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때 마다 보는 추모식을 알리는 현수막
달력에는 충무공 탄신일 이라고 적혀 있지요.
혹시 1995년 4월 28일을 기억하는 분이 계십니까?
오늘 저희 반 아이들이 내일이 제 생일이라고 4교시에 깜짝 파티를 열어 주었어요.
아이들이 제 생일을 어떻게 아느냐구요?
저희 반 아이들이 교실에 걸려 있는 달력에 자신의 생일을 표시하느라 거의 낙서 판을 만들어 놓고 서로 자신의 생일이 언제라고 소리치기에 '나도 생일 있다.'고 했고 그래서 아이들이 제 생일을 알게 되었답니다.
그랬는데 생각지도 않게 오늘 깜짝 파티를 열어 주어 제가 미안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아이들이 열어 준 깜짝 파티에서 저는 『대구 상인동 가스 폭발 사건』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제가 1995년 4월 28일 기억하느냐고 물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제 퇴근길에 서부정류장 부근을 지나는데 언뜻 눈에 들어오는 현수막이 있었어요. 7주년 추모식이 있다는 현수막.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저희 집이 바로 상인동 폭발 현장 가까이 있고 저는 매일 그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이거든요. 그 당시 영남일보의 기사입니다. 또 다른 신문의 기사입니다. 왼쪽 아래 사람의 크기로 그 사고의 엄청남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정말 참담하다는 말로 표현이 안되었어요. 저는 그 날 7시 30분쯤 그 길을 지나 학교로 출근을 했거든요. 어쩌면 제 운명의 갈림길이 될 수도 있었던 날이지요. 저는 아이들에게 그 때 사고로 세상을 떠났던 영남중학교 아이들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바로 저희 반 아이들과 같은 나이에 생을 접어야만 했던 아이들의 이야기를요. 아이들은 아마 생일 파티에 세상을 떠난 아이들 이야기에 좀 의아해했을 겁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그 날 이후 제게 있어 생일의 의미가 참 남달라졌다는 것, 삶의 소중함과 지금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감사해야할 일이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어요. 생일에 보게되는 추모식을 알리는 현수막. 추모식은 4월 28일 10시에 본리공원 위령탑에서 있다고 하더군요. 지난 7년 동안의 세월이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들이 가슴에 묻은 사람들로 인해 통한의 나날들이겠지만 참 쉽게 잊어버리고 사는 제 자신이 한 번씩 "이래도 되나?" 싶습니다. 4월 28일, 생을 마감한 많은 분들의 명복을 빌며 더 이상의 또 다른 슬픈 일이 없기를 바래볼뿐입니다.
95년 4월 28일 아침 7시 50분쯤 대구 달서구 상인동 영남고교 앞 네거리 지하철 1호선 공사장에서 가스폭발사고가 일어나 작업장 인부와 등교하던 학생, 출근길의 시민 등 1백1명이 숨지고 2백 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이들 사고 피해자 가운데 영남중학교 학생 43명이 사망하고 2백 여명이 부상해 시민들에게 더 큰 아픔과 분노를 안겨 주었다.
(사진의 홈 http://kimchunho.com/ix-wormei121.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