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 정말 너무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그 동안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해 주신 덕분에 이제 많이 좋아졌답니다.제가 목을 다쳐 있는 사이 정빈이가 잠깐 입원하는 일이 있었어요.
정말 엄마 아플 틈도 주지 않더군요. 목에 깁스를 해서 아이가 입원 해 있는 병실에 있자니 이게 무슨 꼴인가 싶지 뭡니까?
정빈이가 휠체어에 타고 병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자고 졸라대는 통에 목에 있던 깁스를 풀어버렸습니다.
목에 깁스를 한 엄마가 링거를 꽂고 있는 아이 휠체어에 태우고 다니는 모습, 상상해 보세요. 좀 우습겠죠? 그래서 깁스를 풀어버렸어요.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회복이 더딥니다.
지금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을 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여러분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오늘은 급기야 칼럼을 찾았습니다.
새로 오신 분들도 계시는데 인사도 못 드렸어요. 반갑습니다, 여러분.
이제 정빈이는 많이 좋아졌고 집에서 한약을 먹고 있는 중입니다.
보약이라고, 겨울 방학이 되면 서울에 있는 사촌오빠와 열 밤 동안 밤새워 놀기 위해 체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어른들의 말에 열심히 먹고 있는 중입니다.
한의사를 찾아갔다가 저희 부부 모두 마음이 상해서 돌아왔습니다. 정빈이를 잘 키워야 한다고, 너무 너무 신경을 써서 키워야 한다고 열 번도 더 당부를 하시는, 원장실 문을 열고 따라 나오시면서 까지 당부를 하는 통에 남편은 지금도 정빈이를 보는 눈이 애닯기 그지없답니다.
하지만 저희들 씩씩한 거 아시죠?
이번 겨울에 정빈이의 정기 검진이 있어 서울대병원에 갑니다. 어쩌면 그 때는 좋은 소식을 전해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저희들의 바램이기도 하고요.
이렇게 10월은 쉽지 않은 시간들로 보냈습니다.
아, 기쁜 일도 있었어요.
예슬이가 10월초에 치른 친 2학기 중간 고사에서 전교 석차가 40등이나 올랐습니다.
예슬이는 정말 열심히 했고 그리고 그 결과에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릅니다. 아이 스스로가 많은 노력을 하여 얻은 결과라 저희들도 몹시 기뻤답니다.
오늘부터 시작한 학교 축제에 예슬이의 작품 두 개가 전시되었다고 합니다. 『과학 만화 그리기』와 『영어 신문』입니다.
영어 신문은 전시회를 위해 새로 만들었는데 정빈이의 도움이 무척 컸답니다.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기사에 필요한 산타클로스를 종이 접기로 만들 계획이었는데 시간이 부족해 정빈이가 언니의 신문에 직접 산타클로스를 그려주었거든요. 정말 너무 너무 잘 그렸답니다.
그뿐만 아니라 칼 가져와라, 지우개 찾아라, 풀 좀 집어 달라 등등의 언니의 심부름을 모두 해 주었답니다. 몸이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어찌나 열심인지 말릴 수가 없었어요. 정빈이가 너무 좋아했거든요.
슬그머니 저의 도움을 바라는 예슬이를 끝내 외면하느라 제가 너무(?) 힘이 들었답니다.
지난번 영어 신문을 만들 때 제가 편지를 한 통 써주었었는데 이 번에도 저의 편지로 한 면을 채울 계획이라기에 딱 잘라 거절을 하고 100% 스스로 만들어 보라고 했더니다른 친구들은 학원 선생님의 도움까지 받는다는데 너무 한다며 입이 한 다발은 나왔을 겁니다.
끝까지 외면하기, 그거 참 쉽지 않더군요.
'학교에 전시를 한다는 건데 좀 도와줄까? 성적에 들어가는 수행평가도 아닌데 어때?'하는 생각이 굴뚝같았던 게 사실입니다.
'전시를 한다잖아. 내가 손을 대주면 그래도 낫지 않을까? 그리고 시간도 너무 촉박하고.'하는 갈등, 으으으으, 정말 장난이 아니었답니다.
놀러 온 동생도
'엄마가 조금만 도와주면 훨씬 빨리 만들겠더구만. 단어 같은 것은 언니가 알려 주면 쉽잖아'하며 은근히 저를 부추기기도 하고.
하지만 제가 한 고집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마침 목이 아픈 덕분에 핑계를 대기도 좋았어요.
"엄마가 이 목을 해서 너 신문 만들기를 도와야겠니?"
결국 예슬이는 저의 믿음을 져버리지 않고 저의 도움 없이 잘 해냈답니다. 동생을 좀 고생시키기는 했지만.
아, 남편도 종이 접기로 조금은 도왔네요. 종이 접기 책을 펼쳐두고 아이가 요구하는 무엇인가를 접느라 끙끙거리는 모습이 한 편의 코믹 드라마에 가까웠답니다.
그러고 보니 저만 도움을 안 주었군요. 역시 전 모성애 결핍증 환자가 틀림없습니다.
예슬이가 영어에 대해서 저에게 기대려는 점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제가 도와주어야 하기는 하겠지만 영어는 엄마에게 물으면 될 거라는 생각이 있는 터라, 특히 영작은 엄마가 교정을 해 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 제가 끝까지 버틴 거 랍니다.
이제 예슬이는 서서히 영어에서도 절 떠나 홀로서기를 해야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이제 내일이면 11월이라는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되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을 열심히 살고 싶습니다.
작년 11월에 제가 썼던 칼럼 기억하세요?
<저의 첫 방송 출연(?)을 축하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제 목소리를 녹음해 올렸던, 저의 또 하나의 꿈을 이루었던 그 날, 말입니다.
11월의 시작을 앞 둔 오늘, 그 날이 무척이나 생각이 나는군요.
세월 정말 빨라요, 그죠? 1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으니 말입니다.
방송의 꿈을 여러분들을 청취자로 이루었던 그 날이 엊그제 같은데 말입니다.
저는 오늘 또 하나의 새로운 꿈을 꿉니다.
뭐냐구요? 비밀입니다. 그 꿈을 이루는 날 말씀을 드릴게요.
제게도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