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서 정빈이와 북한 축구팀 응원했어요
8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방학 마지막 한 주는 정말 느긋하게 보내고 싶었는데 그것도 마음만큼 되지 않더군요. 금요일 아침 일찍 서울 갔다가 토요일 새벽 2시가 되어 돌아왔더니 어찌나 피곤하던지 어제, 토요일에는 오전 11시가 되어서야 일어났답니다. 그런데 바로 어제가 유니버시아드 대회 중 북한과 일본의 여자축구 결승전이 있는 날이었는데 깜빡하고 있었지 뭡니까. 하지만 남편은 정말 가고 싶지만 선약이 있어서 안 된다고 하고, 예슬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육상 경기 응원을 가겠다고 싫다고 하고, 총각도 여자 친구 만나는 중이라 안 된다고 하는 바람에 "이 사람들이!!!"하며 잠시 흥분을 했었습니다. 남편 - "그런 것은 미리 이야기를 했었어야지." 이러니 미리 이야기하는 것을 깜빡한 잘못이 가장 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정빈이와 둘이서 가게 되었답니다. 어쩌면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저도 가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세 사람이나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핀잔을 주니 어디 갈 기분이 났겠습니까만은 비가 오니 혹시라도 안 오는 사람이 많을지 모르니 나라도 가야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이번 대회 동안 정빈이를 한 번도 경기장에 데리고 가지 못한 것도 아쉽고 해서 적지 않은 비가 옴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찾았는데 아마 저처럼 비가 오니 더욱 가야지 하는 생각을 하신 분들이 많았는지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 했답니다. 정빈이와 함께 다른 응원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열심히 응원했답니다. 비에 젖어 손이 목욕탕 갔을 때처럼 퉁퉁 불었지 뭡니까? 한겨레21의 기자가 서울서 내려와 직접 응원단이 되어 취재하고 쓴 기사 중에 저의 응원모습도 몇 줄 적었더군요. 500여명가량 입장한 아리랑응원단을 둘러보니 눈에 띄는 분들이 많았다. 어린 여중생들 사이에 끼어 75살의 ‘운동권 할머니’ 한기명(범민련 남측본부 대구경북연합 의장)씨는 경기 내내 한반도기를 흔들며 구호와 노래를 지치지도 않고 부르셨다. <한겨레21> 논단의 필자인 이영미(경상여중 교사)씨는 응원에 도취된 나머지 기다란 응원용 풍선을 너무 세게 움켜쥐고 두드리다 7개나 터뜨리는 바람에 계속 새 풍선을 공급받아야 했다. 남들이 보면 제가 무슨 천하장산 줄 알겠어요, 그죠? 하긴 제가 기운이 세기는 정말 센가 봐요. 이 번 대회동안 북한과 관련하여 여러 이야기가 많았지요. 집에 손님이 왔는데 한 사람에게만 더 특별 대우를 해주고 그 사람에게만 유난한 관심을 가져주면 함께 온 손님들 기분이 어떻겠냐고, 다 똑같이 운동 경기를 하러 온 동등한 입장일 뿐인데 왜 북한 선수들과 응원단에게 그렇게 야단인지, 다른 선수들 입장에서 보면 서운하고 불쾌할 거 아니냐고. 그렇게 되면 그 많은 다른 나라 선수들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생각하겠냐며 그것으로 인해 잃게 되는 것도 많을 거라며 흥분을 하기도 했답니다. 순수한 대학생들의 스포츠 축제가 마치 남북한의 운동회처럼 비쳐져버린 감이 적지 않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동감할 겁니다. 아이들 눈에도 이렇게 비치는데 전쟁을 경험한, 아이들과 북한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다른 어른들에게는 어쩌면 그 이상으로 비쳐줬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이번 응원단에 참여를 한 것은 그리 큰 의미가 있어서는 아닙니다. 여러 자원봉사가 있었는데 왜 하필 북한 선수 응원이었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번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경험하면서 예슬이는 위에 적은 것처럼 북한이 싫어졌다고 하고 총각은 경기장에서 열심히 응원했던 추억과 북한 사람들을 직접 본 것이 신기했다는 느낌을 이야기합니다. 저 개인은 이번 일로 인해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몇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또 하나 참 낯설게 느껴진 것이 있었는데 바로 북한 응원단들의 들썩이는 어깨춤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경기장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보이지 않은 젊은이들의 열심과 노력이었습니다. 이제 오늘로 막을 내리는 유니버시아드 대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