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표 '하자하자'에 출연하게 된 이야기
137호 칼럼 제목이 "느낌표! 시청자 게시판에 올린 글"이었습니다. 그 글에서 '하자하자 캠페인'의 주제 선정에 좀 더 신중했더라면 하는 마음을 느낌표시청자 게시판에 올렸다고 했었습니다. 오늘 글을 그 후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한겨레21에 쓴 '너 죽고 싶어'라는 글로 인해 하자하자팀에서 저를 찾고 있던 중이었다고 하더군요. 하자팀의 주제 선정 취지가 제가 쓴 글의 내용과 일치하니 저를 인터뷰하고 싶다면서요. 그러면서 시청자 게시판에 올린 글도 읽어보았다고. 처음에는 거절을 했어요. 하지만 몇 번의 전화 통화 과정에서 마음을 돌려 인터뷰에 응하기로 했습니다. ![]() 제목 : 인권을 위해 몰래카메라를? 선생님의 인권은 어디로? 하자하자 캠페인은 우리의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주제는 선생님과 관련된 것이죠. 학생들이 선생님을 추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교실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고 지켜보는 것을 보고 정말 많이 놀랐습니다. 첫째, 학생들에의 추천에 대한 신뢰만으로는 부족합니까? 둘째, 몰래 카메라는 개인의 인권 침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선생님에 대한 믿음도? 하자하자 캠페인에서 우리의 아이들에게 우리가 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이 번 주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나름대로 이런 해석을 내렸습니다. 말이라는 것은 하나의 형식이고 수단입니다. 선생, 말 그대로 앞서 사는 우리가, 나이 든 우리가 학생들에게 한번 행동으로 보여주자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이 캠페인의 의도는 꼭 경어를 써야한다가 아니라 존중받고 배려하는 방법에 이런 방법도 있다는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작은 시작",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으로 이해하려 합니다. 믿음의 모습, 목적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 또한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지킬 것은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지난 목요일 1교시 수업을 들어가니 아이들이 묻더군요. 아이들에게 녹화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아이들은 다른 선생님이 말씀해주셨다면서 자기들이 카메라에 담기고 있는가에, 연예인이 오는지를 몹시 들떠 물었습니다. "아니요. 몰래 카메라는 없습니다. 오늘 녹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실 장면을 찍지는 않을 겁니다. 선생님이 그 프로를 보고 생각한 것을 시청자 게시판에 올렸고 제작팀에서 선생님의 생각을 이해해주어 교실 장면은 촬영을 하지 않을 겁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모습이 텔레비전에 나올 기회가 없어져 버려서인지 몹시 서운해했습니다. 촬영 팀은 저의 수업이 없는 시간에 맞춰 학교로 오기로 했는데 소란해지는 것을 걱정하는 저를 배려해 10시 50분에 도착했지만 아이들 쉬는 시간이 끝나고 수업 시작종이 울릴 때까지 교문 밖에서 기다려주는 배려까지 해주었고, 수업이 없는 3, 4교시를 동안 저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리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운동장에서의 촬영을 하기로 했는데 아이들이 점심도 먹지 않고 몰려나오는 바람에 점심 시간 안에 끝내려던 계획과는 달리 조금 늦어졌어요. 그로 인해 아이들과 학교 모두에게 죄송한 마음이었지만 그게 마음먹은 만큼 딱 시간 맞춰 끝내지지가 않더군요. 그 프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저 같은 어른들에게는 별 거 아닌 것 같았던 일이 아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나 봐요. 지방이라 연예인들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아이들은 서경석, 신정환, 두 연예인들이 왔다는 사실에 너무나 크게 기뻐하며 다른 학교 친구들에게 자랑이 대단했다고 합니다. 졸업생들에게까지 소문이 나서 직접 찾아 온 졸업생들도 있었답니다. 마치 자신들의 일처럼 기뻐 해주는 아이들을 보며 그동안 마음 고생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더군요. "선생님 제일고 언니 오빠들 웃겨요. 동네에서 이렇게 말하는 거 있죠. 우리 학교에 느낌표 왔었어요, 이래요. 자기 학교가 아니고 우리 학교에 온 건데. 운동장 같이 쓰니까 이럴 때 무지 속상해요." 재학생들은 이러고, 같은 건물을 쓰고 있는 제일고에 다니는 아이들은 이런 답니다. "우리 학교 맞잖아요. 제가 경상여중 나왔으니까. 그냥 졸업한 중학교라는 이야기만 안 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우리 선생님이라는 말은 사실이잖아요. 저는 1학년 때 선생님 반이었으니까요. 우리 담임 선생님이라고 자랑하고 다니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부러워 한다고요." "어휴~~~ 눈꼴시려 죽어요. 저는 선생님께 배우기는 했어도 담임은 안 했으니 우리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말래요. 과학 선생님이라고 부르라며 자기 담임선생님이었다고 얼마나 뻐기고 다니는지. 그래도 다른 학교 졸업생들은 이런 저조차도 부러워 한다니까요." "저희 어머니 선생님 방송 일요일마다 빼놓지 않고 보시는데 느낌표 찍었다고 하니까 그 날 계모임도 안 가시고 그거 보실거래요. 아버지가 늦게 하니까 갔다와서 봐도 된다는데도 혹시 못 볼지 모르니까 아예 안가겠다고 고집을 피워요. 저 보다 선생님을 더 좋아한다니까요. 친구 같대요." "저희 엄마는 이 번 주에 나오는 줄 알고 열심히 봤는데 안나와서 어찌나 섭섭해하는지 제가 옆에서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니까요. 다음 주에 나온다고 이야기했는데도 듣지도 않고." 이러고들 있으니 어떻게 방송이 나갈지는 여러 사람들의 기대가 너무 커서 사실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어떤 제자는 집에서 보지 않고 될 수 있으면 사람이 많은 곳에 가서 텔레비전을 보겠다고, 그러다가 제가 나오면 '우리 선생님이다'라고 소리칠 거라고 까지 해 저에게 감동과 부담을 함께 주더군요. 저희 학교 아이들과 그 일로 자신들이 학교에서 스타가 되었다는 졸업생들에게 작은 선물을 한 것 같아 기쁘답니다. 지난 칼럼에 학교 일 외에 다른 일을, 특히 방송 일 하는 것이 힘에 겨워 그만두려던 마음을 접었다고 했었지요. 느낌표로 인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난 뒤라 그런 것도 있지만 사실은 더 큰 이유가 있답니다. 몇 해 전에 참으로 마음 아프게 전학을 보낸 아이가 있어요. 생활고와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아이들을 데리고 야반도주하듯이 대구를 떠나는 엄마를 따라 전학을 갔었던 아이가 있어요. 그 동안 아버지가 주소를 추적해 찾아 낼까봐 몇 번의 이사를 거듭해 아주 먼 곳으로 가게 되었는데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제 소식을 접했다더군요. 그 아이가 힘들다는 제 칼럼을 읽고 아무리 힘들어도 방송은 그만 두지 말라고, 자기 한 사람을 위해서 만이라도 꼭 해달라는 메일을 보내왔어요. 단 한 사람, 자기만을 위해서라도 꼭 계속해 달라는 아이의 부탁에 당장 담당 PD에게 연락을 했어요. 더 이상 갈등하지 않겠다고. 앞으로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말입니다. "한 번도 선생이 되겠다고 한 적 없던 니가 이렇게 철저하게 선생으로 살 줄 어찌 알았겠니? 한 번 씩 널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돼. 도대체 널 알 수가 없을 때가 있어. 그 사이 라디오에서 제의가 있었는데 텔레북에 대한 애정 때문에 포기를 했거든요. 그것 또한 참으로 큰 갈등 중의 하나였는데 도저히 무리인 것 같아 포기를 했습니다. 저희 총각은 제가 라디오하고 싶었는데 포기할 수밖에 없어 너무 서운하다고 했더니 하는 말이 이랬습니다. 제가 녹화한 날 방송에서 소개 한 책을 총각에게 갖다주고 집으로 가는 날이 종종 있는데 그 때마다 제가 화장한 거 부담스러워하던 것이 총각 마음에 남았던 모양이에요. 철저하게 선생으로 산다는 친구의 말이 심한 과장이기는 하지만 선생이라는 이유로 이겨낼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 감사하다는 생각입니다. 11월 15일, 텔레비전을 통해 경상여중의 예쁜 공주들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새벽에 집에서 칼럼을 올리고 출근했는데 학교에 와서 계속 쓸 일이 생겼습니다. 쉬는 시간에 쓰는 것이니 그리 혼나지는 않을 겁니다.^_^ 제가 "기다리는 부모가 아이를 변화시킨다"에서 화이트데이에 관해 쓴 글이 있는데 예슬이는 그 후로 아주 작은 선물로 이런 날을 즐기려고 하고 있어 제가 무척 고마워하고 있답니다. 특히 편지가 저를 무지 감동시켰답니다. 이런, 마지막 한 줄이 스캔과정에서 잘려버렸네요. ![]() 예슬이의 편지에 제가 쓴 답장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