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슬아, 미안해. 이해해주리라 믿어!
주말에 저희 가족은 바다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밤바다는 정말 언제 보아도 너무 좋더군요. 바다를 좋아하는 저를 위한 남편의 배려로 떠난 여행이었어요. 저 보다 신이 난 것은 정빈이입니다. ![]() 정빈이 못지 않게 신이 난 사람은 저희 집의 영원한 피터팬인 남편입니다. ![]() ![]() 예슬이는 물에 들어가지도 않고 모래사장에 앉아 제법 숙녀티(?)를 내면서 동생의 노는 모습에서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발견하고는 신기한 모양이었습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저에게는 참으로 큰 휴식이 되어 주었습니다. 이 번 여행을 다녀오면서 예슬이가 부쩍 성숙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번 칼럼에서 예슬이에게 90편의 사랑의 시를 읽어보라고 했었다고 했었지요.
뭐, 이런 내용을 담은 편지와 함께 말입니다. ![]() 이거 만드느라고 저 손톱이 다 닳았답니다. 손 코팅지로 11장을 코팅하느라 팔에 파스까지 붙여 가면서요. 엄마 모자라는 잠을 보충하라며 목욕을 무지 싫어하는 정빈이를 달래어 동네 목욕탕을 다녀오는 아이랍니다. 그 시간만큼은 엄마 푹 좀 쉬라고. 예슬이에게 예슬이가 골라 준 시로 오빠 여자 친구를 위한 시집을 만들어 선물했다고 하니 씨익 웃더군요.그 때는 위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냥 시집을 만들어 주었다고만 했었는데 이렇게 지금에서야 고백(?)을 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알면 서운해 할텐데 하는 마음에 제가 그 시집에 실었던 시들을 읽어 주겠다고 했습니다. 방송반 출신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거니 영광으로 알라며 도리어 큰소리 뻥뻥 쳐가면서요. 괜히 미안한 마음에.... "시는 소리내어 읽어야 맛이 나. 그런 의미에서 엄마가 읽어 줄 테니 들어 봐." 이렇게 예슬이를 위해 준비하려했던 시집 만들기를 그 아이를 위해 먼저 할 만큼 그 아이는 우리 가족에게는 참 소중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 ![]() 어디가 달라졌는지 찾으셨어요? 없던 소파가 들어 왔고 식탁의 위치가 바뀌었답니다. 소파 없이 훤한 거실을 고집하며 살아왔는데 '좋은 친구 만들기'를 통해 알게 된 새 식구를 위해 소파를 사자고 했을 때 남편은 반대했다. 이제까지 소파 없이 잘 살아왔는데 새삼스레 그것이 왜 필요하냐고. 그것도 우리 가족이 필요해서 아니라 그 아이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사람 사이에 스킨십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네 식구는 이제까지 서로 살을 맞대며 부비며 살아왔지만 그 아이는 아니잖아요. 우리 집에 자주 올텐데 이렇게 거실에 뚝뚝 떨어져 앉아 있는 것보다는 소파가 있으면 그곳에 끼여 앉게 될 거고 자연스레 서로 맞닿는 기회가 많아질 거잖아요. 멀뚱히 떨어져 있는 것 보다 따뜻한 체온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가지는 게 된다면 서로를 받아들이기가 훨씬 쉬울거라 생각해요. 소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식탁의 위치도 바꿀 거예요. 네 사람이 앉을 수 있도록 벽에 붙여 놓았는데 그 아이가 올 때마다 자신이 손님이라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을테니 언제든지 다섯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위치로 바꾸면 아이가 덜 어색해 할 테니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불편해지는 건 없잖아요." 여러 날 남편을 설득해야했다. 남편은 돈도 돈이지만 꼭 그렇게까지 해야하느냐, 당신이 이러는 거 남들이 보면 정말 이해하지 못할 거라며 썩 내켜하지 않았다. "남들이 어떻게 보느냐가 그렇게 중요해요? 맞아요. 이해 못 하는 사람들 많아요. 심지어는 내가 그 아이를 실험 대상으로 쓰고 있느냐는 사람도 있어요. 학위 논문 준비에 필요한 자료를 위해서가 아니냐는 사람이 있을 정도니까요. 내 아이나 잘 키우지 무슨 그런 일까지 하느냐고, 왜 하는지 정말 알 수 없다고 하는 사람 적지 않아요." "그렇게 보는 사람들이 어쩌면 당연한 거야. 나도 처음에 그런 생각을 했고 지금도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 하는 게 사실이니까. 그저 무난히 살자. 남들이 하는 것처럼 모자라지도 않게 너무 돌출 되지도 않게 말이야." "나는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 작은 힘을 보태고 싶어요. 우리가 아이들에게 남겨 줄 수 있는 것이 뭘까요? 난 부모가 참 열심히 산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 중에서 특히 남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남겨 주고 싶어요. 우리가 하는 일은 결코 큰 것이 아니잖아요. 작지만 누군가가 해야할 일이라 생각해요." 아마 속으로는 죽을 맛이라고, 무지 투덜거렸겠지요.^_^ 하지만 저는 10대의 시절에 시를 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