 되는 것을 느꼈는데 바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그 버릇이 화면을 통해 제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었습니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저 혼자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그리고 그동안 잊고 살았던 그 친구도 너무 그립더군요.
날 사랑한다던 그 친구.
"너를 보고 있으면 내가 남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빠지곤 해."
라는 말로 저의 눈을 동그레지게 했던 그 친구.
세월이 흘러 대학생이 되어 만난 그 친구.
자신의 멋진 남자 친구를 제게 소개하며 호탕하게 웃으며 이랬던 것 같아요.
"얘가 걔야. 내가 한 때 좋아, 아니 사랑까지 했던 애. 가끔 날 남자로 착각하게 만들었던 아이."
그 후 그 친구는 저보다 먼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고.....
지금은 어디에선가 행복하게 살고 있겠죠?
가끔은 저를 떠올릴까요?
그 친구와의 추억만으로도 모처럼만의 방송 출연은 제게 큰 기쁨을 주었습니다.
행복한 주말을 보내고 새롭게 출발하는 한 주,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팍팍 들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