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5년 반만에 처음으로 시험 공부를 한 아이

착한재벌샘정 2003. 6. 9. 11:22
아이구 참나 원!!!!

제가 거짓말 조금 보태서 제 엄지손가락 만한 말벌에게 쏘여서 지금 잘 걷지도 못합니다요.

이게 어찌된 일인지 청바지 위에 쏘였는데, 그 두꺼운 청바지를 뚫고 제 허벅지 살이 뻐끔하게 패였지 뭡니까?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부끄럽지만 휴게실에서 바지를 내리고 보여 주었더니 다들 경악을 금치 못하시더군요.

다들 말벌에 쏘여 저 정도가 되었는데 병원에 안가고 걸어서 학교에 온 제가 놀랍다며, 아주 독하다며 위로는커녕 놀리시기만 하지 뭡니까?

허벅지 전체가 퉁퉁 부어 한마디로 꼴이 말이 아닙니다.

지금 이 칼럼도 너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어 이렇게 씁니다.

뒤에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정빈이가 아파서 짬을 낼 수가 없어 칼럼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이는 잠시 잠이 들었고 저는 부어 오른 다리가 너무 아파 잠이 오질 않아 이렇게 컴 앞에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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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슬이가 6학년 2학기가 되고 학교에서 시험을 치는 일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예슬이가 드디어 학교에 다닌 지 5년 반만에 처음으로 시험 공부라는 것을 하여 저희 집의 역사(?)에 큰 획 하나를 긋는 일이 생겨났지요.

이제까지 한 번도 시험을 친다고 하여 공부라는 것을 해 보지 않던 아이가 추석을 지내고 난 뒤부터 제가 퇴근을 해 오면 책상 앞에 앉아 문제를 풀고 있어 제가 무척 놀랐었어요.

게다가 문제집을 사 주지도 않았는데 몇 권이나 있기에 어찌 된 일이야 물었더니 담임 선생님께 보지 않는 문제집이 있으면 달라고 해서 공짜로 얻었다는 겁니다.

선생님에게는 문제집이 많은데 다 보시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주실 수 있느냐니까 고맙게도 몇 권 주시더라는 겁니다.

"문제집도 막상 살려고 하면 생각보다 비싸거든요. 선생님께는 많은데 어차피 다 보시지는 않은 것 같아서 공부 한 번 해 보려고 얻었어요.

막상 공부를 해 봐야겠다고 생각은 했어도 사실 문제집을 풀어 본 적이 거의 없어서……."라더군요.

참, 뻔치도 좋다고 해야하나요?

6학년 2학기가 되도록 끝까지 푼 문제집 한 권도 없는 게 사실이거든요.

숙제로 선생님들이 풀어 오라고 해서 몇 번 사기는 했었어도 두 장, 세 장을 풀지 않고 학기가 지나고 학년이 지나버려 쓸모가 없어져 버리곤 했었거든요.

이제까지 학교에서 시험을 친다고 해서 아이가 따로 공부를 한 적도 없고 제가 아이에게 책상 앞에 앉아 문제집을 풀라고 한 적도 없이 학교 생활 5년 반을 지내 온 저희였습니다.

물론 시험 성적이 좋을 리는 없었지요.

아직 초등학생이니 책을 많이 읽고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굳이 시험을 위해 공부를 해야한다고 아이를 책상 앞에 앉기를 바라지는 않았거든요.

예슬이는 자신이 스스로 공부를 한 번 해봐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드디어 하게 되었고 며칠 동안 몇 권의 문제집을 푸느라 바쁜 것 같았어요.

남편과 저는 저희 집의 새로운 역사의 탄생을 놀라워하며 조용히 지켜 보았구요.

물론 어린 동생 때문에 방해를 무척 받습니다.

"난 언니하고 노는 게 좋단 말이야. 나하고 소꿉놀이해."

라며 울고 떼를 쓰는 통에 몇 번이나 책상 앞을 떠나야했거든요. 아이 상태가 상태이니 어쩔 수가 있어야 말이지요.

하루 종일 집에서 놀면서 언니가 학교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정빈이 입장에서 보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문제집을 갖고 책상 앞에 앉는 언니의 모습이 생소하고 서운하고 했을 터이니 그것도 나무라지 못할 일이더군요.

어쨌거나 예슬이는 그렇게 며칠을 시험 공부를 했고 지난 주 화요일인 16일에 처음으로 시험 공부라는 것을 하고 시험을 치게 되었습니다.

15일 저녁 가족 산책길에 예슬이가 그러더군요.

"이렇게 처음으로 시험 공부라는 것을 하고 시험을 치는데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기분이 어떨까요?"

"처음으로 한 시험 공부이니 공부를 한 만큼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을지도 몰라. 시험이라고하는 것이 그렇거든.

게다가 처음이니 방향을 잘못 잡았을 수도 있고 방법이 조금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성적이라는 것이 공부한 만큼 알아서 다 나와 주는게 아니더라구.

어쨌거나 이렇게 스스로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게 더 큰 의미가 있는 거지.

그래, 시험 공부를 해보니까 어때?"

"시험 공부요? 머리 아프고 목마르고 힘들어요."

저녁 산책을 끝내고 돌아와서도 책상 앞에 앉으려는 아이를 억지로 일찍 잠자리에 들게 했지요.

그렇게 시작한 시험은 지난 주 토요일에도 있었고 이번 주 월요일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될 모양입니다.

성적이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하시죠?

예슬이가 가장 어려워하는 수학 성적을 말씀 드리면 76점을 맞았더군요.

잘했다는 칭찬을 입이 마르도록 했지요.

틀린 문제를 시험지에 다시 풀어 온 것을 확인해 주는데 아이구, 무슨 문제들이 그렇게 어렵습니까?

이게 변한 점이랍니다.

이제까지도 시험을 쳤었지만 틀린 문제라고 해서 다시 풀거나하여 저보고 검사를 해보라는 일은 없었거든요.

그저 점수 옆에 엄마 사인이나 얼른 해 달라고 했었지 문제를 다시 풀어 오는 일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역시 달라졌더군요.

수학이라면 아직까지는 자신 있다고 착각(!!)하고 있던 제가 연습장이 없어 읽고 있던 책의 표지에 검산을 하느라고 책표지가 계산자국으로 빽빽한 연필 자국이 남았지 뭡니까?

아이가 공부를 시작하니 제가 따라 공부를 해야하더군요.

틀린 문제들 검산해주면서 제가 느낀 것은

"진짜 어렵구나. 틀리는 게 당연하겠어. 그런데 이런 문제를 늘 100점 맞는 아이들도 많다니 정말 놀라워."였습니다.

예슬이는 도형 부분에 문제를 가장 많이 틀리더군요.

아이 시험 친 이야기를 참으로 장황스럽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 칼럼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 아이가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 있으십니까?

얼마 전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신 선생님 한 분을 만났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한 분이기에 자연 아이들 이야기가 주 화제가 되었지요.

"아이가 사회 시험을 쳤는데 71점이야. 얼마나 놀랐는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물론 그 학교 아이들 전반적인 성적이 나빠서 등수로 치면 앞이지만 그래도 점수가 71점이 뭐야."

그 분의 말씀에 제가 내심 무척 놀랐어요.

대부분 내 아이는 이 정도는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

꼭 서울대는 아니더라도 소위 말하는 어느 정도의 대학을 갈 만한 실력은 되어야지 하는 그 무언의 기대와 바램.

전 아직 아이가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엄마를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전 예슬이가 꼭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아이도 제 생각을 알고 있습니다.

9월 21일부터 대구에서는 달구벌 축제가 있었어요.

그 때 한 행사로 2년제 대학들을 홍보하는 거리가 있어 아이를 데리고 간 적이 있었습니다.

의상 디자인과, 조리과, 메이컵과, 헤어 디자인과, 제빵과 등등 몇 개의 대학에서 직접 학생들이 나와 자신들의 작품도 전시하고 직접 만드는 과정을 보여 주기도 하는 행사였습니다.

"저기서 정말 신나게 짜짱면을 만들고 있는 오빠는 고등학교 3년 내내 공부 못한다고 학교와 집에서 구박을 받았을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 저 오빠의 모습을 한 번 봐. 멋지지.

동네 중국 집의 주방장이 되든 일류 호텔의 주방장이 되든 세계적인 요리연구가가 되든 그것은 지금의 저 오빠에게 달려 있는 거야.

대학에서 자신의 노력과 열정으로 더 높이 날 수도 있고 머물러 있을 수도 있지만 아마도 엄마 생각에는 저 오빠는 스스로의 선택에 후회는 없을 거야.

엄마는 예슬이가 중고등학교 6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를 생각해 볼 기회를 갖기 바래.

엄마는 늘 이야기했듯이 네가 꼭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야.

네가 정말 원하는 분야로 나아가기 위한 길은 아마 여러 가지가 있을 거야.

그 다양한 길들을 네게 적절한 시기에 보여 주는 정도, 그 때 그 때 필요한 도움이 있다면 그 것들을 제공해 주는 것이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전부일 것 같아."

【의상 디자인과 앞에서 찍은 사진】

"한 때는 대학이라는 문화를 접해 보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한 적이 있었어.

캠퍼스의 낭만만으로도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야.

하지만 지금처럼 대학이라는 곳에 가기 위해 이토록 치열하다면, 그래서 대학에서의 4년을 위해 어느 한 부분을, 입시만을 위해 희생까지 해야한다면…….

엄마 생각은 그래. 어떤 한 시기를 위해 희생되어도 괜찮은 시기는 인생에서 없다고 말이야.

엄마는 네가 성장하면서 그 나이에 갖추어야 할 것을 갖추고 누릴 것은 누리면서 살아야한다고 생각해왔어.

엄마가 이제까지 너와 살면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이 바로 인간으로서의 예의와 나 아닌 남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모습을 가지는 것이었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너의 미래에 대해 네 스스로 목표가 생기고 그를 위해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면서 여기까지 온 거지.

앞으로 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서서히 해야할 시기가 온 것 같아.

엄마 이렇게 2년제 대학을 홍보하는 거리에 널 데리고 온 것은 세상에는 길이 참 다양하다는 걸 너에게 보여 주고 싶어서야.

공부도 네 스스로 목표가 뚜렷해지면 목숨을 걸고 해 볼 가치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되기도 하거든.

그 때는 공부가 힘들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걸 경험하게 될지도 몰라. 공부가 즐거울 수도 있다는 걸 엄마는 경험을 해 본 사람이거든.

그리고 인생에서 시기, 때라는 것이 참 중요해.

엄마가 너에게 새로운 홈페이지를 만드는 걸 뒤로 미루고 영어를 하기를 권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고 생각하면 돼.

네가 뭔가 해보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여러 가지가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라면 좋겠지.

넌 책을 많이 읽는 아이니까 많은 부분이 준비되어 있는 상태라고 생각해.

일단 지적 호기심이 강해서 뭐든 알아보고 싶어하고, 필요한 자료를 찾을 수 있는 방법도 알고, 책을 몇 시간이고 집중해서 볼 수도 있고.

아마도 엄마가 널 책과 가까이 해주려 애섰던 것들이 앞으로 살아보면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네가 지금은 수학을 어려워 하지만 네가 정말 수학이 네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면 책을 통해서 얼마든지 스스로 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엄마는 믿어.

영어를 하기 바라는 이유는 충분히 이야기했지.

자신이 뭘 해야 할지, 또 그것을 해야하는 시기를 아는 것도 참으로 중요한 삶의 지혜라고 엄마는 생각해.

이제 중학생이 될 거야.

초등학교와는 많이 다른 생활을 하게 될 거라고 엄마는 생각해.

그러기에 지금 너 스스로의 미래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 볼 기회를 갖기를 바라고 오늘 여기서 본 언니 오빠들의 모습에서도 많은 것을 느끼기 바래."

참 느리게 멀리 멀리 돌아서 온 느낌입니다. 물론 지금도 그 과정에 있는 것이구요.

그렇게 온 길 중간에 아이는 스스로 공부를 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모양입니다.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닌 자신의 꿈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서의 공부를 말입니다.

전 공부가 성공하는 인생의 길 중 가장 좋은 길이라고도, 가장 지름길이라고도 생각지 않습니다.

단지 필요하다면 선택하여 할 수 있는 여러 길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지요.

중간고사를 앞두고 저희 반 아이들 37명이 모두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기로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하자는 학급 회의를 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왜 아이들은 인문계 고등학교만이, 대학만이 길이라 생각을 하는 걸까요?

전 아이들에게 인문계만이 길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느라 과학 시간 1시간을 또 이야기로 보내버렸지요.

학부모님들 중 이 글을 보시고 화를 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공부 열심히 시켜, 대학 갈 수 있게 해달라고 학교 보내 놓았더니 담임이라는 사람이…….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하시면서 말입니다.

예슬이는 이제 자신이 책상 앞에 앉아야 하고 문제집을 펼쳐할 시기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계속되는 시험에도 공부를 하는 걸 보니 말입니다.

월요일의 수학 경시대회에서 7문제를 틀렸다고 하더군요.

스스로 잘했다니 저도 만족을 합니다.

몇 등인지 궁금해하는 남편에게 아이는 10등 안에 들 것 같다고 하네요.

그렇다니 그런 줄 알아야지요.

40점 50점을 맞아오던 아이인데 70점 80점을 맞으니 자기도 기분이 좋은 가봅니다.

참말로 점수가 무엇인지 말입니다.

이제 예슬이는 자신의 길을 가기 시작한 듯 합니다.

오늘 예슬이는 학교에서 독립기념관으로 견학을 갑니다.

도시락은 자기가 싸겠다며 장을 봐 놓고 자고 있지요.

예슬이가 만들 <김띠 주먹밥>입니다.

제 것도 싸준다고 했으니 딸이 싸준 도시락을 들고 출근할 것 같습니다.

예슬이는 요리하는 걸 정말 좋아한답니다.

여러 권의 요리 책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요즈음 자주 보는 책입니다.

퇴근해서 제가 집에 오면 가끔 특별 요리를 해 놓고 기다리기도 해 절 기쁘게 해주지요.

TV의 요리 프로를 보며 팔보채를 만드는 방법을 빽빽히 적어 놓고는 조만간 해준다고 하니 부럽지 않으세요?

참, 예슬이가 내일부터 플릇을 배웁니다.

아마도 지난번에 소개했던 유학에 관한 책 영향인 듯합니다. 그 책에서 브라이언군이 첼로를 배웠고 악기를 다룰 줄 아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 있었거든요.

피아노도 치는 둥 마는 둥 혼자서 딩동 거리고 바이올린은 자기에게 맞지 않는다며 정빈이 장난감 통에 들어 간 지 오래인지라 악기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플릇을 배워 보겠다고 하는군요.

이렇게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서서히 준비할 모양입니다.

이제 저의 눈길은 정빈이에게로 좀 더 많이 가야겠지요.

정빈이의 놀라운 모습이 동영상으로 보입니다.

지난 일요일에 정빈이는 처음으로 스케이트장에 갔었습니다.

처음에는 예슬이(체크 무늬 남방을 입은 머리 긴 아가씨(?))와 이모(머리 묶은 키가 큰아가씨)가 잡아주어야 설 수 있었는데 1시간만에 혼자서 제법 속도를 내며, 폼까지 잡아가며 타게 되어 주책 맞은 엄마인 저에게 "혹시 스케이트 영재가?"라는 생각을 들게 하지 뭡니까?

마지막 장면 보셨어요?

넘어졌다가 일어나는데 마치 땅에 넘어졌다가 벌떡 일어나듯 하는 모습 말입니다.

제가 자랑이 좀 심하죠? 제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자기 자랑이 심하고 성질이 아주 괴팍합니다. 학교 다닐 적에 난사람, 든사람, 된사람에 대해 배운 기억 있으시죠? 제가 딱 난사람이랍니다."라고 말입니다.

여러분들도 익히 아시겠지만 그 점 이해하고 봐 주세요.

스케이트장에서의 1시간 때문에 온 식구가 며칠째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정빈이는 그 길로 아프기 시작해 식구들을 밤새 잠도 못 자게 하더니 급기야 어제는 수업을 하고 나오니 집에서 빨리 연락을 바란다는 메모가 있더군요.

전화기를 타고"학교고 뭐고 다 치우고 지금 당장 집에 오너라. 정빈이가 다리가 아파서 난리를 치르고 있다."는 어머니의 말씀.

직장에 매여있는 사람이 그게 됩니까.

어머니께서도 하답답해서 전화를 해보았다고 하시고는 전화를 끊으시더군요.

정빈이는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이 스케이트라고 좋아했었는데.

퇴근해 와서는 정빈이를 데리고 스케이트장에 다니는 모습을 상상해 보며 저 혼자 엄청 즐거워했었는데…….

물론 좀 더 건강해질 때까지 기다려야겠지요.

얼마 전까지 정빈이의 꿈은 수영 선수였어요.

시댁 부근에 큰 온천이 있어 가끔 데리고 가는데 따뜻한 물로 된 풀이 있어 그곳에서 노는 걸 좋아하더니 수영 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며 배우고 싶어하더군요.

그래서 수영장에 한 번 데리고 갔더니 물에 들어가기도 전에, 물에가 뭡니까 수영장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온몸이 새파래져서는…….

어찌나 놀랐는지 그 길로 뜨거운 물이 나오는 샤워실로 데리고 가 몸을 녹이고는 집으로 돌아왔지요.

정빈이는 수영하러 가끔 온천엘 가고 있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스케이트였어요.

스케이트장도 춥겠지만 옷을 따뜻하게 입으면 되니까 한 번 데리고 가 본 거지요.

정빈이의 지금 꿈은 스케이트 선수로 바뀌었습니다.

아픈 것만 나으면 스케이트장에 다시 간다며 들떠 있습니다.

자신의 스케이트 타는 모습을 찍은 비디오를 보며 어찌나 신나하는지요.

정빈이가 깼습니다.

"어머니, 어디 계세요?"

벌써 목소리에 울음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자기 옆에 꼭 있으라고 했는데 없으니 화가 난 모양입니다.

장보기 부터 도시락에 넣기까지 예슬이 혼자서 만든 거의 작품(?)입니다.

출근 길에 얼른 찍어 학교에 와서 올립니다. 자랑하고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