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가족여행 - 남일대해수욕장, 경남산림박물관
이 늦은 가을에 무슨 해수욕장이냐고 의아해하실 분이 계시겠지요.
저희 가족이 남일대 해수욕장을 찾은 것은 진주에 살고 있는 동생이 시간이 있을 때마다 그곳에서 게 잡이를 한다는 소문을 듣고는,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답니다.
"언니, 우리 오늘 게를 스무 마리나 잡았어."라는 동생의 흥분된 목소리에도
"게는 무슨 게를 잡았다고 저러는 거야? 엄지손가락보다 작은, 바닷가의 돌만 들추면 잡을 수 있는 작은 것들이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눈으로 직접 확인도 해야겠고 진짜 그렇다면 직접 잡아도 보고 싶어 벼르던 차에 드디어 어제 퇴근 후 차를 진주로 몰았지요.
토요일이라 퇴근하고 남일대 해수욕장에 도착을 하니 오후 3시가 조금 넘었더군요.
동생의 빨간 플라스틱 통에는 벌써 몇 마리나 잡혀 있었어요.
정말 게였어요. 꽃게였어요. 그것도 손바닥만한 크기의 꽃게들.
【두산세계 대백과사전의 게 종류】
우리가 보아 왼쪽 위부터 원숭이게, 꽃게, 왕부채게, 닭게, 왼쪽 아래쪽은 털게, 범무늬만두게, 해면치레, 도둑게라고 하네요.
전공이 생물이지만 저도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먹기는 잘합니다만.
(이 사실을 경상여중 학생들에게는 절대로 알리지 마라!!!
참, 게장을 빼놓을 수가 없죠. 게장 담그기만큼은 자신 있다는 분이 계십니다. 가셔서 게장 담그는 법도 배우고 이영아님도 만나보시기를 바랍니다.( 게 잡이의 비법(?)은 동생네의 비법이니 제가 말못합니다. 저희 제부가 알려줘도 된다하면 알려줄게요. 제부, 어떡할까요? 바다 낚시를 하고 싶다던 예슬이는 아버지와 함께 낚시도 해보고, 물이 빠진 바닷가의 작은 웅덩이에서 물고기, 새우를 잡기도 하고, 굴을 따는 그 동네(맞는지 모르겠어요.) 할머니 할아버지 옆에 붙어 굴 따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정말 너무 신나는 두 시간이었어요. 해지는 바다는 정말 아름답더군요. 삼천포 어시장 구경도 하며 갈치와 조기도 사고 진주로 와서 숯불 장어구이도 먹었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히더군요. 촉석루 부근에 있는 동생 집에 묵었지요. 지난 8월에 첫돌을 지낸 조카 윤서와 노는 재미가 너무 좋은 정빈이는 잠도 제 옆에서 자지 않지 뭡니까? 【앗! 제 컴에 윤서 아버지와 윤서 사진이 있군요.】 급기야는 윤서와 논다며 진주에 혼자 남아 있어 저희 가족들은 정빈이 없는 집의 당혹 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집에 가겠다고 울면 오늘밤에 진주로 달려가야 할지 모르지만 며칠 진주에 떨어져 놀다가 오기를 바래봅니다. 나, 엄마 맞어? 제가 늦잠을 자고 있는 사이 남편은 예슬이를 데리고 촉석루로 운동을 갔다 와서는 저보고 "당신도 아침에 운동 좀 하면 좋잖아."하더군요. 전 진주에 가서도 잠만보였답니다. 아침은 어제 잡은 꽃게로 끓인 꽃게 된장 찌게였는데 우와와아아아, 그 맛이 진짜 끝내주더군요. 지금 저희 집 냉장고에도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꽃게가 있답니다. 오늘은 경상남도 수목원에 갔었어요. 이름처럼 수목원에는 나무도 많고 늦가을의 정취를 듬뿍 느낄 수 있었지만 지난 11월 1일에 문을 연 경상남도 산림박물관이 단연 볼거리였습니다. 박물관의 홈페이지가 아직 준비중이라 아래 부분으로 링크를 시켰습니다. 경상남도 홈페이지로 가셔서 오른쪽에 있는 바로 찾아가기에서 경상남도 수목원을 누르세요. 한국의 수목원 홈페이지로 바로 갑니다. 전국에 있는 수목원이 링크되어 있습니다. 팜플렛을 보여드리겠습니다. 12종류의 나무로 조각한 12지간 동물이 로비에서 저희들을 맞이하더군요.계단도 나무로 되어 있어 느낌이 색달랐어요. 산림박물관이라고 하지만 암석, 동물, 환경 등 생태계 전반에 걸친 것이 그곳에 있어요. 가까이 있으면 과학 수업을 두어달 정도 그곳에서 하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길 만큼 저에게는 보물단지로 보였어요. 개관시간은 9시∼5시인데 11월에서 2월 사이에는 4시까지이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랍니다. 아마도 연말까지는 무료일거라 하네요. 내년부터는 입장료를 받을 거라 하고요. 제가 아이들과 과학 수업을 하고 싶어하는 다른 박물관들을 소개합니다. 위의 두 곳은 중학교 학생들이 가면 암석과 화석에 대하여 교과서의 내용이 그대로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 겁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곳이 태백석탄박물관입니다. 단군 신전에 제사를 지내러(가끔 남편이 조금 엉뚱합니다. 물론 저도 같으니 함께 갔겠지요? ㅎㅎㅎ) 남편과 함께 6시간의 태백산 겨울 등반을 한 뒤 들렀던 석탄박물관은 저를 한 눈에 반하게 하더군요. 그 산행, 참말로 대단했었어요. 먹으려고 배낭에 넣어갔던 귤이 배낭 속에서 얼어서 돌덩이가 되어 껍질을 깔 수도 없었으니까요. 땀이 나오면서 얼어버리는 바람에 남편과 저, 둘 다 엉덩이가 다 헐어서 한동안 어기적거리며 걸어다녀야 했지 뭡니까. 그리고 그 산행이 너무도 기억에 남는 이유는 저희들과 그 한겨울 눈바람 속의 산행을 같이 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부산에서 온 뇌성마비인 아이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온 자원봉사자들이었습니다. 두 사람씩 짝을 지어 그 어려운 등반을 포기하지 않고 해내더군요. 멀쩡한 몸으로 누구도 부축할 사람 하나없으면서도, 저 혼자도 주체하기 힘들어 하던 저를 너무도 부끄럽게 만들었었어요.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그 젊은이들이 고맙고 또한 고개가 자연숙여졌고요. 넘어지고 미끄러져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힘겹게 걷던 그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러면서 다짐을 한 것이 있었는데. 나의 것을 나누면서 살아가겠다고. 지금 생각하니 그 다짐에 부끄럽고, 그 자원봉사자들에게 부끄럽고, 포기하지 않던 그 아이들에게 너무나 부끄럽군요. 요즈음 제가 좀 힘겨워하고 있었는데, 아니 이제는 훌훌 털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잔재가 남아있었는지 그 아이들의 땀투성이 얼굴과 그 곁에서 자신을 던져 봉사하던 아름다운 젊은이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릴정도로 부끄럽네요. 다시 기운을 내어 열심히, 그리고 마음에 사랑을 퍼올리면서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새로이 하고 있습니다. 참, 여기서 책 한 권 소개할게요. 박물관 기행 산문이랍니다. "나를 잊지 마세요."라는 제목으로 경보화석박물관 이야기도 있군요. 그 이야기 끝에 도연명의 시가 있어요. 공룡 발자국 사진도 책에 있는 것입니다. 【공룡 발자국은 사라진 공룡을 그리워한다.】 주말 여행을 다녀와서 이렇게 바로 글을 올릴 수 있는 건 정빈이가 진주에 있는 덕분입니다. 잘 있는지 10시가 다 되어 가는데 잠잠하네요. 참, 저희들 사진이 없는 이유는 제 중증 건망증 때문이랍니다. 제가 카메라를 잃어버렸답니다. 며칠 째 찾고 있는데 도대체 어디에 둔 건지.
【신현림씨의 "시간창고로 가는 길"】