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아이들

아이들과 현장학습 다녀왔어요!

착한재벌샘정 2006. 4. 18. 14:37

 오늘은 저희 학교 현장학습의 날이었습니다.

작년 2학기에 이어 이번에도 학급별로 실시가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전문대학으로 요리 실습을 갔었는데 이번에는 애망원이라는 장애 아동시설로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다른 반들은 볼링장, 스케이트장, 전시회, 제과제빵학원 등등 참으로 다양하고 재미있는 곳으로 가는데 왜 하필이면 우리 반은 봉사활동이냐며 입이 쑤욱 나오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답니다. 이번 현장학습 장소는 아이들의 회의를 거치지 않고 담임인 저 혼자 결정을 해 일방적으로 통보를 해버렸으니 당연한 반응이었지요.

 

예상을 안 한 것도 아니었고 좀 더 재미있는 것을 찾을까도 고민을 했지만 저희 반 학생들의 작년 생활기록부의 봉사활동 사항을 보면서 저의 결심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단체로 하는 것 외에 개별로 봉사활동을 한 아이가 너무 적어 많이 놀랐었거든요.

저희 반 아이들 담임 잘못 만나 늘 고생한다는 거 아시죠? 올해도 만만치 않답니다.

아침 자습 시간에 숙제도 못하게 하고 책만 읽으라고 하죠, 영어 한마디 배울 때도 질문까지 해가면서 열심히 배우라 하죠, 한 달에 한 번 내는 독서기록장 저희 반만 두 번씩 내야하죠, 다른 과목의 과제도 일일이 체크하죠, 하여튼 아이들이 죽을지경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허걱!!! 이번에는 현장학습, 좀 더 익숙하고 친근감이 느껴지는 단어, 소풍을 놀러가는 게 아니라 봉사활동이라니? 아이들의 마음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단체로 가보지 않으면 혼자서 늘 마음만 있을 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을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을 옆으로 밀쳐내고 강행을 했답니다.

 

여기서 저의 특기 중 하나인 팔불출을 맘껏 발휘해야겠습니다.

저희 반 공주들, 정말 너무 예쁘답니다. 정말 이제까지 제가 맡은 반 중 최고라는 말이 아깝지 않답니다. 제가 복이 많은 거 아시죠? 올해 만나 아이들 때문에 저는 그 말이 또 한 번 틀리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답니다. 이런 이쁜 아이들은 만난 담임, 있음 나와보라고해,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니까요. 어휴~~~ 정말 이뻐도 너무 이뻐요.

 

애망원에서도 주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데 비해 평일에, 그것도 오전에는 일손이 늘 부족하다며 저의 전화를 반겨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기운 나게 해준 것은 반 아이들의 문자였습니다.

‘선생님, 저는 봉사활동 좋아요. 사실 혼자서는 용기가 나지 않아서...‘

‘싫다는 아이들도 있지만 좋아하는 아이들도 많아요. 진짜에요. 저부터요. 쌤 파이팅!’

‘저 예전에 거기 갔었는데... 반 전체가 간다니 더 좋아요.’

‘선생님은 참 특이하세요. 그래도 한번 믿고 따라 가보고 싶어요.’

 

이렇게 아이들은 저의 생각에 힘을 실어 주었고 오늘 정말 열심히 잘 해주었습니다. 혼자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중증 장애아동들과의 만남을 통해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은 많은 생각을 했을 겁니다. 그렇게 혼자는 어렵지만 같이는 할 수 있는 첫 발을 떼고 난 뒤 다시 그곳을 다시 찾을지 그렇지 않을지의 몫은 전적으로 아이들의 몫이겠지만 아이들의 오늘은 참으로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거라 생각합니다. 

 

참, 고마운 일도 있었어요. 봉사활동을 하러 오던 중 저희 반 아이가 버스에서 휴대폰을 두고 내리는 일이 생겼답니다. 그런데 그 버스를 타고 가던 아주머니께서 주워서 연락을 주셨어요. 부근 아파트에서 청소를 하시는 분이었는데 휴대폰 사용법을 몰라 주변에 물어서 휴대폰에 번호가 저장 되어 있는 저희반 아이에게로 연락을 주셨더군요.

혹시 찾아오지 못할까봐 일하고 일하고 계시는 아파트도 어찌나 자세히 알려주시던지 참으로 고마웠답니다. 청소 하시는 동안 만나지 못할까봐 경비실에 맡겨두었으니 꼭 찾아가라시며 휴대폰 잃어버려 얼마나 속상하고 놀랬겠느냐 걱정도 많이 해주셨어요.

 

그 부근이 아이들에게는 낯설고 휴대폰 잃어버린 아이는 아직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고 해서 저 혼자 찾으러 가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작은 사례를 하자 받아도 되느냐시며 도리어 미안하다시던 아주머니. 눈도 침침하고 휴대폰 사용법도 몰라 일찍 연락하지 못해 걱정많이 했죠, 하며 미안하다며 제 손을 꼬옥 잡아주시던 아주머니.

세상에는 이렇게 마음 따뜻한 분도 계시는구나, 제 마음이 너무 따뜻해지는 순간이었답니다.

 

지난 번 정빈이와 병원에 갔을 적에 서울역에서 햄버거 먹으로 갔었다고 했었죠? 그 때 제가 가게 바닥에 떨어져 있던 휴대폰을 주은 적이 있었거든요. 휴대폰을 잃어버린 사람에게로 바로 연락이 안되니 이리 저리 연락을 해보면서 주인과 연락이 닿으려는 과정이 사실 쉽지만은 않더군요. 그것을 경험해 보았기에 그 아주머니에 대한 고마움이 정말 크게 와 닿았답니다. 정말 연세가 있으셔서 눈도 잘 보이시지 않는데다 휴대폰마다 기능이 달라 버스에서 내려 이리저리 애를 한참 쓰셨대요. 그러다가 직장에도 늦으시고. 그러면서도 잃어버린 사람 얼마나 마음 조리고 안타까울까 싶어 아파트 경비실에 가서 아저씨들의 도움을 받아 연락을 해주신 거였답니다.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이 너무 예쁘다며 자신의 품에 따뜻이 안아주던 저희반 공주님들과 그 아주머니로 인해 참으로 가슴 따뜻한 하루를 보냈답니다.    

 

추신) 오늘 아침 출근을 하니 교감선생님께서 부르시더군요. 지금은 아침 자습시간입니다. ㅎㅎ

현장학습으로 봉사활동을 간 것에 대해 걱정이 많으셨나봐요. 아이들 반응은 어땠는 지 가서 봉사활동은 잘 했는지 등등.... 내심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신 모양이지만 잘 하고 왔다는 말씀에 안심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

어제 열심히 잘 해준 이쁜 공주들에게 이곳에 현장학습 다녀 온 소감을 올리라면 또 한 번 으아아아~~~악!!!을 외칠 지 모르지만(전 그렇지 않을거라 믿지만요) 그렇다고 접을 제가 아니지요. 

2학년 5반 이쁜 공주님들, 어제 정말 수고했고 고마웠어. 그리고 현장학습 소감 댓글로 올려줘. 

선생님이 우리 공주들 많이 사랑하다는 거 알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