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에서 출발 한 꼬리를 무는 동기 유발
태풍때문에 너무 많은 비가 오고 있는데 다들 어떠신지요? 모든 분들이 아무런 피해없으시길 바래봅니다. 요즈음 정빈이가 가장 즐거워하는 것은 그림 그리기입니다. 『기다리는 부모가 아이를 변화시킨다』에도 아이들에게 글자를 가르치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 때에 비해 정빈이의 읽기와 쓰기가 너무 많이 발전했답니다. 정빈이는 수학을 좋아합니다. 국어는 싫다고 그래서 학교도 수학만 가르쳐주는 곳에 갔으면 좋겠다고 할정도랍니다. 그랬던 정빈이가 글자에 부쩍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수학 문제집 때문이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수학 문제집을 사달라는 거예요. 수학이 너무 재미있다고. 그런데 막상 문제집을 사 와 집에서 풀려고 하니 글자를 정확하게 모르니 절 보고 문제를 읽어 달라더군요. 글자를 알고 더듬거리며 읽기는 해도 그 의미를 파악 못했던 거죠. 이 때다 싶어 글자를 알아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했습니다. 간단하게. "글자를 알면 편하겠지?" 정빈이는 수학 문제를 엄마의 도움 없이 읽고 이해하기 위해 부쩍 더 글자에 관심을 가지더군요. 자신이 좋아하는 수학문제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정빈이의 읽기 능력은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제 책을 대신 읽어 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제 책읽기가 방해를 받는 날이 적지 않습니다. 자기가 읽어주겠다며 책을 빼앗아 가는 통에 말입니다. 광고지 읽기를 좋아하더군요. 그리고 가전제품의 사용설명서를 읽고 제게 설명해달라고 했더니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까지 모아두었던 제품사용 설명서를 아주 요긴하게 썼습니다. "어머니, 글자를 아니 참 편하군요."라는 말을 심심찮게 한답니다. 정빈이는 영어도 알면 편할 것 같아 배워야겠다고합니다. 그리고 그 때 부터 그림을 그리면 제목을 적어보자고 했고, 서서히 자신의 느낌을 적어 보도록 유도해보았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린 후 그림의 제목도 적어보고, 그 그림이 무엇을 나타내는 지, 그리고 그 그림을 그리기 위해 관찰한 대상에서 느낀 것들을 적어봅니다. 아이는 그것이 글쓰기를 배우는 것인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 과정을 통해 글쓰기를 아주 좋아하게 되었고 이제는 당연히 그림을 그리면 글로도 표현을 해야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지요. 이렇게 그림을 통해 글쓰기를 배우기 시작한 정빈이입니다. 수영을 아주 좋아하는 정빈이가 그린 그림입니다. 정빈이의 수영은 온천에서만 가능한 일이지만 그림에서는 어디든 가능하니 정빈이는 수영하는 그림을 자주 그립니다. 온천수로 된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있는 세 아이를 그리고는 미나, 나리, 재은이라고 각자 이름을 지어 주고, 아이들의 대화를 적어 본 것입니다. 이처럼 아이들이 좋아하고 몰입하는 것을 이용해 다른 영역으로 확장시켜주는 것은 아주 효과적일 때가 많습니다. 정빈이는 좋아하는 수영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글쓰기가 많이 늘었답니다. ![]() 지금 저는 정빈이가 스스로 만족할 표현을 찾고서 동화의 세 번째 줄을 쓰기 시작할 날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정빈이의 "작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글쓰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고요. 그러고 난 후 며칠 슬럼프도 있었답니다. 꼭 동화를 써야하느냐고 묻더군요. 제 스스로 쓰겠다고 했었으면서 힘겹다 생각되니 마치 누가 시킨 것처럼 그러더군요. 안 쓰면 안 되느냐고? 요즈음 정빈이는 쓰다만 동화를 계속 쓰기 위해 그림도 열심히 그리고 자기 생각도 열심히 적어보고 있답니다. 정빈이의 꿈이 화가였는데 한 가지 더 늘었습니다. 그림책을 만드는 사람이요. 정빈이가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와 수학과 수영을 이용해 글쓰기로 확장시켰었는 이제는 글쓰기가 그림 그리기의 동기 유발의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아이들의 동기를 유발시켜 주는 것도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는 건가 봐요. 정빈이는 저절로 알게 된 것이 세 가지랍니다. 수영과 글자, 그리고 더하기 빼기.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서 출발해 다른 것으로 유도를 하다보니 어느 새 훌쩍 커버린 정빈이가 제 곁에 있네요. 정빈이가 아래 문제를 처음 보고 한 말을 잊을 수가 없답니다.
"네모는 우편 번호를 적으라고 있는 거예요?" 식을 세워 답을 적으라고 만들어 놓은 네모 칸을 보고 아이가 맨 처음 떠올린 것이 편지 봉투였나 봅니다. 나란히 있는 네모 칸을 보고서 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