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잘 먹자

살사얹은 두부

착한재벌샘정 2004. 6. 11. 19:56
 

달걀 찜, 두부, 토마토 주스.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에 우선순위로 꼽히는 것들이다. 이런 나를 아직 유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놀려대는 사람도 있지만 연로하신 부모님 눈에는 정말 늘 아기 같은 모양이다.


토마토 사 놓았으니 가져가라는 친정어머니의 전화를 기억해 냈을 때는 이미 밤 9시가 넘어선 시간이었다. 그리 급한 것도 아니니 내일 가도 되겠지 하고 있는데 마치 그런 나를 망원경으로 보고 계셨던 것처럼 전화기가 울렸다.


저녁 내내 기다렸는데 왜 안 왔느냐고? 얼른 가져가라고. 베란다에 저렇게 둘 것 같으면 그 멀리 까지 가서 사오지 않았다고. 상인동에 사시는 어머니는 밭에서 금방 딴 토마토를 딸에게 사다주고 싶어 반야월 까지 버스를 타고 오가셨단다. 토마토 1박스의 무게가 젊은(?) 내게도 힘겨운데.


“뭐 하러 거기까지 가셨어요?”

고맙다는 말씀을 드려야 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면서도 불쑥 튀어나온  한 마디. 철이 덜 들어도 한참 덜 들었다.  

“동네에서 파는 거 하고 같나? 밭에서 금방 따서 얼마나 싱싱하고 좋은 줄 아나? 왜 가긴? 너 먹이고 싶어서 갔지? 아침마다 갈아서 마시면 좋다고 하기에.”


못내 서운하셨던 모양이었다. 무뚝뚝한 말씀 속에 절절히 베어있는 어머니의 사랑. 어머니는 딸자식 좋아하는 거 먹이고 싶으신 마음에 토마토의 무게조차 견딜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딸의 뭐 하러 그러셨냐는 한 마디에는 가슴 속의 끈 하나가 툭하고 끊어지는 느낌을 받으셨을 게다. 얼른 먹으면 또 사다주시겠다는 어머니께 ‘힘드시니 그만두라’는 말씀을 하지 못했다.


대신 토마토로 특별한, 나만을 위한 요리를 해먹으리라 다짐(?)하며 생각한 것이 ‘살사를 얹은 두부’. 고춧가루를 넣은 양념장 대신 매콤 새콤한 살사를 얹은, 나만을 위한 아침을 준비하느라 새벽이 즐겁기만 하다.


살사(salsa)는 스페인어의 소금이라는 sal과 소스라는 salsa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춤. 하지만 토마토와 양파, 매운 고추 등으로 만든 소스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살사소스’라고 하면 ‘역전’을 ‘역전  앞’, ‘생일’을 ‘생일날’로 말하는 것과 같으니 조심.   


◇재료=두부 300g, 토마토 1개, 양파 ½개, 당근 1㎝ 1토막, 청량고추 1개, 붉은 고추 ½개, 파슬리 다진 것 1작은술, 레몬즙 1큰술, 식초 1큰술, 소금과 후추 약간


◇만들기=①토마토는 윗부분에 +자 모양의 칼집을 넣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껍질을 벗기고 씨를 뺀 후 적당한 크기로 다진다.

②양파는 믹서기에 간다. 양파를 토마토 크기로 다지면 씹히는 맛이 있어 좋지만 눈물범벅이 되는지라 믹서기에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③당근과 고추, 파슬리는 잘게 다진다.

④준비 된 재료를 그릇에 담고 식초, 레몬즙, 소금과 후추를 넣고 섞는다. 싱싱한 레몬을 사서 즙을 내면 좋겠지만 즙을 내어 파는 것을 쓰는 것도 게으른 주부의 알뜰살림에 대한 변명.

⑤두부 위에 살사를 얹고 파슬리와 붉은 고추로 장식하여 낸다.

 

            0603-1

 

            0603-2

 

                                                                   2004년 6월 3일 매일신문 요리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