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 있는 아들에게 쓴 편지
너를 보낸 후 세월은 더 빨리 가는 것 같구나.
오늘이 벌써 49제 마지막 제사를 지내는 날이라니...
너를 보내고 엄마는 참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단다.
우리 아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그저께 동일이, 지용이와 함께 너를 위한 쇼핑을 했단다. 탁이 어머니께서도 함께 하고 싶으셨겠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으셨나 봐. 네가 이해하렴.
엄마와 친구들이 대신 했잖니.
속옷, 양말, 벨트, 운동화, 청바지, 셔츠, 재킷까지 너무 예쁜 것들로 준비했어.
한 번 볼래? 엄마가 사진 찍는 거 좋아하는 거 알지? 멋지게 코디해서 사진 찍었는데 보여줄게. 어때? 마음에 드니?

얼마나 고민하면서 골랐는지 아니? 운동화와 구두에 어울리는 양말까지 따로 준비했는데 엄마의 성격 보이지? 신발에 양말까지 넣어서 사진 찍었단다.
속옷은 제일 부드러운, 아저씨가 좋아하는 니트 제품으로 골랐어. 아저씨가 세상에 그것보다 편한 것은 없다기에 우리 아들도 그럴거라 생각하고 골랐는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벨트는 브라운 색에 검은 색이 매치 되어 있어 엄마 마음에 쏙 들던데 우리 아들 마음에도 들었으면 좋겠다. 그 벨트는 청바지에도 정장 바지에도 어울릴 거야.
빨간 모자는 엄마가 정말 아끼는 것인데 우리 탁이 새로 산 옷이랑 운동화에 너무 어울려서 엄마가 선물하는 거야.
양복 입을 때 신을 정장 구두도 샀단다. 양복이랑 셔츠, 넥타이는 다른 분이 준비해 오신대. 그것도 엄마가 고르고 싶었지만 우리 탁이야 워낙 멋있어서 뭘 입어도 폼나니까 상관없잖아.
이렇게 쓰고 나니 마치 엄마가 돈 들여 산 것 같구나. 아닌 거 알지? 엄마는 그저 심부름만 했을 뿐이라는 거. 탁이 어머니께서 부탁해서 엄마는 그저 예쁜 거 고르기만 한 거야. 엄마도 우리 탁이 49제 마지막 제사를 위해 뭔가 해주고 싶었는데 어머니께서 당신이 하시고 싶대서 엄마는 그냥 심부름만 해주기로 했어.
신발의 박음질 상태가 좋지 않아 바꾸러 갔다가 엄마도 네 청바지랑 똑같은 것을 하나 샀단다. 그 옷 입을 때마다 우리 아들 생각하려고. 바지가 엄마에게도 참 잘 어울리는 거 있지? 엄마의 통통한 허벅지가 날씬하게 보여.
우리 탁이 것은 제일 작은 사이즈로 샀는데 넉넉한 모양의 바지라 너의 그 약한 다리를 보정해 줄 거야. 셔츠와 재킷도 똑같은 것이 있었으면 사고 싶었는데 구할 수가 없어서 바지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어. 엄마 돈 없는 줄 아는 가 봐.^_^
사랑하는 우리 아들, 이렇게 이쁜 옷 입고 3월에 대학 입학식에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 부질없는 생각일랑 하지 않을게. 우리 탁이는 좋은 곳에 갔을 테니 그곳에서 멋진 옷 입으리라 믿어.
어머니의 마음 누구보다도 우리 탁이가 잘 알 테니 이제부터는 어머니 꿈에 나타날 때 오늘 너에게 준 이 옷들을 입고 멋진 모습으로 나타나렴.
어머니께서 꿈에 보이는 네가 제대로 입지 못한 모습이어서 그것이 그렇게 마음에 걸리시더래. 어머니 마음 아프게 하지 말아야지, 알았지?
너 그렇게 보내고 가장 마음 아파하시는 분이야. 너를 당신 곁에 데리고 있다 떠나 보냈더라면 그렇게 슬퍼하지는 않았을 텐데.
너 혼자 그렇게 떼 놓고 있다 보내셨으니 그 마음 오죽하겠니? 일주일에 한 번 너의 제사 때마다 만나면서 옆에서 보는 내가 마음이 아파 어쩔 줄을 모르겠어. 그러니 너 그곳에서 어머니 건강하게 편하게 잘 지내시도록 도와드려야 해. 부탁해.
어머니가 우리 탁이는 덜 외로울거래. 엄마가 둘이어서. 그렇게 나를 우리 탁이의 엄마로 인정해주셔서 얼마나 고마운 지 몰라. 그러면서도 내게 너무 미안해하시니 내가 섭섭할 지경이야. 아들이니 당연한 건데도....
빨리 자야 우리 탁이 만나러 갈 때 예쁠 텐데 새벽이 가까워지고 있는데도 잠을 잘 수가 없구나.
오늘은 엄마가 예쁘게 화장하고 갈게. 방송국 메이컵 하는 누나에게 부탁해뒀어. 우리 탁이가 엄마 화장한 얼굴 좋아하니까 예쁘게 화장시켜 달라고 말이야.
우리 탁이도 엄마보고 싶은 지...
이건 진짜 부질없는 질문이겠지?
여기까지 쓰고 눈물이 너무 나와 도저히 글을 계속 쓸 수 없어 한참을 글을 쓰지 못하다 안녕이라는 인사라도 해야지 하며 다시 쓴다.
엄마 참 바보 같지? 이렇게 자꾸만 우니까 말이야. 편지 쓰는 내내 우는 바보 엄마야. 하지만 탁아, 엄마는 너무 슬픈 걸, 네가 너무 보고 싶은 걸....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아 있는 걸 보니 엄마의 눈물샘은 기능이 정말 대단한 가 보다. 정빈이 표현을 빌리면 엄마는 '눈물 돼지'인가 봐.
동생들 보는 앞에서는 울지도 못하니까 지금은 실컷 울 거야. 그래도 되지? 언젠가는 이 눈물이 마를 날이 있겠지. 걱정하지마. 엄마 씩씩하니까 곧 그렇게 될 거야.
이 편지 재킷 오른쪽 주머니에 넣어 보낼게. 꼭 읽어야 해.
그리고 엄마가 한 부탁 잊지마. 멋진 모습으로 어머니 꿈에 나타나드리라는 부탁 잊지마.
널 많이많이 사랑해.
2004년 2월 27일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