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에 빗방울이 후드득하며 부딪치는 소리에 나는 얼른 너를 안고서는 현관문을 활짝 열어 젖힌다.비로 인해 일어나는 먼지 냄새를 온몸으로 들이키며
"슬아, 저게 뭔지 아니?"
저기 하늘에서 주룩주룩 내리는 물줄기 말이야.
예슬아, 신기하지 않니? 아름답고 말이야.
저게 비라는 거야, 비.
하늘에서 내리는 물, 너무 멋지지?
하늘에서 물방울이 막 내려오네.
난 더 신기해.
우리 아가와 함께 봄비를 바라보고 있다는 게."
라며 너에게 열심히 쫑알거린다.
넌 내 얘기를 알아듣는지 모르는지 날 쳐다보며 꺄르르 웃는다.
그런 우릴 보고 아버지는
"야 임마, 어째 네가 더 신기해하고 신나 해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쫑아린다고 슬이가 알아듣기나 해?"
라며 한마디하는구나.
아, 그래도 괜찮아.
네가 아직은 하늘이 뭔지, 봄비가 뭔지 몰라도 괜찮아.
네가 엄마 말을 하나도 못 알아들어도 난 너에게 자꾸만 자꾸만 이야기 할 거야.
이 세상 많은 것을, 예쁘고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너에게 얘기 할 거야.
네가 세상에 난지 겨우 일곱 달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를 얼마나 신비의 세계로, 감동의 세계로 몰아넣는지 넌 모를 거야.
너의 두리번거리는 까아만 눈망울을 볼 때면 난 너를 통해 이 세상을 다시금 보게 된단다.
네가 처음으로 고개를 가누던 날, 난 스물 여섯의 나이에 겨우 목을 가눌 수 있게 된 사람처럼 왜 그렇게 목이 힘이 들어가던지.
네가 처음으로 소리를 내어 웃던 날, 난 처음 목소리를 낼 줄 알게 된 사람처럼 실없이 깔깔거리며 웃곤 했었어.
네가 손가락을 뻗어 내 손가락 하나를 너의 작은 손안에 감싸 쥐던 날, 난 이제사 생명이 내 육체에 들어오는 듯 감동에 몸을 떨었었단다.
너의 그 작은 새하얀 얼굴이 빠알갛게 상기되면서 엎드리게 되던 날, 난 내 몸을 이리 저리 뒤집어 보며 얼마나 신이 나던지.
네가 너의 힘으로 앉게 되던 날, 난 허리가 아프도록 너와 눈을 맞추며 앉아 있었지.
너의 분홍 빛 잇몸에서 뽀오얀 이가 쏘옥 올라오던 날, 난 양치질을 멈춘 채 대문짝 만한 나의 치아를 뚫어지게 보고는 빙긋빙긋 웃곤 했었지.
네가 나의 두 손에 의지 한 채 너의 두 다리로 이 지구를 밟고 서던 날, 난 처음으로 걸음마를 배운 아이 마냥 너를 흉내내며 온방을 서성거렸었지.
네가 내 곁으로 와서 세상을 하나 하나 배우고 깨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는 또 하나의 네가 되어 이 세상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보게 되는구나.
너의 그 순진 무구한 영혼의 세계로 나를 이끌어 주는 나의 소중한 너.
너의 영혼을 통해 본 세상은 아직은 아름답고 순결하구나.
지금 창밖에 내리는 저 빗줄기 같은 사랑을 너에게 주리라.
진하지만 요란스럽지 않게, 편협 되지 않고 충만하게, 되돌아옴에의 기대 없이, 하염없이 주는 그런 빗물 같은 사랑을 너에게 주련다.
내 사랑하는 아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